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어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看役者)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여 추수 때 양식을 모으느니라. –<구약성서> 잠언 6.6~8」
네 번째 실종 사건이 생겼을 때는 미기야가 라우드와 함께 직접 조사를 하러 가는 대신 파이로는 달의 악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정보 조사는 라우드가 할 일이었지만, 실종 사건에 대해 알아보려면 현장에 가서 사이코메트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반강제로 떠맡게 된 것이었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도 용의자가 달의 악마를 소환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데다, 악마숭배자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었다.
“어째 떠맡긴 했지만, 실로 난감하구만. ”
“후훗, 달의 악마에 대한 것 때문에 그래? 오컬트 카페라던가, 가 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
“당연히 그쪽에도 물어봤지만, 거기도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던데? 오히려 그런 악마가 있냐고 물었어. ”
“하긴, 진명도 없는 악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루시퍼, 사탄 이런 악마들은 이름도 알려져있고, 좀 유명하잖아. ”
“그래서 문제야… 마물이랑 악마는 다른 존재기도 하고. ”
“음… 그럼 여기다 한 번 물어볼래? ”
애시는 파이로에게 메피스토 상담소의 명함을 건넸다.
“여기는 상담소 아녀? 난 악마의 정보를 찾고 있는데? ”
“여기, 보통 상담소가 아니거든. 내담자의 질문에 필요한 답을 족집게처럼 콕 집어서 대답하는 상담소래. ”
“아니 그러니까… 여기는 상담소잖아… ”
“이 상담소, 이름이 왜 메피스토 상담소인지 알아? ”
“설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상담소라도 하고 있는거냐? ”
“응. 그래서 모든 내담자를 파우스트라고 지칭하고 있어. ”
상담소에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싶었지만 파이로는 상담소에 달의 악마에 대해 찾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답변이 금방 달렸다.
“답변이… 원래 이렇게 빨리 달리나? ”
“왜? ”
“여기로 온다는데? 괴담수사대라는 것도 알고 있어. ”
“음, 역시. ”
그리고 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고 실크햇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실크햇을 쓴 남자는 자신이 메피스토 상담소의 주인, 메피스토펠레스라고 소개한 후 인사를 건넸다.
“그대가 상담소에 질문을 올리셨나요? ”
“아, 예… ”
“달의 악마에 대해 찾고 있다라… 무슨 일때문에 찾는지 알 수 있을까요? ”
“그게… ”
파이로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어떠한 이유로 공통점도 없는 세 명이 실종되었고, 실종된 사람들을 납치한 사람이 ‘달의 악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이로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달의 악마를 찾는 사람이라… 그럼 오늘도 실종 사건이 있었겠군요? ”
“네. 그것때문에 몇 명은 지금 현장에 가 있어요. ”
“지금까지 세 명이 실종되었고, 이제 네번째라면 아마 앞으로 세 명이 더 실종될겁니다. 실종되지 않더라도, 죽어서 발견될거고요. ”
“죽는다고요? 달의 악마가 사람을 현혹해서 죽이게 한다던가… 그런 건가요? ”
“아뇨, 달의 악마는 오히려 무해합니다. 그녀는 그저 달이 뜬 밤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그럼 어째서…? ”
“그녀는 굉장히 아름다운 악마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보는 남자들은, 반드시 그녀에게 반하게 되어 있어요.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대화조차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녀를 만난 인간 남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달의 악마에게서 환심을 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성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의 악마에게 집착하다가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
그녀는 그제서야 하얀 가면을 쓴 남자의 목적이 달의 악마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사람들을 납치하는 건 왜 그런건가요? 그리고 앞으로 세 명이 더 죽을거라는 건…? ”
“악마를 만나기 위해서는 악마를 소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하고요. 달의 악마를 만나려면, 일곱 가지 죄를 지은 인간의 신체 부위가 필요하기때문에 사람을 납치하는겁니다. 이전에 실종됐던 세 명의 사람들도 아마 일곱가지 죄 중 하나씩을 범했을겁니다. ”
“일곱가지 죄? ”
“죄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죄인 일곱가지 죄악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간들은 7대 죄악이라고도 하지요. ”
파이로는 지금까지 실종되었던 세 사람이 실종되기 전 저질렀던 죄가 무엇인지 떠올렸다. 첫번째로 실종된 사람은 뒷광고 논란과 사기 의혹이 있었고, 두번째로 실종된 사람은 게임에 과금할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 하던 카페에서 돈을 횡령하거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등 사기를 쳤다. 그리고 세번째로 실종된 사람은 오지랖과 자기자랑때문에 주변에서 오히려 실종돼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한 명은 뒷광고 논란에 사기 의혹, 한 명은 횡령 및 사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기자랑이 너무 심했으니… ”
“앞으로 실종될 세 명까지 해서, 일곱 개의 신체 부위가 모이면, 그는 분명 달이 잘 보이면서 호수가 있는 곳을 찾아갈겁니다. 달의 악마는 그런 곳을 좋아하니까요. 그 때가 되면, 남자분들에게는 이걸 전해주세요. ”
메피스토펠레스는 메달 두 개를 건넸다. 메달은 금메달이었고, 테두리 안쪽에 전갈이 그려져 있었다.
“그게 있으면 달의 악마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의로운 일을 하시는 분들이 파멸의 길을 걸으면 안 되니, 특별히 도와드리는겁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
메피스토펠레스가 돌아가고 얼마 후, 현장에 갔던 미기야와 라우드가 돌아왔다.
“어, 왔냐? 어떻게 됐어? ”
“이번에도 하얀 가면을 쓴 남자였어. 허… 정말 어떻게 그렇게 주도면밀하게 납치하는지 신기할 정도라니까. ”
“이번에 실종된 사람의 신변 관련해서는 알아봐야 하는거지? ”
“그것도 오너가 다 알아왔어. ”
“좋아, 그럼 브리핑을 시작해보자. ”
“이게 브리핑까지 할 일이야? ”
파이로는 냉장고에서 닥터페퍼를 꺼낸 다음 자리에 앉았다. 캔을 따자, 치익 하고 탄산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 실종된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
“히키코모리 백수. ”
“뭐 히키코모리가 된 계기같은 건 없고? 아니, 애초에 히키코모리면 보통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 않아? ”
“형사님이 가족한테 연락했는데, 그런 사람 모른다고 하면서 단호하게 끊었어. 아마 절연당했나봐. ”
“어쩌다가? ”
“글쎄… 나중에 따로 연락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라도 좀 해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텃세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둔 후로는 일도 안 구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대. 처음에는 공부라도 하라면서 학원비도 주고 그랬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다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도 이제 돈은 누가 벌어다 주냐고 하는 거 듣고 장례식 끝나자마자 절연했대. 쓰레기가 집 밖에 쌓여있어서 이웃들 민원도 꽤 들어온 모양이고… ”
“그렇군. ”
파이로는 닥터페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이야기를 마저 시작했다.
“일단, 달의 악마가 그 남자를 사주해서 사람을 죽이게끔 했다던가 한 건 아냐. 오히려 달의 악마는 그 남자와 접촉한 적도, 말을 섞은 적도 없어. ”
“그럼 왜…? ”
“달의 악마를 본 남자는 한눈에 반해버려. 이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효과인 대신, 사람이라면 이 효과에 저항할 수 없어. 그리고 달의 악마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해. 첫번째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한 끝에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하게 되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그녀에게 집착한 나머지 파멸의 길을 걷는 것. 아마도 하얀 가면은 두번째일거야. ”
“그럼 우리도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그걸 막을 수 있는 부적을 받았으니까 너희들은 괜찮아. 그리고, 지금까지 실종된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 ”
“공통점이요? ”
“응. 일곱가지 죄 중 하나를 지었어. 그래서, 앞으로 세 명이 더 실종되거나 죽을 예정이래. 달의 악마를 만나려면, 일곱가지 죄를 지은 사람들의 신체부위가 필요하거든. 구체적으로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마 지금까지 실종된 사람들의 행적을 곱씹어보면 하나씩은 있을거야. ”
“일곱가지 죄에 대해서는 아이작씨에게 물어보면 될 겁니다. ”
“좋아, 그럼 이걸 받아. ”
파이로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서 받은 메달 두 개를 미기야와 라우드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
“달의 악마를 막을 수 있는 부적. 나중에 필요할거야. ”
“알겠습니다. 일단 애시씨, 아이작씨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저는 라우드씨와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
“응? 내가? 왜? ”
“얼마 전에 실종되었던 유튜버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요. 형사님 말로는, 머리가 없는 시체가 발견돼서 신원 확인에 애를 먹었는데, 지문을 대조해보니 글루가 맞았다고 해요. ”
“……! ”
미기야와 라우드가 현장을 확인하러 갈 동안, 애시는 아이작에게 연락했다. 마침 새벽 운동을 위해 일어났던 아이작은 금방 답변을 보냈고, 몇 번 더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애시와 파이로는 달의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알아냈다.
「나태의 죄를 저지른 자의 손은, 탐욕의 잔을 받치는 벌을 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