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5. 주위에서 들었거나 직접 겪어본 기묘한 물건 이야기 해보자

1: 20XX/12/18 22:00:01 ID: QWRVCMUe8V
주변에서 들었거나 직접 겪어본 기묘한 물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단 나부터.

왜 걱정인형 이라고, 잠들기 전에 걱정거리를 얘기하고 자면 인형이 대신 걱정해준다고 하잖음? 그런 게 우리 집에도 있어. 아버지 친구분이 결혼 선물이라고 과테말라에 출장갔다가 사오신건데, 현지인들이 만든 물건이라서 그런 건지 되게 영험한 물건이었음. 지금은 힘이 다했는지 보통 인형이지만…

나는 예정일보다 좀 일찍 나와서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는데, 그 때 어머니가 걱정인형에게 처음으로 내가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더니 이루어졌어. 그래서 지금은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함. 그러다가 내가 여덟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 회사가 급격하게 기울어서 우리도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였었는데 걱정인형이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줘서 회사가 겨우 회생했고 지금은 꽤 큰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2: 20XX/12/18 22:10:05 ID: XJBDhARwWv
1>>
사장님에게는 네 아버지가 거의 은인이었겠네.

3: 20XX/12/18 22:11:10 ID: QWRVCMUe8V
2>>
그렇지.

걱정인형이 도와준 덕분인건지, 처음에는 아버지가 실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제일 오래 거래하는 거래처를 데려온 사람이 아버지였어. 그래서 아버지가 이직하거나 하면 다 거래처 바꿀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잘해주심. 걱정인형은 하나 더 있었는데 세번째 소원은 어머니가 나 몰래 빌었는데, 좋은 여자 만나서 건실한 가정을 꾸리게 해 달라고 빌었대. 그래서 이제 더는 소원 못 빌어.

4: 20XX/12/18 22:12:06 ID: EmeTqwTsU1
1>>
그 친구분도 이 얘기 알아?

5: 20XX/12/18 22:13:45 ID: QWRVCMUe8V
4>>
ㅇㅇ. 회사 망할뻔했는데 인형 덕분에 철밥통 거래처 생겼다는 얘기 듣고 신기해하셨음. 그때 아버지가 고맙다고 소고기 사셨다고 들었음.

6: 20XX/12/18 22:19:56 ID: fyinhOuibP
1이랑 반대 케이스인데, 내가 겪은 얘기임.

우리집 다락방에 있는 낡은 일본 인형은 절대 던지거나 하면 안 된다고 들었어. 그 인형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는데, 그 인형이 다쳐서 어딘가가 빠지거나 하면 인형을 다치게 한 사람도 조만간 똑같은 부위를 다치게 된대.

사촌중에 좀 말 안듣고 나대는 애 있었는데 그 인형 목 뽑았다가 며칠 후에 처참하게 죽었음. 나는 장례식장도 못 가게 하고 부모님만 다녀오셨는데, 주워들은 얘기로는 차도에서 넘어졌는데 큰 트럭이 못 보고 지나가서 얼굴을 심하게 갈렸다고 했나… 발견했을 때 머리랑 몸통이 분리되어 있었다고 했음.

대신 가끔 인형에 앉은 먼지를 닦아주거나 하면 꽁돈이 생기거나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기도 했음.

7: 20XX/12/18 22:32:35 ID: M2JUhRgNKY
친구네 집에 달마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작은 석상이 하나 있음. 마당에 있는건데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부모님이 이 집을 샀을때부터 있었다고 했던 것 같음.

그 친구가 키도 작고 소심해서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걔 괴롭히는 애들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석상에게 점심 급식으로 나왔던 빵이랑 집에 오면서 산 과자를 바치고 하소연했더니 다음날 갑자기 걔네들이 사과했다고 했음. 뭐라던가… 꿈에 무시무시한 장군이 나와서 한번만 더 괴롭히면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갔다던데?

8: 20XX/12/18 22:34:01 ID: QWRVCMUe8V
7>>
뭐가 깃들었는지는 몰라도 그 친구가 바친 빵이랑 과자를 공물로 받아들이고 소원을 들어줬나보네.

9: 20XX/12/18 22:46:13 ID: M2JUhRgNKY
8>>
그 동상에 진짜 뭔가 있는 것 같긴 해.

전에 살던 사람도 아들이 있었는데, 그 동상을 발로 찼다가 다리 크게 수술했던 걸로 기억함. 나도 들은 얘기라 잘은 모르는데, 왼발로 동상을 찼는데 그날 꿈에 무시무시한 장군이 나타나 칼로 왼쪽 다리를 싹둑했고, 그 다음에 크게 다쳤다고 했음.

일단 한가지 확실한건 어찌어찌 치료는 했는데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다고 들었음. 그래서 배리어 프리 하우스? 그런거 짓는다고 땅 사서 집 짓고 이사간거랬고.

10: 20XX/12/18 22:48:02 ID: fyinhOuibP
그런 거 함부로 건드리는 건 좋지 않지, 암.

11: 20XX/12/18 22:58:24 ID: EmeTqwTsU1
형 친구가 산에 갔다가 새 런닝이랑 쌀, 돈봉투가 든 봉지를 발견했음. 얼씨구나 하고 돈봉투에 있던 돈만 빼서 챙기고는 꽁돈 생겼다고 치맥 먹고 잤는데, 꿈 속에서 어떤 여자가 노려보더래.

그 형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데 그 뒤로 진짜 까딱하면 요단강 편도 횡단할 뻔 했음.

12: 20XX/12/18 23:00:03 ID: D4e9tvU1Vi
11>>
그 형 살아있음?

13: 20XX/12/18 23:03:53 ID: EmeTqwTsU1
12>>
형 친구 엄마가 하도 이런 일이 생기니까 이상해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는데, 무당이 다짜고짜 객사한 원혼 노잣돈을 훔쳐서 지 뱃속을 채웠으니 이 사달이 난다고 호통부터 쳤다고 함.

월급 타자마자 빳빳한 새 돈으로 자기가 쓴 만큼 뽑아서 봉지 주웠던 자리에 두고 왔더니 괜찮아졌다고 함.

14: 20XX/12/18 23:16:02 ID: 6Sf7U8mbZT
집에 상당히 오래 된 핸드폰이 있는데, 이게 가끔 전화벨이 울려.

근데 전화가 울릴수가 없는게 유심도 없고, 배터리가 없어서 애초에 전화가 켜지지도 않음.

15: 20XX/12/18 23:17:00 ID: o1NJ06VnpB
14>>
받아본 적 있어?

16: 20XX/12/18 23:19:30 ID: 6Sf7U8mbZT
15>>
무서워서 안 받아봤어.

엄마는 한번 받았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할머니가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시고 끊었댔음. 그 다음날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해서 나도 사흘간 학교 쉬었고.

17: 20XX/12/18 23:21:04 ID: o1NJ06VnpB
16>>
주변 사람이 죽기 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울리는거 아닐까?

18: 20XX/12/18 23:22:02 ID: 6Sf7U8mbZT
17>>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꼭 그 전화기로 전화를 받고 나면 부모님이 장례식장에 가셨거든.

19: 20XX/12/18 23:36:18 ID: o1NJ06VnpB
집 문앞에 빗자루가 하나 있는데 불청객이 찾아오면 그걸로 두들겨 패면 직방임. 이게 맞으면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불청객이 다시는 안 오게 하는 힘이라도 있는건가 싶더라니까.

누나 첫 남친이 완전 개차반이어서 나중에 거의 고소까지 갔었는데, 그때 누나 첫 남친이 제발 고소 취하해달라고 찾아왔다가 그 빗자루로 엄마한테 쳐맞고 쫓겨났거든. 그러고 나서 누나가 승소했다는 소식이랑 떼인 돈에 위자료까지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 남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몰랐거든.

근데 나중에 누나 친구가 얘기하기로는 떼인 돈이랑 위자료 갚는다고 사채빚 졌는데 그거 갚는다고 끌려갔댔나… 아무튼 그랬음. 그때 엄마가 빗자루로 그새끼 패면서 너는 우리 딸 속썩인만큼 빈털터리로 살다가 아주 비참하게 뒈져버리라고 했는데 말이 씨가 됐지 뭐야.

20: 20XX/12/18 23:37:01 ID: QWRVCMUe8V
19>>
다른 썰 없음?

21: 20XX/12/18 23:46:37 ID: o1NJ06VnpB
20>>
엄마한테 자꾸 종교 권유하러 왔던 종교쟁이 그 빗자루로 등짝 때리면서 그놈의 신 너나 실컷 믿고 지옥에나 쳐 떨어지라고 했는데 그 뒤로 안 와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헌금이랍시고 교주가 돈 왕창 뜯어가고 먹튀해서 망한거랑 아빠한테 사기쳤던 사람이 뻔뻔하게 찾아왔길래 그 빗자루로 패면서 남 등쳐먹은거 백배천배로 내고 여기서 꺼지라고 했는데 사기로 번 돈 다 코인에 부었다가 쫄딱 망한 건 있음.

22: 20XX/12/18 23:48:03 ID: XJBDhARwWv
21>>
악을 쓸어버리는 빗자루… ㄷㄷ

23: 20XX/12/18 23:59:52 ID: 9asdVbwZPt
들었던 것 중에서는 도쿄 K 중학교에 있는 귀신 거울 얘기가 압권이었지.. 이지메당했던 학생이 울면서 자기 괴롭히는 사람들 죄다 죽여달라고 했더니 진짜로 다 죽였대. 몰살도 아니고 한번에.

24: 20XX/12/19 00:02:01 ID: XJBDhARwWv
23>>
아, 그 거울 아직도 있다고 들었음. 보면 죽는다는…

25: 20XX/12/19 00:13:31 ID: rAfpk3Kg1i
친누나가 절친한테 팔찌였나… 받아서 착용하고 다녔었는데 그 뒤로 이상하게 일이 잘 안 풀렸음. 남자친구랑도 되게 사이 좋았는데 몇 번 싸우고… 그랬는데 어느 날 기묘한 예언가를 만났더니 예언가가 그 팔찌만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될거라면서, 저주에 자신을 옭아매는 건 좋지 않다고 했었음.

그래서 누나가 이거 절친이 준 팔찌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그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거라면서 팔찌에 얽힌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올때마다 누나 머리카락 떨어진 걸 모아서 실이랑 엮어서 저주 팔찌를 만들었다고 함.

누나가 빡쳐서 연락했더니 그 친구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기묘한 예언가 만나고 왔다니까 그제서야 불었는데, 누나 남자친구… 지금은 매형이지. 매형을 그 친구도 좋아하고 있었는데 매형이 우리 누나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함. 자기가 더 예쁜데 어떻게 너같은 걸 좋아하냐는 얘기를 듣고 누나가 팔찌를 빼서 그 자리에서 태워버렸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어지더래. 그 뒤로 누나도 공통 지인에게 다 얘기하고 그 친구 차단해서 소식은 몰랐음.

근데 결혼식날 누나 친구 통해서 듣기로는 그 친구가 누나한테 걸었던 저주가 되돌아온건지 그 뒤로 크게 다쳐서 얼굴에 흉터가 남았다고 함. 흉터 한번에 제거는 힘들어서 주기적으로 성형외과 가서 수술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힘든 모양이더라고.

26: 20XX/12/19 00:16:03 ID: 9asdVbwZPt
25>>
그거 태워도 괜찮았던거임?

27: 20XX/12/19 00:16:59 ID: rAfpk3Kg1i
26>>
기묘한 예언가가 태워버리라고 했대. 그거 그냥 버리면 안되고 반드시 태워야 한다고.

28: 20XX/12/19 00:34:15 ID:lBOCZjVxrO
집 다락방에 큰 구체관절 인형이 있어. 여자 인형이고 전용 트렁크도 있음.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악령이 깃든 인형이니까 절대 만지지 말고, 어쩌다 만지게 되더라도 절대 인형을 망가뜨려서는 안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음. 가끔 다락방에 올라가면 시선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악령이 이 쪽을 보고 있었던걸지도…

지금은 건장한 청년이지만, 어릴때는 키도 작고 소심해서 날 괴롭히는 애들이 있었음. 근데 어차피 부모님한테 얘기하건, 담임한테 얘기하건 해결은 안 되고 역효과만 날 게 뻔하니까 졸업 언제 하나… 하면서 참고 지냈지.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울고 있는데, 어디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여자 목소리로 왜 우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엄마인 줄 알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목소리는 엄마가 아니니까 전부 얘기해도 된다고 했어. 그래서 괴롭힘 당하고 있었던 걸 전부 털어놓았지.

목소리는 그 애들을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했고, 나는 그 애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29: 20XX/12/19 00:37:18 ID: M2JUhRgNKY
28>>
인형에 깃든 무언가가 협박한 거 아니냐…

30: 20XX/12/19 00:50:15 ID:lBOCZjVxrO
29>>
협박도 아니고 그냥 노빠꾸로 죽였음.

나를 주로 괴롭히던 애들이 여섯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리더격인 애는 하교길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어. 등교길이 경사가 꽤 심해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했는데 그거 무시하고 탔다가 속도 제어를 못해서 도로로 튀어나갔고, 큰 트럭에 치여서 꽤 처참했다고 들었음. 걔네 어머니가 시신 보고 기절했대.

나머지 다섯명도 지금은 전부 죽었는데, 일단은 사고사고 시신이 상당히 처참해서 걔네들 부모님 다 보자마자 기절했음. 하나는 열차에 치여서 죽었고, 하나는 학교 뒷산에서 놀다가 들개를 잘못 건드려서 공격당해 죽었고, 하나는 가족 여행 갔다가 다리였나 낭떠러지였나… 아무튼 거기서 떨어져서 죽었고, 하나는 중학생때 따돌림 당해서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하나는 고압 전선 잘못 건드려서 감전당해서 말 그대로 타죽었어.

31: 20XX/12/19 01:01:00 ID: fyinhOuibP
30>>
너 괜찮음? 보통 그런 존재들은 뭔가를 받아가게 마련인데…

32: 20XX/12/19 01:06:23 ID:lBOCZjVxrO
31>>
걔들을 저주하는데 내 수명이라도 갖다 쓴건지 이 나이에 암 말기랜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몸이 이상해서 검사 받으러 갔더니 대장암 말기 진단 받았음. 그런데 우리 집에 암으로 죽은 사람은 한명도 없어.

33: 20XX/12/19 01:08:19 ID: M2JUhRgNKY
32>>
죽은 애들 스케일을 보면 그 정도로 끝난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34: 20XX/12/19 01:10:08 ID: 6Sf7U8mbZT
32>>
의사는 뭐래? 치료 받으면 괜찮대?

33>>
우리 이모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아는데 말기 되면 ㄹㅇ 고통스러움. 진통제부터 마약성으로 처방하는데 그걸로도 고통을 덜 수 없을 정도라나…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병문안 갔을 때 이모 아무 말씀도 못하셨어.

35: 20XX/12/19 01:12:32 ID:lBOCZjVxrO
34>>
암이 너무 퍼져서 수술은 힘들고 항암치료는 받는 중인데 썩 진전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