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4. 잃어버린 인연, 남은 인연

“저… 혹시, 사람도 찾아주나요? “
“우리 고키부리 사무실은 최정예 인원들로 구성된 곳이니, 사람 찾는 거야 일도 아니죠. 하지만 이 곳은 원한이 없으면 의뢰를 할 수 없습니다. “
“제발 부탁드립니다. 돈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제 약혼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졌어요. 살던 집도 정리하고 번호도 바꿨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녀를 찾고 싶습니다. 그녀를 아직 사랑한다고요… 그녀를 찾아내서 어째서 갑자기 사라졌던 것인 지 물어봐야겠습니다. “
“당신이 찾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이 뭐죠? “
“이예슬입니다. “
“이예슬… 이예슬이라…… “

도희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이예슬이라. 며칠 전 마지막으로 도희를 찾아왔던 의뢰인이었다. 처음으로 찾아온 것은 한달쯤 전이었다.

한달쯤 전, 그녀는 도희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찾아오자마자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도희에게,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떠나고 싶다는 이유를 밝혔다.

“남자친구를 떠나고 싶다고요? “
“네… 저는 제 남자친구를 떠나고 싶습니다. “
“남자친구에게 뭔가 불만이라고 있으신건가요? “
“불만이라…… 어떻게 보면 불만일지도 모르죠… “
“단순히 불만이 있는 거라면, 여기를 찾아오는 것 보다는 남자친구분과 대화를 나눠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
“그, 그런 불만이 아니예요. 제 남자친구… 아니, 남자친구의 가족때문이예요. “
“가족? “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는지 도희는 그녀를 잠깐 기다리게 하고 차를 두 잔 가져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떄문에 남자친구분과 멀어지려고 하는거죠? “
“저, 그게… “

예슬은 학비를 벌기 위해 어느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실 바 아르바이트는 망설여졌지만, 면접을 보기 전에 손님으로 갔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퇴폐적인 분위기같은 것도 없었고 순수하게 술과 가벼운 안주류만 제공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손님과의 접촉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벼운 대화 뿐이었고, 혹시나 만취한 손님이 추근덕댄다거나, 불쾌한 스킨십을 시도할 경우에는 점장이 가게에서 내보내는 등, 주의를 주었다. 간혹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호감이 생기더라도, 가게 밖에서 손님과 직원이 사적으로 연락하는 것은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사건의 발단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이주일 쯤 됐을 무렵이었다. 그녀도 간단한 칵테일 정도는 만들 줄 알게 됐고, 바에서 다른 바텐더들과 함께 칵테일을 제조하고 서빙하는 일을 하게 됐다. 그날따라 금요일이라 그런지 유독 만취한 손님들이 많이 들어오는 탓에, 점장도 다른 직원들도 고전하고 있었다. 가게 앞 토사물을 치우고, 만취한 손님들을 돌려보내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그녀는 한 남자를 손님으로 맞았다. 단정한 검정색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자였다. 한 남자는 취기가 가득 피어오른 얼굴이었고, 다른 남자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어서오세요. 칵테일은 어떤 걸로 드릴까요? “
“보자… 이 녀석 많이 취했으니까, 논알콜류로 할까… 논알콜 있어요? “
“이 쪽에 있는 건 논알콜이고, 이 쪽에 있는 건 원래 알콜이 들어가지만 논알콜도 가능한 칵테일이예요. “
“그럼 이걸로 두 잔 주세요. “
“알겠습니다. “

예슬이 인사를 건네자, 같이 온 남성은 논알콜 칵테일 두 잔을 주문했다. 그녀는 칵테일 두 잔을 준비해 잔에 담았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코스터와 함께 잔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아가씨, 참 곱게 생겼네… 몇살이야? 어디 살아…? “
“…네? “
“아가씨… 내 스타일이네… 오빠~ 해봐, 오빠~ “
“야, 임마! 그만 해! “

예슬이 당황해서 어버버 할 동안, 같이 온 남자가 그를 말리고 그녀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이 녀석이 많이 취해서요… 야, 여기 그런 데 아냐! “
“아, 아뇨… 괘, 괜찮습니다… “

그 날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는 그 날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그 바에 찾아왔다. 그리고 찾아올때마다 그녀에게 추근덕대다가 점장에 의해 쫓겨나곤 했다. 쫓겨나기를 몇 주, 그는 바에 찾아오지 않았다.

“휴… 그 사람, 이제 안 보이네요. “
“점장님꼐서 매번 내보내셨거든. 아마 자기도 잘못한 걸 깨달았겠지… 오늘도 수고했어, 예슬씨. 칵테일 만드는 솜씨가 꽤 늘었는데? “
“아니예요. 저, 이만 가 볼게요. “
“그래, 들어가. “

퇴근하려고 바 입구로 올라갔던 그녀를, 그는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는 듯,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 그 날은 천만다행히도 쓰레기를 버리러 갔던 동료가 발견해서 무사히 퇴근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기 전까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어야 했다. 퇴근을 동료가 도와주거나, 남동생이나 아빠가 데리러 오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그녀가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그녀가 바를 그만 두기로 결정한 날, 점장은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손님들 말상대도 곧잘 해 주고, 칵테일 만드는 법도 금방 익혔던 정말 소중한 직원인데 추근덕대는 손님 하나떄문에 그 직원을 잃게 되었다.

“그 손님이 퇴근할 떄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
“몇 주동안 쫓겨나더니 안보여서 안심했더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래요. 동혁이 형이 못 봤으면 큰일날 뻔 했다니까요… “
“그래…? “

바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후로도, 한동안 그녀는 바 근처로는 가지도 못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도 무사히 졸업할 예정이고, 인턴십도 진행하면서 그녀는 차곡차곡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턴십을 하면서, 그녀는 같은 과 동기를 알게 됐고 같은 직장이었던 그와 일응 하면서 알게 모르게 호감이 생겼다. 아쉽게도 인턴십 결과 그녀는 떨어져서 다른 직장으로 가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연인으로서 기쁨과 슬픔을 함꼐 한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집에 인사를 간 순간,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

“자기야, 인사해. 이분이 우리 엄마. 아버지는 퇴근중이라 좀 이따 오신대. “.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님. “
“어서 와요. 지훈이한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아가씨 자랑 많이 들었어요. “
“여- 뭐냐, 결혼할 사람이야? “
“응. 내가 오늘 데려온다고 했던… “
“아아… 만나서 반가워요. 지훈이 형 되는 사람입니다. “
“!!”

그녀가 바에서 일할 동안 추근덕댔던 사람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의 형이었다.

인사를 어떻게 하고,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집으로 가면서 오늘 어땠냐며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목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는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그의 형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나 그에게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던 그날 밤,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보고싶었어. ‘

그였다.

그녀는 순간, 그 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가게에 들어와서 추근덕거리던 것도, 몇 번이나 거절했음에도 튕기는 거라며 불쾌한 스킨십을 시도하던 것도, 그리고 가게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과 같이 나오는 걸 보고 혀를 쯧, 차고 가버린 것까지.

‘내 동생도 너 바에서 일했던 거 알아? ‘

손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뭘 원하는건지 묻자, 그는 그녀가 바에서 일했던 과거를 말하지 않는 대신 하루만 같이 자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녀가 답장이 없자, 온갖가지 음담패설을 그녀에게 보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그녀의 전화기가 울릴때마다 그의 문자가 와 있었다. 심지어 그는 대범하게도, 그녀와 남자친구가 만날 동안에도 그런 문자를 보냈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바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나…? 별로 상관 없잖아. “
“아니, 난 상관 있어. 자기야, 이거 한 번 볼래? “
“……! “

그는 그녀의 전화기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형이라는 사람이 제수씨가 될 사람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이 사람은 내가 아르바이트 할 때부터 이런 식으로 추근덕대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가게로 찾아와서 추근덕대다가 쫓겨난 뒤로는 가게 앞에서 내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후로는 괜찮았지… 너네 집으로 인사를 가기 전까지는. “
“그럼, 형이 그래서 나한테 네 번호를…… “
“네가 알려준거야? “
“아니… 예비 제수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알려달라길래… “
“…… “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해, 자기야. 그런 줄 알았더라면 번호는 가르쳐주지도 않았을거야. 우리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
“…… “
“미안해, 내가 형 대신 사과할게… 그러니까 결혼하지 말자는 얘기는 좀 더 생각해보자, 응? “
“그럼, 어머님, 아버님께 전부 다 말씀드리고 결혼식에 너네 형 오지 말라고 할 수 있어? 앞으로도 너네 형 안 볼 수 있어? “
“자기야…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 “
“역시 안되겠다. “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그도 똑같은 고통을 겪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끔찍한 인간이군요. 좋아요, 의뢰는 들어드리죠… 사라지는 건 간단해요. 핸드폰 번호와 이름 주소지를 바꾸고 깔끔하게 사라지시되, 정말 믿을만한 지인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세요. 고통은 저희 쪽에서 안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저, 정말요? 가, 감사합니다! “

도희는 자신의 눈 앞에 찾아온 의뢰인을 바라보았다.

“그 의뢰는 들어드릴 수 없겠네요. “
“어, 어, 어째서죠? “
“예슬씨는 당신보다 먼저 이 곳을 찾았습니다. “
“예슬이가요? 뭐, 뭐라고 했나요? “
“그것까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녀가 어떤 고통을 갖고 있는지는 알고 계셨지만, 그녀를 당신의 형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었어요. 당신 형이기 이전에 그녀를 괴롭힌 사람이지만, 가족이니까 계속해서 만나게 할 거잖아요? “
“……! “
“결혼이라는 건 단순히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남은 여생을 지내며, 비바람이 칠 때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맑은 날은 웃음을 함꼐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를 괴롭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막아주거나,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보듬어주며 죽음이 두 사람을 가를때까지 함께하는것이예요. 그런데, 당신은 뭘 하셨죠? “
“…… “

지훈이 돌아가자, 그녀는 권속으로 있던 바퀴벌레 한 마리를 같이 보냈다. 그리고 바퀴벌레에게 형이라는 사람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알아올 것을 지시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지훈은 집으로 힘없이 돌아갔다.

“못 찾은게냐? “
“…… “
“어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니… “
“아버지,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그래, 말해보거라. “
“그 사람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
“이유를 알게 됐다고? “

그는 그녀에게서 들었던 것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자신의 형을 만났고, 자신의 형이 그녀에게 계속 추근덕대는 것도 모자라 스토킹을 했으며, 집에 인사를 온 후로는 각종 음담패설을 하면서 문자로 추근덕댔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과 결혼하려면 형을 죽는 날까지 아예 보지 않아야 한다고 했던 것까지.

“지혁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
“저, 형이 그 사람한테 보낸 문자를 전부 봤어요. 사람이 사람한테, 그것도 예비 제수씨한테 보낼 문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문자였습니다. 차마 입에 담을수조차 없었어요. “

그는 혹시 몰라 예전에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문자를 부모님에게 보여드렸다. 문자를 확인한 부모님 역시 사색이 되었다. 우리 아들이 이럴 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좀 날라리같은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착실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왔어-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으악! “

지훈의 아버지는 지혁이 들어옴과 동시에 따귀를 철썩, 때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사람이야? 예비 제수씨한테 추근덕거린 걸로도 모자라서 스토커 짓까지 해? 난 뉴스에서나 보던 일인 줄 알았는데 니가 그런 짓을 해?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
“내가 뭘 어쨌다고! “
“니가 그 애한테 한 짓, 지훈이가 보여줘서 알게 됐다. “
“형떄문에 파혼됐고, 그 여자는 사라졌어. 다 형때문이야… 그 떄 번호를 가르쳐주면 안되는건데… “
“그게 왜 내 탓이야? 애초에 바에서 일하면서 그런 것도 감안 안 했다는 게 말이 돼? 그리고, 내가 맘에 들어서 고백해준다는데 지가 뭔데 거절해? “
“어휴… 최지혁, 너는 오늘부로 이 집에서 나가라. 난, 아들은 지훈이 하나 있는 셈 치겠다. “

지혁은 맨몸으로 전화기 하나 달랑 들고 집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지혁이 집에서 쫓겨나는 걸 확인한 바퀴벌레가 집으로 돌아오자, 도희는 지혁의 신상 정보를 금방 알아내었다. 그리고 그에게 집착하다가 연락이 끊어져버린 여자가 있다는것까지 알아챈 도희는, 현동을 시켜서 그녀에게 접근했다.

“지혁오빠랑 잘 되게 이어주신다고요? “
“네. “
“그런데, 누구신데 저를 이어주시겠다고 하는 거예요…? “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장현동이라고 합니다. 지혁씨 직장 동료예요. 지혁씨한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렛 보냈던 것도 봤어요. 지혁씨는 그 초콜렛, 먹기 싫다고 저희한테 하나씩 돌렸지만요… “
“어떻게 그 초콜렛을 만들었는데… 용서 못 해요… “
“저도 정말 맛있게 먹었고, 먹으면서 다른 동료들도 이렇게 맛있는 걸 왜 거절하냐고 한소리씩 했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지혁이놈이 아직 유영씨의 매력을 몰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어드릴게요. “
“정말요? 감사합니다! “

현동은 유영을 도와주겠다면서 지혁이 예슬에게 했던 행동들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이대로만 하면 지혁이 홀딱 반할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침 지혁이 혼자 지내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주면서.

“지혁오빠가 집에서요? “
“집에서 나왔다고는 하는데,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얘기해 주지도 않고, 그냥 집들이 할테니 올거냐고만 물었어요. “

며칠 후, 회사 식구들을 초대하기로 한 날이 되자 지혁은 장을 봐 왔다. 그런데 도어록을 열고 지혁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 음식을 만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네, 이 집엔 나 혼자뿐인데. 설마 엄마가 온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던 지혁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너… 네가 여길 어떻게… “
“이제 왔어?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오빠. “
“……! “
“오빠, 딴 년한테 추근덕댔더라…? 내가 나만 바라봐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너무해… 내가 보내 준 초콜렛도 회사 직원들한테 다 줘버렸다면서…? 난 기껏 사랑을 가득 담아서 만든건데… “
“그, 그, 그게…! “

신고를 하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전화기는 어느새 유영의 손에 있었다.

“도, 돌려줘! “
“안 돼~ “

전화기를 뺏은 그녀는, 전화기의 전원을 끈 다음 무심한 듯 바닥으로 툭, 던졌다.

“오빠,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게? 응?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