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6. 종언

“거기까지다, 거짓된 신. ”

파이로는 새파란 가윗날을 들이댔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도 가윗날은 빛나고 있었다.

“수맥을 끊어두길 잘 한 것 같군. ”
“뭐…뭐라고? 수맥을 끊어? ”

우소가미가 당황한 사이, 갇혀있던 척 하던 다른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키츠네가 제물로 잡혀왔던 사람들을 내보내는 사이, 미기야는 애쉬가 들어간 거울을 들고 있었다.

“진실된 신을 믿는 것은 종교라고 하지만, 거짓된 신을 믿는 것은 사도라고 하지. 우소가미, 네 추종자들과 함께 무고한 사람을 납치하고 착취한 죄를 물으러 왔다. ”
“크하하하- 네놈들이 나에게 죄를 묻게 하겠다고? 어디 한번 그렇게 해 보시지… ”
“드라이, 츠바이를! ”
“네! ”

드라이가 츠바이를 제단에서 내려오게 하자, 우소가미가 드라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이로가 그 쪽으로 다트 핀을 던지자, 다트 핀은 우소가미의 손을 관통해 벽으로 꽂혔다. 우소가미의 몸통이 마치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젠장. 다트핀 몇개 더 주워올걸… ”
“다트핀은 어디서 난 겁니까? ”
“여기, 과거에 도박장이었거든. 이 녀석, 처음에는 여기가 수맥의 끝이라 쇠가 흘러온다… 이런 드립을 쳤었지. ”
“오호. ”
“크읏… 이런 걸로 날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
“어딜 그 더러운 손을 뻗어! ”

파이로는 트럼프 카드 몇 장을 꺼내 우소가미가 공격할때마다 트럼프 카드를 던져 적중시켰다. 다른 손을 만들어서 뻗으려고 하면 그 손에 카드를 던졌다. 그리고 막 가윗날을 역수로 들고 자르려던 찰나…

“거미줄이 많아지면 복잡하지. ”
“잠깐만, 녀석은 그 팔을 잘라내면 재생해! ”
“귀찮은 녀석이군. ”

네 번째 손을 카드로 맞춰 늘린 다음, 파이로는 한 발 물러섰다. 팔을 네 개밖에 고정을 못 했는데도 움직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데다가 우소가미가 호시탐탐 츠바이를 향해 촉수를 뻗는 통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섯 번째 팔을 뻗을 때, 파이로는 날 등으로 팔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드라이, 아인, 밖으로 나가! 빨리! 여기 있으면 우소가미가 츠바이를 노릴거야! ”
“마음대로 안 될걸? ”

주변에서 추종자가 나와 드라이와 아인을 잡으려고 뒤쫓았다. 드라이는 츠바이를 뒤에 업고, 아인과 함께 복도를 달렸다. 벽을 타고 점프를 해 가는 두 사람을 추종자가 쫓아가자, 현은 두 사람을 쫓아가는 추종자를 베어넘겼다. 그러는 사이 드라이와 아인은 문 앞까지 다 와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제길, 놓쳤나… ”
“굿. 이제 마저 공격해볼까… ”

그 뒤로도 우소가미와 파이로의 접전은 계속됐다. 우소가미가 팔을 뻗을때마다 파이로는 트럼프를 던졌고, 마침내 파이로는 카드 한 벌을 다 썼다. 트럼프가 빈 것과 우소가미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음을 확인한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애쉬가 들어있는 거울로 우소가미를 비출 것을 요청했다.

“미기야, 거울을 저 쪽으로 대. ”
“네? ”
“어서! ”
“네. ”

미기야가 거울을 우소가미가 있던 곳으로 향하자, 파이로는 핸드폰을 열고 랜턴을 켰다. 그러자 거울에 갑자기 쏟아진 빛에 놀라 움찔하는 우소가미가 비쳤다.

“애쉬, 식사 맛있게 해. ”
“어머, 이게 뭐야? 진짜 우소가미야? 오호, 푸딩같은 맛이려나… ”
“자, 자, 잠깐! 지, 지금 뭐 하는거야! ”
“후훗, 아직 내 이름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는 존재를 먹어치우는 괴이, 애쉬 리스트로베라… 너같은 악질 괴이를 먹어치우는 걸 좋아하지~ ”
“으아아아아- ”

애쉬가 거울에 비친 팔을 뜯어먹자, 고정돼있던 팔이 하나 둘 사라져갔다. 우소가미가 애쉬를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했지만, 거울에 상이 비추는 족족 애쉬는 잡아먹었다. 한참동안 우소가미를 뜯어먹고 있는지, 젤리를 먹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우소가미는 사라졌다.

“음~ 간만에 포식했다. 역시, 생각보다 말랑말랑하고 쫀득쫀득한 게, 연골을 씹는 느낌이야. ”
“…덕분에 배터리 없다…… ”
“그건 우소가미의 크기 문제지. ”

우소가미를 먹어치운 애쉬는 만족한 듯 밖으로 나왔다. 우소가미가 없어진 본당에는, 남아있는 추종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애쉬의 모습을 보자마자 꽁지가 빠져라 달아났다.

“그럼 이걸로 끝인가- 일단 밖으로 나가자. ”
“네. ”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드라이와 아인, 츠바이가 잔당들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잔당들 역시 애쉬의 모습을 보곤 도망쳐버렸다.

“다 된건가요? ”
“후훗, 덕분에 포식했어. ”
“괜찮아? ”
“네. 녀석들이 덤벼들긴 했지만, 이 분을 보고 도망쳤어요. 누나, 괜찮아? ”
“응… 이 분 덕분에. ”
“다행이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

집으로 돌아온 파이로는 라플라스를 불렀다.

“어, 웬일이야? ”
“이 시계, 돌려드리려고요. ”

파이로는 라플라스에게 크로노스의 시계를 내밀었다.

“어, 벌써 해결한거야? ”
“네. 애쉬가 먹어치웠어요. ”

라플라스는 애쉬가 먹어치웠다는 말에 놀랐다. 전에는 안이 어두워서 애쉬가 먹어치울 수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먹어치웠어? 안이 어두워서 안된다며. ”
“덕분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나갔죠… 랜턴빨? ”
“대단하구나. 역시 내가 잘 고른 것 같네- ”
“앞으로 저기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츠바이는 구했고… 잔당들이 있어봐야, 애쉬가 존재를 먹어치우게 되면 존재가 잊혀지거든요. ”
“그럼 사건도 어느 정도는 일단락 되겠군… 좋아, 그 시계는 이번 사건의 보수로 줄게. ”

라플라스는 파이로에게 다시 시계를 건넸다. 그리고 오브젝트로 줬던 체스말을 다시 받아갔다.

“그 시계, 평소에는 회중시계로 써. 그리고 나중에 사건을 해결할 때도 유용할거야. 그런데 녀석은 어떻게 약화시킨거야? ”
“수맥 드립을 치길래 수맥을 끊었을 뿐이예요. ”
“대단하군… 난제신인 나도 처리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풀다니. 아무튼, 이번 일은 해결된 것 같으니 천천히 쉬다가 돌아가도록 해. ”
“네. ”

라플라스가 돌아가고, 파이로는 시계줄을 바지에 달았다.

“그럼 이번 사건도 끝인거죠? ”
“응. 며칠 노닥거리다가 돌아가자. ”
“저희 그럴 돈 없거든요… ”
“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