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3. 살아있는 지옥

파이로와 미기야, 현, 그리고 라우드는 의뢰를 받고 D 대학교에 있는 한 실험실로 갔다. 실험실은 제법 넓어보였고, 실험실 안쪽에 교수의 오피스가 있는 공간이었다. 실험실 가장 안쪽에는 학생들이 노트 정리를 하고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네 개, 책상 위에 컴퓨터가 네 대 보였고 오피스 쪽에는 연구용 장비가 있었다. 실험대에는 각종 시약들과 실험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실례합니다, 괴담수사대에서 나왔는데요. ”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실험실을 들어서면서부터, 흡사 아이가 사망한 장례식장에서나 느낄 수 있을법한 묵직한 공기가 느껴졌다. 실험실 문을 경계로 누군가 칼로 자른것처럼 그 경계가 나뉜 듯 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서로 다른 두 바다가 만나 다른 색의 물이 반반인 곳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공기가 뭔가 이상해요… ”
“그러게… ”
“역시… 실험실에 뭔가가 있는건가요? ”
“그걸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어디에 있나요? ”
“두 명은 잠깐 다른 실험실에 갔고, 한 명은 수업 갔습니다. 아마 셋 다 조금 걸릴겁니다. ”
“그럼 일단 당분간은 부재중일테니 조사부터 해보도록 하죠. ”

라우드는 실험실 바닥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보이는가 싶더니, 까만 안개같은 것이 보였다. 안개 속에서 무수히 많이 뻗은 검은 손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지옥도에서나 볼 법한, 위로 뻗는 손들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고,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교수가 있었다.

“……! ”
“왜 그러세요? ”
“이건… 엄청난 게 있어요. 밑에서 무수히 뻗어나온 손이… 크리멘의 손처럼 뻗어나와서 교수님을 향하고 있었어요… ”
“검은 손들이 이 사람을 향했다고? ”
“마치 지옥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검은 안개가 낀 와중에 보이는 손들… ”

무거운 공기의 원인은 무수히 많은 검은 손들이었지만, 검은 손들의 정체가 뭔지는 짐작할수도 없었다. 파이로가 혼불로 태워보려고 했지만, 혼불은 바닥에 닿자마자 꺼져버렸다.

“혼불이… 꺼질 수가 있나…? ”
“저주건 뭐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면 타들어가야 정상인데, 이건 대체… ”
“교수님, 혹시 학생들도 실험실에서 이상현상을 겪곤 하나요? 교수님께서 겪었다던 그 이상현상이요. ”
“아뇨, 학생들은 괜찮았습니다. ”
“학생들은 괜찮다라…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일단 이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일단 학생들도 슬슬 돌아올 시간이니 저희는 사무실로 돌아가서 라우드씨가 봤던 현상에 대해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 ”

실험실을 나오자마자, 공기의 무게가 달라졌다. 넷은 바로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나누어서 주변에서 좀 더 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건물이 낡았거나 오래 전 병원이나 묘지로 쓰였던 터라면, 다른 실험실도 마찬가지로 공기가 무거울것이라 생각했기 떄문이었다. 현이 라우드와 함께 다른 실험실에 들러 사정을 설명하고 조사할 동안, 미기야는 실험실에 있는 학생 중 한 명을 찾아갔다. 그리고 파이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 고키부리씨. 지금 바빠? ”
‘아뇨, 한가합니다만. 일거리라도 들어온건가요? ‘
“응, 일거리. 우리쪽으로 들어온 일인데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서… ”
‘오컬트 관련 조사는 무리예요. ‘
“아니, 아니. 오컬트 쪽은 내가 따로 알아볼테니까, D 대학교 화학과 라윤진교수에 대해 조사좀 해 줘. 그 실험실이랑 교수 위주로.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돼. 자세한 건 이따가 사무실 돌아갈 때 들러서 얘기해줄게. ”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조사해드리죠. ‘

도희에게 조사를 부탁한 파이로는 수업을 마치고 올라오던 학생을 만나 이것저것 물었다. 하지만 학생도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렇다할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닌 모양인지, 라우드와 현은 영상을 확인해봤는데 다른 실험실은 이상 없더라는 얘기를 했고 미기야도 두 학생들에게서 들은 얘기를 했다.

수사대로 돌아오는 길, 파이로는 아래층 사무실에 들렀다. 조사를 위해 막 나가려던 도희와 만난 파이로는, 실험실에서 라우드가 봤던 것과 다른 실험실에서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리고 미기야가 학생들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도희에게 얘기했다.

“무수한 손이 교수를 노리고 있었다고요? 검은 안개에 검은 손이라… 학생들은 별 탈 없고, 교수만 괴현상을 겪고 있는거죠? ”
“응. 다른 실험실은 이상 없는 걸 보면 연구실이 있는 건물 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학생들이 한 말도 뭔가 켕기는 게 있었고. 실험실에서 흉흉한 사건이라도 있었는지, 이전에 선배 연구원이 했던 실험노트를 읽고 있으니까 유난히 뭐라고 했다는거야. 심지어 실험노트를 찢어버리기까지 했대. ”
“확실히 뭔가 이상하네요. 조속히 알아보겠습니다. ”
“부탁해.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는 라우드가 봤던 영상에 대해 생각했다. 무수히 많이 뻗어나온 검은 손은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고, 마치 크리멘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크리멘은 실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닥에 숨는 게 불가능한데다가, 죄를 저지른 사람을 바로 잡아먹지 이런 식으로 말려죽일 성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크리멘과 관련 없는 것이었다.

“무수히 많은 검은 손이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했지? 흐음… 그 교수, 뭐 원한같은 거 살 일은 없었대? ”
“뭔가 켕기는 게 있긴 한데… 정황상 켕기는거라, 지금 고키부리 사무실 통해서 조사중이야. ”
“흐음… ”

아나키나시스 역시 무수히 뻗어나온 손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마물들 중에 손 비슷한 것을 불러낸다거나 하는 개체도 없거니와, 마물들은 지상에서 그렇게 괴롭히는것보다는 판데모니움으로 끌고 가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괴이의 소행인가 싶었지만, 소문에 생겨나고 소문에 움직이는 괴이들은 한 공간에 머무르는 것을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대체 그 손들은 뭐란 말인가… ‘

무수히 뻗어나온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검은 손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도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일전에 파이로가 말했던 건에 대해 조사를 전부 마쳤으며, 검은 손을 쫓아내려면 멀리 일본에 있는 이토 가 사람 정도는 와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니면 매우 덕망 높은 스님이 오거나, 신을 직접 불러야 할 정도라면서.

“이토 가 사람? 그게 그 정도야? ”
‘그 교수때문에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예요. 왜 전에… 학생 한 명이 이전에 있었던 사람 실험노트를 읽고 있었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고 노트를 찢었다고 했었죠? 그 노트의 주인이 그 교수때문에 죽은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
“그 교수때문에 죽은 사람 중 하나라는 건… 그 교수때문에 죽은 사람이 더 있다는 얘기야? ”
‘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게 많아서, 만티코어에게 찔러주기에도 미안할 정도예요. 그 교수의 만행에 대해서 말로 하기엔 너무 길어져서 전화기가 열받아서 전원이 꺼질 것 같으니, 자세한 건 서면으로 보내드릴게요. ‘
“어, 메일로 보내 줘. ”

파이로는 잠시 후 도희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말로 하다가 전화기가 열받아서 꺼질 수도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이해했다. 실험실 사고로 인해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난 일가족 중 딸이 진한 황산을 뒤집어써 크게 화상을 입었었고, 언론에서도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갔었다고 한다.

학교측에서는 그래도 최소한의 보상은 하려고 했으나, 교수가 학생들의 입을 막고 거짓 증언을 하게 해 보상도 해 줄 수 없었다. 일가족은 장학금을 지원받아야 겨우겨우 대학원에 다닐 정도로 가정환경이 열악했고, 사고의 당사자이자 유일하게 증언해줄 수 있는 딸은 화상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일가족들은 절망에 빠진 나머지 딸의 뒤를 따라갔다.

그 외에도, 교수는 대학원에 들어오는 남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며 성추행하거나 대놓고 같이 한 번만 자면 석사 졸업까지는 프리패스로 시켜주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젊고 예쁜 여학생이 실험실에 들어오면, 학생들을 시켜서 따돌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의 병때문에 자살하거나 실험실을 나가 폐인이 된 학생들도 꽤 있었다. 나간 학생에 대해 언급하거나 따돌림의 대상이 된 학생들과 얘기라고 해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는 날은, 그 사람도 같이 따돌림당했다.

논문 대필을 몇년 간 하다가 자살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 역시 유야뮤야 넘어갔고 교수는 유가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유언장과 그 동안의 증거들을 모아 소송을 걸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합의금조로 몇백만 원 던져준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D 대학교 화학과에서는 이런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라교수 실험실에 들어간다고 하면 그 사람이 부모님의 원수라고 해도 뜯어 말려라.’

“이 정도면 부모님의 원수라고 해도 뜯어 말려야 정상이지… ”

살인마도 이 정도로 사람을 죽이면 무간지옥이 아니라 어비스에 떨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손에 피 하나 안 묻히고 사람을 여럿 죽였다. 그런데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죽은 사람들의 원한이 검은 손이 되어 나타난 듯 했다.

“미기야, 이 의뢰는 아무래도 우리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예요? ”
“그 손들…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냐. 일단 고키부리 사무실 통해서 조사한 건데, 이거 한 번 읽어봐. ”

출근하자마자 무슨 영문인지 묻는 미기야에게, 파이로는 도희가 보낸 메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검은 손은 크리멘과 마물, 괴이 어느 쪽도 아니었다는 말을 하며 그 실험실에 있는 것을 없애려면 이토 가 사람이 오거나, 덕망이 매우 높은 스님이 오거나, 신이 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토 가 사람이나 덕망이 매우 높은 스님… 그도 아니라면 신을 직접 불러와야 한다고요? 대체 그게 뭐길래… ”
“단순히 오래되고 집념이 강한 원한의 집합체에 불과한 건 아닌 모양이야. 사실 이 정도면 손에 피만 안 묻혔다 뿐이지, 사람 많이 죽였어. 무간지옥 아래로 떨어졌어야 정상이니… ”
“…… ”
“메일을 받고 생각해봤는데… 애초에 단순히 원한의 집합체였더라면, 내가 혼불을 붙였을 때 사라졌어야 정상이었어. ”
“그러고보니, 혼불이 닿자마자 꺼졌었죠. ”

단순히 원혼때문이라면 혼불이 꺼지는 게 아니라 옮겨붙어야 정상이지만, 혼불은 바닥에 닿자마자 꺼졌다. 거기다가 이토 가의 사람이 와야 없어질 정도라면,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의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 생각하던 와중에, 라교수의 전화를 받고 실험실로 간 미기야와 파이로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
“……! ”

분명 며칠 전에 실험실로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라우드가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일반인은 물론 라우드나 파이로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던 검은 손이 바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무수히 뻗은 검은 손은 윤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제일 가까운 손을 중심으로 다른 손들이 자석에 철이 끌리듯 모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검은 안개가 바닥에 짙게 깔리고, 손들은 원형을 이루었다. 원형을 이룬 손들 사이로 보인것은, 온통 붉고 삭막한 대지였다.

“저, 저기는… ”

온통 붉고 삭막한 대지로, 팔들은 윤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벅을 붙들었지만 끌어당기는 힘은 그럴수록 더 거세졌고, 결국 윤진은 반쯤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다행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둘을 제치고 누군가가 실험실로 달려왔다. 갓 20대는 된 것 같은 남자와, 조금 더 나이가 많아보이는 여자였다. 어딘가 동양풍이 느껴지는 옷을 입은 두 남녀는, 실험실에 들어오자마자 품에 지니고 있던 검을 꺼냈다. 그리고 검을 원의 지름에 맞춰 꽂고 주문을 외우자,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져 안으로 빨려들어가던 윤진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사, 살았다… ”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빨려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세요. ”

윤진을 뒤로 물린 두 남녀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여자쪽이 주문을 외우자 어디선가 수국이 피어나더니 검은 안개가 없어지고, 남자가 주문을 외우자 원을 이루었던 손들이 풀려 무너져 내려갔다. 원 안으로 보였던 붉고 삭막한 대지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손들은 후두둑 떨어져 사라졌다. 그 틈에 파이로가 혼불을 놓자 불이 확 타올랐고, 남아있던 안개도 마저 사라졌다.

윤진은 자신을 구해준 두 남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더,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
“우리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죄를 뉘우치셔야지요. ”
“네…? 그게 무슨… ”
“당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여, 깊은 원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당신을 무간지옥으로 끌어당겼던 것입니다. 죽은 자들 중에서도 특별히 죄를 많이 지은 자들이 떨어지는 무간지옥의 문을 열 수 있는 힘을 준 것이, 바로 당신입니다. ”
“무… 무간지옥…? ”

붉고 메마른 대지의 정체는, 무간지옥이었다. 무간지옥에 떨어질 놈들, 이런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산 사람이라면 절대 볼 일이 없는 곳, 중죄인들이 수만년동안 벌을 받고 환생하는 곳. 그런 곳에 살아있는 인간이 그대로 떨어질 뻔 했다.

“목숨을 건졌으니, 그대에게는 대가가 따를 것입니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지지 않은 대가가요. ”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두 남녀는 연구실을 나섰다. 파이로와 미기야도 두 사람을 쫓아 뛰어갔다.

“잠깐만, 너희들은 누구냐? ”
“저희는 장도희씨의 부탁을 받고 온 도사들입니다. 저는 청혜, 이쪽은 제 동생 청운입니다. ”
“그 녀석, 인맥 하나는 엄청나군… 이토 가의 사람이 와야 처리할 수 있는 일을…… ”
“그나저나… 아까 그건 대체 뭐였던걸까요? 무간지옥으로 통하는 문을 열다니… ”
“인간이 죄를 지으면, 죄를 받는 자에게는 원한이 생기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업이 생깁니다. 이를 뉘우치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은 그 업이 조금씩 줄어들며 그 원한 역시 조금씩 줄어들게 되지만, 반대로 죄를 부정하며 사람들을 기망하고 똑같은 죄를 연거푸 짓는 자들은 업이 늘어나게 됩니다. 원한과 함께 늘어난 업이 원한에게 강한 힘을 부여해, 무간지옥으로 가는 문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
“그렇다는 건…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고 뒷공작했던 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는거야? ”
“맞습니다. ”

업과 원한이 시너지를 이뤄서 무간지옥으로 가는 문을 만들 정도의 힘이 되었다, 그것때문에 윤진은 산 채로 무간지옥에 끌려갈 뻔 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뉘우치는 기색이 있었더라면 나았을까, 하지만 일을 지금까지 끌고 온 성미를 보자면 택도 없는 일이었다. 유야무야 넘어간 틈을 타 자신도 유야무야 죄를 덮어버리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뉘우칠 리는 만무했다. 두 남녀와 얘기를 나누며 연구실이 있는 건물을 나선 파이로와 미기야는, 두 남녀와 헤어져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D 대학교 화학과의 라윤진교수가 논문 대필 혐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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