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를… ”
“헤헷, 괜찮아. 어차피 길고양이들인데 뭘. 동네 아저씨들도 발로 차고 그러니까 상관 없어. ”
중학쌩 쯤 돼 보이는 소년이 장난감 총을 고양이에게 겨누고 마구 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친구가 만류하는데도 아랑곳 않고 팡팡, 고양이에게 총알이 맞을 때마다 소년은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고양이는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침 볼일이 있어서 나가던 코우기가 목격했다.
“야, 임마! 니들 뭐 하는 짓이야! ”
“!!”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때릴 기세로 코우기가 달려들자, 두 소년은 도망갔다. 코우기는 소년들이 도망간 자리를 살폈다. 비비탄 총알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어 있었고, 고양이는 한쪽 눈을 뜨지 못 하는 상태였다. 한쪽 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비비탄에 맞은 모양이었다.
“하여튼, 어른들이 이러니 애들이 뭘 보고 배워… ”
고양이를 돌봐주고 싶었지만, 손이 닿으면 고양이가 얼어버리는데다가 고양이도 후다닥 도망쳐버려서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돌아 가는 그를, 먼 발치에서 하얀 고양이 하나가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냥… 하지만 우리는, 나쁜 인간들에게 복수한다냥… ”
그리고 며칠 후.
코우기는 괴담수사대의 사무실로 출근했을 때, 저번에 만났던 그 소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옆에는 그의 어머니도 있었다. 소년은 한쪽 눈에 안대를 찬 채 미기야와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사무실로 들어서는 코우기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듯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네녀석, 여기 의뢰하러 왔냐? ”
“코우기 씨, 이 소년을 아세요? ”
“알다마다요. 며칠 전에 길고양이에게 비비탄 총을 쏴제끼던 걸 봤거든요. 그 때, 고양이는 결국 한쪽 눈을 잃었어요. ”
“…… ”
코우기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소년의 엄마는 소년의 등짝을 짝, 소리가 나도록 세게 후려쳤다.
“도대체 총은 또 언제 산 거야? 너 이 녀석, 집에 가면 그 총들 다 버릴 줄 알아! 이러다가 얘가 아주 사람 잡겠네, 잡아. 너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
“아, 아! 아 왜 그래! 어차피 길고양이들은 쓰레기라고 다들 걷어 차면서! ”
“너 엄마가 그런 거 보고 배우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너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래? 어휴, 정말…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너, 당분간 용돈 없을 줄 알아! ”
“치잇, 그깟 고양이가 뭐라고… ”
“이 자식이 그래도 정신 못 차리지? 너 임마, TV에 나오는 살인자들이 어릴 때 동물 학대 많이 했다는 얘기 들었어, 못 들었어? 그리고 뭐? 그깟 고양이? 어른들도 발로 차? 임마, 그건 그런 짓 하는 어른들이 잘못된 거지,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고 앉아 있냐? ”
소년과 엄마의 얘기를 듣던 코우기가 소년의 뒤통수를 빡, 소리가 나게 쳤다. 그러자 소년의 뒤통수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너 임마, 동물들 함부로 괴롭히다가 나처럼 되는 거야. 나처럼 저주 받아서 만지는 것마다 다 얼어붙고, 그것 때문에 먹지도 마시지도 잠들지도 못 하면서 살아볼래, 어? ”
“시끄러워. 뱀 죽이고 저주 받은 게 뭔 자랑이라고… 너도 저 꼬맹이랑 다를 바 없어. 애초에 저 꼬맹이처럼 처음에는 거슬린다는 이유로 아무 감정 없이 괴롭히다가 나중에는 거슬린다고 죽이고 하는 거야. 그게 동물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 가면 살인자 돼서 신문에 나는 거고. ”
파이로의 한 마디에 장내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그래서 이 녀석 눈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지, 그거나 말해. 잘잘못은 집에 가서 이 녀석 엄마가 가릴 거니까 넌 신경 끄고. 너나 이 녀석이나 제 3자가 볼 때는 도긴개긴이야. ”
“…… ”
“…… ”
“흠, 흠, 그랬죠, 참…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겼길래 눈을 안대로 가린 거야? ”
“그게… 그 뒤로 하얀 고양이에게 습격을 당해서 왼쪽 눈을 공격당했어요… 그 뒤로는 왼쪽 눈이 안 보이고… ”
“그래…? 잠깐, 안대를 좀 벗어볼래? ”
다른 사람이 보기에, 소년의 눈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눈에 무언가의 손톱 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눈이 손상되거나 한 게 아니라, 손톱 자국이 마치 풍선껌 판박이로 붙여놓은 것처럼 눈동자 위를 덮고 있었다. 그 뒤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주변에는 눈병에 걸렸다고 둘러대었지만, 그 뒤로 집을 나설 때마다 고양이들이 귀신같이 알고 덤벼든다고 했다.
“하얀 고양이라… 고양이들의 대장 같은 건가 보네요. ”
“평범한 고양이가 눈알에 스크래치 자국 남기는 거 봤냐. ”
“아무래도 그 때 공격당한 고양이의 원한이 아닐까요? 코우기 씨, 그때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됐어요? ”
“도망쳐서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가 아니었어요. 전체적으로 노란 색이라고 해야 하나… 줄무늬가 있고요.. ”
“그럼 일단 공격한 고양이는 아니라는 건데… 그 하얀 고양이, 하얀 거 말고 다른 특징은 없었어? ”
“하얀 거랑, 꼬리가 두 개인 것 말고는 없었어요. ”
“꼬리가 두 개… 그럼 네코마타인가…… ”
“네코마타…? ”
“고양이 요괴입니다. 오래 산 고양이가 네코마타가 된다고 하죠… 아무래도 네코마타가 저주를 내린 게 분명해요. ”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네코마타를 잘 구슬린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당장은 힘들어. ”
네코마타의 저주라니, 게다가 당장은 힘들다니. 옆에서 소년의 낯빛이 사색이 될 동안 소년의 엄마 역시 낯빛이 어두워졌다.
“부탁입니다, 제발 어떻게든 해 주세요. 저희 아들 대신 제 눈이라도… ”
“엄마… ”
“어머님, 이건 일단 아드님을 공격한 네코마타를 포획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네코마타를 포획하는 대로 저희 측에서 연락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시고 일단 아드님과 함께 돌아가세요. ”
“하지만… ”
“섣불리 나섰다간 네 아들이 위험해 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 쪽에 맡기고 일단 돌아가. 네코마타와 교섭을 하려면 그 녀석을 만나야 하지만, 그 녀석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거든. …그런 녀석이 덮칠 정도라면 너, 상습적으로 학대한 모양인데 이참에 반성 좀 해라. ”
“네…… ”
모자를 돌려보낸 후, 파이로는 얼마 전에 무라사키에게서 받은 거미줄을 엮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쪽 끝에는 작은 깃털같은 것을 엮고, 다른 쪽은 가위 손잡이에 묶었다.
“이게… 뭔가요? ”
“네코마타가 요괴라고는 해도, 어쨌건 고양이는 고양이. 인터넷에서 보니까, 고양이들은 이런 장난감을 좋아하더만. 게다가 요즘은 편의점에서 고양이 사료도 판단 말이지… 이 정도면, 녀석을 꾀어내는 건 일도 아니겠군. 그리고 네녀석도 같이 가 줘야 겠다. ”
파이로가 코우기를 가리키자, 코우기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저요? 네코마타를 얼리면 되나요? ”
“그게 아니지. 너, 그 꼬맹이가 고양이를 공격할 때 니가 제지했잖아. 그 꼬맹이를 봤으니까 네코마타가 그 녀석을 공격했을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 때 제지한 너도 분명 봤을거야. …아, 그럼 낚싯대 손잡이를 다시 만들어야겠군… 아무튼, 기다려봐. ”
잠시 후, 밖에서 나뭇가지와 웬 봉투를 주워 온 파이로는 코우기를 데리고 그때 그 골목으로 갔다. 비비탄은 없었지만, 한쪽 눈을 맞은 고양이의 핏자국과 발버둥 친 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씁쓸하군… ”
파이로는 봉투에서 고양이 사료를 꺼내 캔 뚜껑을 뜯은 다음, 뜯은 뚜껑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코우기에게 사무실에서 만들었던 깃털 낚싯대를 건네며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면 눈앞에서 흔들라고 지시했다. 코우기를 남겨두고 담벼락 뒤에 숨어있자, 잠시 후 하얀 고양이가 나타났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덩치가 꽤 커보이는 그 고양이는, 두 갈래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저 놈이군. ‘
하얀 고양이는 사료캔을 뚝딱 해치우고는, 코우기가 들고 있는 낚싯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코우기가 반가운지 다가와 다리를 연신 부벼댔다. 깃털 낚싯대가 흔들리자 그것을 잡으려고 파닥파닥 정신없는 사이, 파이로는 살금살금 다가와 하얀 고양이를 낚아챘다. 고양이가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지만, 허사였다.
“이게 무슨 짓이냥! ”
“말을 하는 거 보니 이 녀석이 네코마타가 맞군. ”
“냐앙- 살려줘냥! ”
“어허, 잠자코 사무실까지 가자. 현행범으로 체포할것이다. ”
“냥… 냐앙!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는 네코마타를 의자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네코마타는 의자를 마다하고 코우기의 곁에 있었다.
“어디 푹신한 거 없나… ”
“필요없냥! 나는 고양이가 아니다냥! ”
“어이, 낚싯대 흔들어라. ”
“…… ”
“냐냐냐냥! ”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가 아니라고 하던 네코마타는 낚싯대에 정신이 팔려 푹신한 방석이 있는 의자에 올라가게 됐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 의자에 부적이 붙어 있다는 사실 역시.
“냥! ”
“역시 고양이… ”
“아니다냥… 오호, 푹신하구냥… ”
“어쩄든 연락해. 네코마타 잡았다고. ”
“네. ”
미기야가 준혁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 동안, 네코마타는 의자에서 한갓지게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펄쩍, 뛰어내린 네코마타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한 바퀴 돌자, 그것은 하얀 머리칼을 가진 여자로 변했다. 하지만 그루밍이나 다른 행동들은 고양이 같았고, 게다가 머리의 고양이 귀나 엉덩이의 꼬리도 그대로 있었다.
“벼…변신할 수 있었어…? ”
“냥, 이 정도는 기본이지냥. 그래서, 나를 잡아 온 이유가 뭐냥? ”
“잠깐 기다리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 동안 낚싯대라도…? ”
“나는 고양이가 아니… 냥! 냥! 저거 잡을거다냥! ”
그리고 잠시 후, 준혁과 엄마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낚싯대에 정신이 팔려 있던 네코마타는 사무실로 들어온 준혁을 보자마자 연신 하악질을 하더니, 여차하면 공격할 태세였다. 그런 준혁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자, 코우기는 다시 낚싯대를 흔들었다.
“쟤 저러다 평생 낚싯대 흔들게 생겼네… ”
“그러게요… ”
그리고 준혁의 엄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네코마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연신 사과를 했다.
“네코마타님, 제발 저희 아들을 용서해주세요… 차라리 제 눈을 가져가세요… 저 애는 제가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하겠습니다, 제발… ”
“냥? 저 녀석의 엄마가 너였냥? ”
“…너 저 사람 알아? ”
“그렇냥. 가끔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던 사람이다냥. …그런데 어째서 저런 녀석이 나온건지 모르겠구냥… ”
“…… ”
“안타깝지만 나는 그 저주, 절대 풀어줄 생각이 없다냥. 그 동안 네 아들때문에 눈을 잃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보상할거냥? 그리고 네 아들때문에 아이를 잃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보상할거냥? 그리고 그 상처떄문에 결국 죽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할 거냥? ”
“…… ”
“네 아들이 소중한 만큼, 나는 우리 고양이들이 소중하다냥. 왜 우리는 박대받고 너희들은 박대하는 입장이어야 하는거냥? 도대체가 그러면서 우리를 데려가서 키우다가 버리는 인간들은 또 뭐냥? 나는 인간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냥. ”
옆에서 파이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녀석, 아주 상습범이구만? 거기다가 저 녀석 떄문에 죽은 고양이도 있다고? ”
“그렇다냥. 고양이들을 지켜보면서부터 유난히 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나 총에 맞은 듯한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이 많았다냥. 알고보니 저 녀석의 짓이었다냥. ”
준혁의 엄마는 바닥에 쓰러져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로는 우두커니 서 있는 준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뒷통수를 빡,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야, 이 자식아. 너 아주 상습범이냐? 내가 말했지. 그렇게 동물 괴롭히다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도 죽인다고. 그런데도 니 엄마는 제 자식 어떻게든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자식이라는 놈이 니 엄마 보고 아무렇지도 않든? 넌 이걸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해야 돼. 도대체가 너나 네놈들 동네에 있는 놈들은 뭔 생각으로 사는 지 모르겠지만, 학대하던 놈들은 나중에 학대받고 박대하는 놈들은 나중에 박대받는 법이야. 너는 그저 고양이들에게 총을 쏘는 게 유희였을 지 모르지만, 니 총질떄문에 죽은 고양이가 한둘이 아니야.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 ”
“엄마……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집에 가서 총이랑 비비탄도 다 버릴게요… 지금 이 자리에서 총을 다 망가뜨려버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
“우리들을 쏠 때는,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지냥? 내가 보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고양이를 쐈을테지냥? 좋다냥, 눈에 걸었던 저주는 풀어주지냥. 하지만, 그 상처는 영원히 가져가야 할거다냥. ”
“가,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그 말대로, 준혁의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뒤통수에는 무언가가 할퀸 듯한 자국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되었다.
“냐앙… 넌 좋은 인간이다냥. 내 집사가 되어라냥! ”
“저는 저주에 걸린 몸이라 그건 불가능한데요. ”
“너도 저주받은거냥? ”
“이 녀석, 이클립스에게 미움을 샀거든. ”
“그렇구냥… 그렇다면 나의 캔따개가 되어라냥! ”
“같은 말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