자정, 어느 공원.
인적 하나 없는 이 시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빈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종이를 준비한 다음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그리고 그 종이를 하나씩 건네받고, 바닥에 그린 무언가의 위에 서서 무언가를 중얼중얼 외운다.
그리고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 되리라는 건 그들도 몰랐다.
“뭐야, 아무 일도 없잖아… 그 숨바꼭질 얘기는 역시 거짓말이었나……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
“뭐야, 선배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 좀 그만 해요. “
“잠깐만… 우리, 원래 여덟 명이었어? “
“…응? “
“우리, 처음에 일곱 명이 모인 거 아니었어요? 저랑 지연이, 혜미, 혜선언니, 성우선배, 우석이, 그리고 연우선배까지… 처음에 일곱명이 모였는데, 왜 한 명분 더 있죠? 이 여자는 누구예요? “
“어, 그러네. 미주 네 동생 아냐? “
“전 여동생 없어요. “
“!!”
처음에 모였던 사람은 일곱명이었는데, 어쨰서인지 한 명이 더 있었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리고 그들이 시작한 ‘숨바꼭질’의 술래. 까맣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선명하게 붉은 눈이 일곱 명을 둘러보고, 그 중 한 명을 쳐다본다.
“자, 숨바꼭질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술래는 나야, 그럼 그 다음 술래는 누~구? “
“꺄아악! “
“진정해! 여기서 섣불리 움직이면… “
“도망치는 게 좋을거예요~ 딱히 소용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일곱 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도망칠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한 명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전부 돌아간 뒤, 그녀는 너덜너덜한 날개를 펼친 다음, 가운데에서 달려가는 사람을 뒤쫓았다.
“첫 번째 술래는… 네가 좋겠다~ “
그렇게 일곱 명은, 술래로부터 도망다녀야 하는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이 술래잡기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 그리고 언제쯤 끝날 것인가, 그런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편히 게임을 끝내지 못 할 것이다.
다음 날, 동아리방에 미주가 도착했을 때, 연우는 소파에 누워 잠든 채였다. 밤새 잠 한 숨 못 잤는지, 안그래도 그의 상징이었던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상태였다.
“어, 미주 왔니? “
“안녕하세요, 선배. 어, 연우선배도 계셨네요? “
“아아, 연우는 온지 좀 됐어. 어제 잠을 못 잤는지 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워서 자고 있다, 야. 과제를 대체 얼마나 빡세게 내 주길래 애가 밤을 새는지, 원… “
‘설마, 그 여자가…? ‘
곤히 자고 있는 연우의 옆에서 책을 읽는 여자와 달리, 미주는 어제의 그 일이 걸렸다. 첫 번째 술래는, 그리고 다음 술래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얘는 왜 안 일어나냐? 야, 최연우! 일어나! “
“으… 어…… 아? 지, 지금 몇 시야? “
“2시 40분. 너 3시 수업 아냐? 교양수업 여기서 멀다며. “
“으아아, 느, 늦었다! “
평소와 달리 그는 허둥대며 수업에 간다고 가 버렸다. 역시, 그 술래잡기를 시작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근데 쟤 왜 저러냐? 보통 교양 수업 전에는 잘 안 자더니,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네. “
“그… 그러게요… 하하. “
“여, 좋은 아침… 아니, 오후인가요… “
“!!”
동아리방 문을 열고 우석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역시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너도 잠 못 잤어? “
“네, 누나…… “
“신입생인데도 과제가 산을 이루는 모양이군… 고생이 많아요. “
“후아암… 그러게요… “
잠시 후, 여자도 수업이 있는지 가 버렸다. 그리고 우석과 미주 두 사람만 동아리방에 남아있을 때였다. 우석은 소파에 누워있었고, 미주는 의자에 걸터앉아 과제를 하느라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컴퓨터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거 왜 이러지? “
“왜 그래? “
“컴퓨터가 안 돼. “
“렉먹었나… 그러니까 진작 이 컴퓨터 좀 바꾸자니까…… 아무래도 재부팅 해야 할 거 같은데… “
“저장도 안 했는데…… “
그 때였다. 컴퓨터가 메모장을 열더니, 커서가 깜빡이고 글이 쓰여졌다.
-첫 번때 술래는 나야. 그럼, 다음 술래는 누구?
“꺄악! “
“뭐, 뭐야, 이거? 설마… “
-게임은 어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이 술래잡기의 룰은 알고 있어?
“룰…? “
-이 술래잡기 말이야, 너희들의 손톱을 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저주하고 원령을 불러서 술래잡기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나, 생각해 본 적 없어? 왜, 나홀로 숨바꼭질같은 거 말이야. 왜 인간들은 불행을 싫어하면서 호기심에 못 이겨 스스로를 저주하는걸까요?
“…… “
“자, 잠깐만…… 그럼 대체 이 게임은 언제 끝나는건데요? “
“일단, 술래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술래가 될테니까… 게임이 언제 끝나는지 여부는, 그 다음이야. “
“하지만, 어떻게? “
-아차차, 술래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으면 재미없지요. 술래는, 다른 사람에겐 아니지만 너희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일거예요. 뭐, 어떻게 보일 지는 너희들이 직접 보면 알겠지요? 그리고 이 숨바꼭질, 언제 끝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답니다~ 너희들 쪽에서 끝낼 수는 없어요.
매모장이 닫히고, 컴퓨터는 언제 그랬댜는 듯 다시 작동했다. 하지만 미주는 과제를 할 수 없었다. 배틀로얄이라니,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떄까지 끝나지 않는다니, 그보다 술래는 대체 누구지? 그녀의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상하네… 넌 딱히 이상하게 보인다거나 하지 않아. “
“나도 그래… 우석이 너도, 연우선배도… “
“그럼 나머지 네 명중 하나가 술래라는건데… “
“이거, 다른 사람들도 다 들었겠지…? “
“아마도… 일단 오늘은, 최대한 다른 사람들도 다 만나서 술래가 어떻게 보이는 지 확인하자. “
“으, 응. “
그 날 저녁, 동아리 집회가 있어서 사람들이 동아리방에 많이 모였다. 수업을 들으러 갔었던 미주 역시 동아리방으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
“어, 미주구나. 늦지 않게 왔네? “
미주는 그녀를 반갑게 맞아 주는 혜미를 보고 굳어버렸다. 분명 그녀는 혜미가 맞았다. 목소리도, 하는 행동도… 하지만 그녀는 혜미가 아닌 것 같았다. 마치 까만 그림자로 덮어씌운 듯, 그녀의 얼굴도 몸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응… “
“어서 앉아, 회의 곧 시작한대. “
“응. “
회의를 마치고, 미주는 술래잡기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과 과제를 할 떄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했다. 컴퓨터가 갑자기 멈추더니, 메모장이 멋대로 켜지고 글씨 역시 멋대로 써졌다는 것, 그리고 어제 만났던 그 여자가 알려준 이것저것들을.
“그 여자가, 술래는 우리들의 눈에만 조금 이상해 보인다고 했어요. “
“우리들의 눈에만 조금 이상해보인다고? “
다른 사람들도 전부, 일곱 명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혜미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혜미… …너 맞는거지? “
“네? 무슨 말씀이세요, 선배? 저 혜미 맞아요. “
“목소리는 보이는데…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 그림자 인간이 움직이는 것 같아. “
“나도 아까 그래서…… “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술래라는건데…… 그, 그럼 난 어떻게 해? 이제 죽는거야? “
“그것까지는…… 얘기 안 했는데… “
“…… 그럼 한 번 정도는 괜찮은거네? “
까만 그림자가 지연에게 다가갔다.
“뭐, 뭐, 뭐야? 나한테 왜… 왜그래? “
“나 대신, 술래 좀 해 줄래? “
“히익- 다, 다, 다가오지 마! “
지연은 그대로 가방을 들고 동아리방을 나가버렸다.
“하아… 어쩌죠… “
“…… “
“…… “
어떻게 하지, 다들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도, 지금 제일 혼란스러운 건 갑자기 술래로 지목된 혜미일 것이다. 세 번 같은 사람이 술래가 되면 죽는다고 했는데, 그녀는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니…
다음날.
“꺄아악! “
아침, 동아리방에 들어서던 연우는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오는 혜미를 보고 놀라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트렸다. 바닥이 커피 범벅이 된 건 둘째치고, 혜미는 어딜 그렇게 가는 거지? 바닥에 엎어진 커피를 다른 사람이 닦는 사이, 성우가 동아리방에 도착했다.
“어, 성우야. 어서와라… “
“아침부터 뭐야, 바닥은 왜 커피 범벅이야 또? “
“연우가 엎었어… “
“뭐? “
“나도 인제 봤다… 어휴, 이거 언제 다 닦지… “
“…… “
성우는 연우가 나간 쪽으로 가 봤다. 그리고 이내 혜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학생회관 밖 도로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다가가보니, 그 곳에는 혜미가 쓰러져 있었다.
“혜미야! “
그 옆에는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었다. 연우가 이미 119에 연락을 했는지, 구급차가 와서 혜미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것에 싣고 교문을 빠져나갔다.
“어떻게 된 거야? “
“몰라, 동아리방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내려가길래 따라갔는데… 여기서 오토바이랑 부딪혔어. “
“갑자기…? “
“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
그 날 오후, 연우와 성우는 아침에 실려갔던 혜미가 수술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가 심각했던걸까? 하지만 그녀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유는 그것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토바이에 부딪힌 것 치고는 엄청나게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온 몸의 뼈가 부러진데다가, 부러진 늑골 일부가 폐를 찌르고 있었다. 출혈도 심각해서 수혈 팩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토바이에 부딪힌 정도로… 그렇게 된다고? “
“…… 분명 그 여자 짓이야… “
“…… “
“
자기 자신을 저주한다는 건 그런 걸까. 그래서 손톱이 필요했던 거구나. 성우는 그제서야 손톱이 필요했던 이유를 꺠달았다.
“어쩌면, 손톱이 필요했던 건… “
“손톱? “
“응… 나홀로 숨바꼭질에서 인형에 손톱을 넣잖아. 우리가 했던 것도 그런 게 아닐까? “
“…… “
며칠 후, 미주는 혜미의 부고를 들었다. 오토바이 사고였던데다가 단순한 충돌이었는데, 그녀의 부상은 마치 중형차에 치인 것처럼 심각했다. 게다가 사인마저 이상했다. 분명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회복실로 옮겨진 다음 병실로 옮겨졌다고 들었다. 금방 나을 거라고, 그래서 다시 같이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려온 것은 그녀의 부고였다. 거기다가 혜미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가던 지연은 감전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고, 우석은 같은 날 실습을 하다가 화학 약품을 잘못 다뤄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제 어쩌지… “
다음은 누구일까, 네 사람은 불안해졌다. 누군가 끝내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위험해. 네 사람은 전부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네 사람은 괴담수사대를 찾아가 미기야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일곱 명의 숨바꼭질이라… 처음 듣네요. 파이로 씨, 뭐 들으신 거 없나요? “
“나도 처음 듣는데. 그리고 그건 내 담당이 아니라 라우드 담당이지. “
“아아, 그렇죠… “
“정보 담당에게 조사도 맡겨야겠지만… 일단 너희들이 알고 있는 거, 전부 얘기해봐. 한시가 급하다. “
네 사람은 술래잡기에 대해 아는 대로 전부 얘기했다. 어떻게 진행했고, 누가 나타났으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술래잡기 하는 놈도 썩 좋은 놈은 아니지만… 그런 거 잘못 하면 니들도 훅 가. “
“설마 하면서 했는데… “
“원래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지. 그 술래라는 녀석은 어떻게 생겼냐? “
“까맣고 긴 머리에 붉은 눈을 하고 있었어요. 등에는 너덜너덜해 보이는 날개가 달렸고요… “
“날개…? 귀신이 날개 달고 있는 경우도 있나… 여튼, 알겠어. “
네 사람이 돌아가고 난 후, 미기야는 라우드에게 숨바꼭질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파이로는 네 사람이 말한 여자를 만날 떄까지 네 사람과 함꼐 하기로 했다.
“하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 술래잡기인가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모르는거야? “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 괴담 블로그같은 데에도 많이 올라왔고… 실시간 중계 영상이다 뭐다 해서 올라오기도 하는걸요. “
“호오… “
그 순간, 파이로는 어째서인지 등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네 사람이 말했던 여자가 나타났다. 검고 긴 머리에 장난스레 웃는 붉은 눈, 그리고 등에는 너덜너덜해 보이는 날개가 있었다.
“이 녀석이 그 녀석인 모양이군. “
“참가자… 어라, 참가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인데? “
“그야, 이 몸은 이미 죽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