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사대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한참 조사중이었다.
“참, 나… 사람을 찾으려면 위층으로 가야지, 여기로 오면 어떡해? ”
일이니까 하고는 있었지만, 파이로는 툴툴거리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데는 고키부리 사무실이 전문인데 왜 하등 상관도 없는 우리 사무실로 오는건자, 그녀는 영문을 몰랐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했나봐요. ”
“거기서 거절을 했다고? 그 프로페셔널이? ”
“네. ”
의뢰인은 고키부리 사무실에도 갔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당했다. 돈은 원하는대로 전부 드리겠다고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뢰를 맡긴 사람이 이 쪽으로 오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파이로도 그제서야 납득한 듯 했다.
“그 쪽에서 받지 않는 일도 있다니, 거 참 의외구만. 아, 뭔가 찾은 것 같은데… ”
“네? ”
“피해자가 최근 ‘다른 세계로 가는 법’에 대해 검색했다고 해. ”
“다른 세계로 가는 법이요? ”
“응. 최근 접속 기록도 다 그거고… 관련 괴담도 있고, 관련해서 정리해 둔 오컬트 전문 네튜브 채널도 있어. ”
사라진 사람이 마지막까지 찾았던 건, 다른 세계로 가는 법이었다.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보다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가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실종되기 전 그것을 언제 어디서 실행에 옮길거라고 SNS에 글도 남겼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저번달이었다고 했지? SNS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글이 다른 세계로 가는 법을 실행에 옮길거라는 글이었어.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가는 법을 알아냈다고, A 사거리 폐건물에서 실행할거라고. ”
“A사거리 폐건물이요? ”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이면 승강기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예요? 굳이 폐건물에서 그런 걸 한 이유가 있는걸까요? ”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은, 중간에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건드려선 안 돼.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이라면 늦은 시간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승강기를 쓰게 되어 있잖아. 요즘 배달도 많이 시켜먹고… ”
“음… 그 뒤로 실종되었다면, 정말로 다른 세계로 가버린걸까요? ”
“그것까지는 모르겠네. 정말 성공했는지 알아본다고 우리가 시도해서 성공한다 해도 원래 세계로 돌아올 방법도 모르고, 그 세계가 실종된 사람이 간 세계와 같은 세계일거라는 보장도 없으니… ”
정말로 성공한것인지, 다른 이유로 잠수를 타고 사라진 것인지는 모른다. 설령 뒤쫓기 위해 똑같은 방법을 써서 성공한다고 한들, 원래 세계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올 방법도 없다. 그리고 실종자와 같은 세계로 가게 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잠깐만, 나 위층에 좀 갔다 올게. ”
“고키부리 사무실에요? ”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 프로페셔널이 거절할 정도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거란 말이지. ”
파이로는 고키부리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도희는 없었고, 잠시 들렀던 모양인지 문을 잠그고 나가려던 태영이 있었다.
“도희 씨를 뵈러 온 건가요? ”
“물어볼 게 있어서요. 멀리 나갔나요? ”
“오늘 휴가입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
“최근에 여기로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었는데, 이쪽에서 거절했다고 들었거든요. 신변 조사에는 프로페셔널인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거절이라니, 뭔가 이상하잖습니까. ”
“아아, 그 일… 사정이 좀 있어서 거절하게 됐습니다. 도희 씨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괴담수사대라면 믿을만하니 물어보러 오면 얘기해달라고 했고요. ”
“사정…? ”
“파이로 씨, 혹시 신분 세탁 서비스에 대해 아십니까? ”
“신분 세탁 서비스…? ”
“네. ”
태영은 신분 세탁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떤 사람의 신변… SNS나 계좌, 이름, 신분증 등의 정보를 싹 다 정리한 다음,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게끔 해 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SNS 계정도 없어지고, 계좌며 이름, 전화번호 등,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 함께 없어지게 되는거죠. ”
“음… 그럼 그 사람이 해당 서비스를 받았다…? ”
“맞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이유로 저희 쪽을 통해 신분 세탁 서비스를 받고, 지금은 다른 사람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그럼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을 남긴 것은… ”
“신분 세탁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테니까요. ”
“음… 무엇때문에 지금의 삶에서 도망친걸까요? ”
“저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우리 사무실에 와서 신분 세탁 서비스에 대해 물었을 뿐이라… 저희 사무실은 의뢰인의 사연에 대해서는 의뢰인이 말해주기 전에 먼저 묻지 않는 게 원칙이라서요. ”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실종자가 신분 세탁 서비스를 받고 잠적을 감췄다는 얘기와,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우리라면 믿을만하니 말해도 좋다고 했다는 것을 전했다.
“신분 세탁이라…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겠죠. ”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랬을거야. 이 의뢰, 우리 쪽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끝내는 게 좋겠어. 일단 사라진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좀 더 알아볼게. 너무 빨리 얘기하면 우리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어. ”
파이로는 실종된 사람과 가장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친구를 만났다. 친구도 실종된 사람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지 파이로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녀는 우리도 찾는 중이라는 이야기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었다. 그녀는 친구에게 ‘뭔가 실종과 관련된 단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혹시 실종된 사람이 최근에 힘들어했던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혹시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고보니…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했어요. ”
“왜? ”
“가끔 엄마가 자꾸 키워준 값으로 돈 달라고 해서 곤란했다고 했거든요. 얘기 들어보면 그 돈은 오빠가 사업이네 뭐네 하면서 날린다고… 걔네 집 돈은 다 걔네 오빠한테 가는데, 사업이네 뭐네 하면서 오빠가 돈 날려먹으면 동생한테 달라고 하는거죠. 한마디로 착취아였어요. ”
“…… ”
“사실, 실종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연락도 안 되고, 걱정도 되는 건 맞지만… 어차피 발견돼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또 부모님이랑 오빠한테 돈 뜯기고 살 게 뻔하니… ”
친구를 만난 파이로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떄, 문 밖에서부터 한참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의뢰인이 사무실에 와 있었다. 그 옆에는 오빠인지, 남편일지 모를 남자도 있었다.
“나 왔… 허. ”
“우리 딸을 왜 못 찾는다는건데! ”
“아까부터 말씀 드렸잖습니까. 주민등록도 말소됐고, 계좌며 SNS며 흔적 하나 안 남기고 사라졌다고요. 사무실에서 조사해 본 결과, 다른 세계로 가버렸다고요. ”
“그럼 거기 가서라도 잡아와야지! ”
“거기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애초에 가도 만날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
“아니, 그러면 니가 가면 되잖아. ”
“……! ”
“파이로 씨! ”
사무실에 들어온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난동 부려준 덕분에 우리가 연락해 줄 수고는 덜었네. 근데 이거, 영업방해로 경찰 부를만한 사안인 건 알지? ”
“아가씨는 어디 새파랗게 젊은 게 반말이나 띡띡 하고…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ㅊ… ”
“입 안 다무냐? ”
“아니, 이게- ”
“어디 독립군 입단 시험도 안 친 것들이 나이로 찍어누르려고 설쳐, 설치긴? 인마, 내가 얘만할 때는 말이야. 6.25 끝나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이래뵈도 니들보다 수십년은 오래 살았다고. ”
파이로의 말 한마디 덕인지,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거 뭐야, 남편? 아들? ”
“이 분 아들이세요. 실종된 분의 오빠죠… ”
“그럼 잘 됐네. 둘이 가서 잡아오면 되겠다. 그치? 니네 어차피 그 여자 찾는거 돈 필요해서 찾는 거 아냐? ”
“…… ”
“왜? 내 말이 틀리면 반박해보라니까? 집에 있는 돈은 죄다 얘 퍼주고, 얘는 사업이네 코인이네 도박이네 돈이란 돈은 죄다 날리고, 엄마 돈줘요, 너는 니 오빠 돈 좀 줘라. 오죽하면 애가 집어 치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까? 애초에 딸은 착취하려고 낳은거였냐? 야, 내가 얘만할때도 아들 못 낳는다고 며느리는 구박했을지언정 딸들 착취는 안 했어. 니들이 얼마나 착취를 해댔으면 지쳐서 다른 세계로 가버리냐고. ”
파이로는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두 사람에게 던졌다.
“그렇게 돈이 필요하면, 니들이 직접 가서 잡아. 잡아서 거기서도 계속 돈 뜯어내고 착취하고 날려먹으면서 살아. 지금 당장 여기서 안 나가면, 영업방해로 경찰 부른다? ”
두 사람은 종이를 주워들고 후다닥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돈이 필요하면, 니들이 직접 가서 잡아. ‘
파이로가 던진 종이에는 사라진 사람이 찾았던 다른 세계로 가는 법과 마지막으로 SNS에 올린 글이 있었다. 두 사람은 여동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자정에 A 사거리 폐건물에 갔고, 종이에 적힌 대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5층에서 다른 여자가 타자, 그대로 10층으로 올라갔다.
-땡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온통 붉은 하늘이 보였다. 여기서 내리면 그대로 끝이지만, 두 사람은 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내리고 나서야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혔다.
“여기 있는거지…? ”
“아마도… 아니, 꼭 있을거야. ”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오래 된 복도식 아파트였다. 제법 지은 지 오래 된 것 같은 아파트 복도로 붉은 빛이 보인다. 그리고 붉은 빛과 함께, 닫혀 있는 문이 보였다? 여기가 꼭대기 층인가 확인하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가고 없었다. 계단참으로 나가보려고 했지만, 계단참쪽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왜 이렇게 어둡지? 불이 안 들어오나? ”
핸드폰 불빛으로 아래를 비춰보자,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계단이 아닌 뻥 뚫린 구멍이었다. 비어있는 철기둥 속에 들어온것처럼, 계탄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뚫려있었다. 다른 계단이 있는 지 찾아보기도 할 겸, 아파트에 있는 지 조사도 할 겸 두 사람은 복도를 걸었다. 끝이 없을 정도로 긴 복도를 걸을때마다, 하나같이 닫혀 있는 문이 보였다. 창문이 있긴 했지만, 막아둔 모양인지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 저기. ”
복도를 걷고 있던 와중, 문이 열려 있는 집이 보였다. 열려있는 문 틈 사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누구 계세요? ”
노크를 하면서 불러봤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저기요! 거기 누구 없어요? ”
큰 소리로 부르자,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다.
-……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희미한 말소리였다. 두 사람이 이대로 돌아갈까, 하려던 찰나 안에서 사람 그림자가 나왔다.
“!!”
“무슨 일이시죠? ”
집 안에서 나온 그것은, 말 그대로 그림자였다. 사람의 모양을 한 그림자. 얼굴도, 머리카락도 없는 표지판에서나 볼 법한 그림자.
“아, 저,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이렇게 생긴 사람을 보신 적 있나요? ”
“글쎄요, 이렇게 생긴 사람은 본 적 없는 것 같네요.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문이 열려있는 집을 나와, 복도를 끊임없이 걸어갈때마다 사람의 형태를 한 그림자가 간간이 보였다. 그림자는 두 사람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로 다른 세계인 건 맞는 모양이다. 여동생만 찾으면, 딸만 찾으면 어떻게든 돌아가면 된다. 두 사람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복도 끝은 벽으로 막혀있었다. 다시 되돌아서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던 곳으로 와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었을 곳은 그냥 벽이었다. 대체 우리가 타고 온 것은 뭐였지? 내 딸은 어디 있는거지? 전화를 해보려고 해도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다. 인터넷조차 되지 않고, 여기가 어디인지, 오늘이 몇 시인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여기… 대체 어디야? 집에 가고싶어… ”
패닉에 빠진 두 사람이 어찌할 지 모르고 있을 때, 한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당신들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 세계에 온 사람들이군요? ”
“……! ”
“괴담 블로그나 사이트를 보고 따라했다가 이 곳으로 넘어오게 되는 사람들이 종종 있거든요. 당신들,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던데… 당신들이 찾는 사람은 이 세계에 없어요. ”
“그럼 다른 세계로 간 건가…? ”
“당신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죠? ”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는 사라진 여동생이 다른 세계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된 거예요. ”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긴 해요. 여기서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곳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엘리베이터를 잡아 타면 되죠. 하지만 인간들이 여기로 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예요. ”
“그럼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건가… ”
“음…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긴 한데, 이 방법은 위험해서 시도했다가는 다시는 원래 세계로 못 갈 수도 있어요. ”
“한가지 방법이 더 있다고요? 어떤건데요? ”
“저 문을 열고, 바닥으로 뛰어내리시면 돼요. 눈 딱 감고 뛰어내리셨을 때, 늪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성공할거예요.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두 사람은 계단참 문을 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그림자에게, 다른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방금 뭔가가 문을 열지 않았어? ”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던데? 사라진 동생을 찾는다나…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길래 저 쪽으로 뛰어내리면 될 거라고 했더니, 진짜 그대로 뛰어내렸어. ”
“와, 그걸 진짜 믿는 인간들이 있구나… 저기서 뛰어내리면 그대로 죽음일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