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5. 우산

지하철역이나 PC방같은 곳에, 가끔 누군가 깜빡하고 두고 가는 우산들은 종종 있다. 우산의 주인이 금방 찾으러 오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원 주인이 잊어버리고 가 방치되기도 하고, 그런 우산을 급할 때 우산이 없어 쓰고 갔다가 새 주인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우산은 달랐다.

D 시의 지하철역 우산꽂이에 꽂혀있는 평범한 비닐우산은, 역무원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수수께끼의 우산이었다. 우산이 없을 때 사람들이 가져가기도 하고, 개중에는 우산을 다시 갖다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산을 갖다두러 다시 역으로 오는 사람들은, ‘우산이 자신을 이 곳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자신을 제자리에 갖다두기를 바라는 듯 했다고.

그 우산을 가져다주지 않은 사람들은 사고로 명계행 티켓을 차고, 명계의 일원이 되었다.

“참 특이한 우산일세… 자기를 도로 그 곳에 가져다두길 원하는 것 같다…… ”
“잘은 모르겠지만, 우산이 그 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그럴지도 모르지… ”

괴담수사대는 D 시의 지하철역에서 복무하던 공익근무요원의 부탁을 받고 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늘이 아침부터 꿉꿉하다 싶더니 한두방울씩 비가 떨어지자, 파이로와 현은 우산을 쓰면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원래대로 가져다두기만 하면 되는데… 저희까지 부른 이유가 있을까요? ”
“그 우산, 제자리에 갖다두지 않은 사람들이 다 죽었거든. 사고로. ”
“…죽어요? ”
“어, 그리고 그 우산이 어째서인지 다시 돌아와있더라…는 게 의뢰 내용이었을걸. ”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한 둘은 캐노피 밑으로 들어가 우산을 접고 빗물을 털었다. 그리고 개찰구를 통해 들어간 다음 열차를 타고, 금방 D 시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한 둘은 마침 열차 승강장에서 일을 보고 있던 공익근무요원을 만났고, 괴담수사대에서 왔다고 했다.

“괴담수사대에서 오셨군요. 따라오세요. ”

평소대로라면 갈 일이 없는 지하철역의 백스테이지, 역무원들이 일을 보는 곳에 들어서자 공익근무요원은 문제의 우산을 보여주었다. 의외로 우산은 하얀 손잡이에 투명한 비닐로 만들어진 평범한 비닐 우산이었다. 어제 누군가가 가져다두지 않아서 사고로 죽었다는 것 치고 우산은 깨끗했다.

“이 우산인가요? ”
“네. ”
“음…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우산같은데… ”
“우산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는 모르시는거죠? ”
“네, 같이 일하는 역무원들도 잘 모르세요. 그냥 언제부턴가 우산꽂이에 있길래 누가 두고갔나 했다고… ”
“실제로 이 우산을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온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
“어떤 사람은 꿈을 꿨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맑은 날인데도 우산을 챙겨 나와서 여기로 오게 되었다고 하고… 대부분 여기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죽은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가져다 두러 오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산이 자기를 여기로 다시 이끌었다’고 하더라고요. ”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지하철 역 사람들도 몰랐다. 우산을 돌려주러 온 사람들도 이상하게 우산이 자기를 다시 되돌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는 말만 했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우산이라면 라우드의 능력으로도 별 소득은 없는 모양이었는지, 파이로는 우산을 집어들었다.

“우산은 왜요? ”
“가져가야지. 이건 우리가 가져가서 알아보는수밖에 없어. ”
“이걸 가져가신다고요?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
“이 몸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 두 번 죽을 일은 없어.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들을 다시 이 곳으로 오게 했다는 건 이 우산이 여기에 있을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거거든.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야. …적어도 내 지식으로는 말이지. ”

파이로는 현과 함께 문제의 우산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그쳤던 비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천둥이라도 치는지 우르릉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와중에, 사무실 안은 제습기가 돌아가고 있어 평온했다. 파이로는 가져 온 우산을 신발장 옆에 세워두고, 신발을 대충 벗어던졌다.

“뭔가 소득은 있었나요? ”
“아니. 대신 우산을 가져왔지. ”
“우산을 직접 가져오셨다고요? ”
“이게 거기에 있을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알아보기 위해서… 라네요. ”
“차라리 라우드 씨를 데려가시지… ”
“의뢰자분께 여쭤봤더니 우산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사이코메트리로는 최근에 사고사한 영상 말고는 안보일거예요. ”
“사고사? ”
“최근에 이 우산을 가져갔다가 사고사한 사람이 있었대요. 그 뒤로 우산이 돌아와있었고… ”

미기야는 라우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산이 사고 이후 어떻게 돌아왔는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라우드가 우산에 손을 얹자, 아직 사고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그 날의 영상이 떠올랐다.

사고가 있었던 당일, 우산은 집에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원룸 내부가 보였다. 사고사한 사람이 혼자 사는 모양인지 방 안에는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우산은 한동안 신발장 옆에 기대어진 채로 있었다.

그러다가 짧은 비명소리와 폭발음같은 것이 들리고, 우산이 움직이는 모양인지 영상이 흔들렸다. 영상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것은 노란 가디건을 입은 4~50대정도는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고, 여자는 우산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가 D 시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우산은 D 시의 지하철역으로 순간이동하는 것도 아니었고, 평범한 사람이 이동하는것처럼 걸어서,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뭐가 보이나요? ”
“이 우산에 뭔가가 있어요. ”
“역시 뭔가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뭐가 보였는데? ”
“우산을 가져갔던 사람이 사고로 죽고 나서, 노란 가디건을 입은 여자가 우산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어요. ”
“여자? 어떻게 생겼어? ”
“4~50대는 되어 보였어. 노란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
“4~50대쯤 되어 보이는 노란 가디건을 입은 여자라… ”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이 곳에도 노란 가디건을 입은 여자가 있을 터였다. 사무실에 우산이 들어온 것은 아마도 지금 그 여자가 보이지 않기 떄문이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사무실에는 키츠네가 쳐 둔 결계와 미기야가 쳐 둔 결계가 있어 부정한 것은 들어오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4~50대면 가족을 꾸릴 나이 아냐? ”
“보통은 그렇죠. 늦둥이를 보는 경우도 있고… ”
“뭐… 우리때는 손주까지도 봤다만,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늦어져서 청소년기쯤 됐거나 대학 보냈거나 둘 종 하나겠지… ”
“그런데 그건 왜요? ”
“지하철 역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거랑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우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닐까 싶어. 정확히는, 이 우산에 있는 여자가. ”
“우산에 있는 여자가요? ”
“그렇지 않고서야 우산이 원래 있던 곳으로 사람들을 부를 리가 없어. 단순 악령이었다면 우산에 손을 댄 사람들을 죽였겠지. ”

나이대와 옷만으로 우산의 주인을 찾아낼 수는 없었기때문에, 파이로는 일단 우산을 더 가지고 있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산을 가져온 지 이틀째 되는 날 밤, 파이로는 꿈 속에서 노란 가디건을 입은 여자를 만났다. 여자는 우산을 D 시 지하철역에 돌려놨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이질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그야, 난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그것보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
“우산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때부터, 당신이 그 역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 어떠한 이유가 됐건… 단순 악령이었다면, 우산을 만진 사람은 전부 죽였겠지만 넌 우산을 가져다두지 않는 사람만을 죽였잖아? ”
“…… ”
“여기는 괴담수사대고 나는 이 곳의 수사대원이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줄 수 있어. ”
“저… 저는… ”

노란 가디건의 여자는, 자신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D 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데,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서 마중을 나갔다고. 그리고 그 곳에서 계속해서 아들을 기다렸지만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 뒤로, 그녀는 우산 속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이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린건가… 그 아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했지? 이름은 뭐야? 학교는 어디 다니고? ”
“선재예요. 홍선재… D 시 D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녀요. ”
“좋아, 아들을 찾아줄게. ”

다음날, 파이로는 D 시의 고등학교로 찾아갔다. 그리고 홍선재라는 학생이 있는지를 묻자,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선생은 그 학생은 이미 졸업했는데 무슨 일로 찾느냐고 반문했다. 파이로가 사정을 설명하자, 선생은 오히려 그 학생의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사고로 돌아가셨다고요? ”
“네. 재작년 여름인가에 돌아가셨어요. 그것때문에 선재가 어머님 보낸다고 마음고생이 심했죠… ”

우산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아들이 비를 맞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졸업한 학생을 만날 길도 없거니와, 만난다고 해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난감했다. 하지만 파이로는 이 여자가 더 이상 기다리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선생을 통해 선재가 다니는 대학교와 학과를 알아냈다.

선재가 다니는 대학교는 명문으로 알려진 S 대학교였다. 거기서 또 선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터였지만, 여자는 파이로가 아들을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들이 많이 똑똑했나보네, S대에 다 들어오고. ”
“그렇죠? 우리 아들이 남편을 닮아서 어릴때부터 공부를 곧잘 했어요. ”

대학교 과 사무실을 찾아간 파이로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선재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조교는 지금 1학년 수업이 진행중인 강의실을 안내했고, 파이로는 강의실로 갔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나가려던 찰나, 파이로는 나가려던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선재를 찾았다. 바가지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파이로와 비슷한 키를 가진 남학생이었다.

“제가 홍선재인데… 누구세요? ”
“겨우 찾았네… D 외국어고등학교 나온 홍선재 맞지? ”
“네, D 외국어고등학교 나왔어요. ”
“괴담수사대에서 왔어. 이 우산 받아. ”
“이걸요? ”

파이로는 선재에게 우산을 건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D 시 지하철역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사람들이 그것때문에 기현상을 겪었던 것. 그것때문에 자신이 우산을 맡았다가 사연을 알게 되어서 돌려주러 왔다는 것까지. 처음에 괴담수사대에서 왔다는 말에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던 선재는 파이로의 얘기가 끝나자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하고 우산을 받아들었다.

“자, 네 아들. …네 시간이 그 자리에 멈춰있을 동안 네 아들은 이렇게 장성해서 S 대학교에 진학했어. 신입생이면 곧 신검 받고 군대 가겠구만. ”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주다니… ”
“어머니가 저를 계속 기다리고 계셨다니… 믿기지 않아요. 그 날,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로 저는 어머니를 가슴에 묻었는데… ”
“죽음이 갈라놓는 이별은, 가슴에 묻는 것이 최선이지. 가끔 잊지 않고 기억 속에서 꺼내보면서 말이야. 어릴 때 딱지같은 것 모아두고 그랬던 것 처럼. 자, 이제 지하철 역에서 아들 기다리지 말고 하늘에서 아들 보필해줘. 몸 건강히 지내다가 몸 건강히 군대 잘 갔다오게. ”

파이로는 선재에게 우산을 건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
“찾아서 우산 돌려주고 오는 길이야. 그 집 아들, 엄마의 시간이 멈춰있었던 동안 장성해서 대학 들어갔더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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