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5. Laplace’s game 1_수수께끼의 사건

「생명이 중요한지, 인기가 중요한지…
너희들은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망각한 척 하는 건가?

어쩌면, 기준을 바꾸어버리고 너희들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건 아니지? 」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B동 T 사거리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는……

“또 그 뉴스냐… ”

요즘 며칠 째, 똑같은 장소에서 하루, 이틀 간격으로 변사체가 발견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사인은 불명. 신원 역시 알 수 없도록 짓이겨져 있었지만 시체가 발견된 위치와 주변에 떨어진 전화기로 보건대, 휴대폰을 보느라 미처 차를 피하지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데도 남 일이라는 듯,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의문의 사체가 계속해서 벌견되고 있다. 그리고 아침이면 쭉, 똑같은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범인을 슬슬 잡을 떄도 된 것 같은데, 사고가 났다는 뉴스는 있지만 범인을 잡았다는 뉴스는 없었다.

“오너, 전화 왔어요. ”
“아, 응. ”

전화를 건네받은 미기야가 발신인을 확인했지만, 발신번호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 광고 전화겠거니, 수신 거부를 하자 또 다시 걸려온다. 몇 번이고 수신거부를 했지만 연거푸 전화가 걸려오자, 미기야는 짜증이 났는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괴담수사대죠? 의뢰할 일이 있는데… ‘
“괴담수사대는 맞는데, 그 쪽은 누구신데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거신 거죠? ”
‘제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일단은, 편하게 라플라스라고 불러주세요. ‘
“그래요, 라플라스 씨…… 의뢰 내용이 뭔가요? ”
‘아침마다 방영되는 뉴스, 아시죠? T 사거리의 의문의 변사체… 그 사건의 범인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네? ”

이게 무슨 소리야. 미기야는 황당한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범인은 물론 피해자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난감했다. 사고가 났다는 뉴스는 있지만 범인을 잡았다는 뉴스, 최소한 윤곽을 잡았다는 뜬소문도 돌지 않는 사건의 범인을 잡아달라고? 지금 장난하나?

“그 사건, 범인은 고사하고 피해자 신원도 파악이 안 된다면서요. 그런데 범인을 잡아달라고요? ”
‘네, 그렇습니다- 힌트를 하나 드릴까요? 피해자의 사체 옆에 있던 휴대폰, 본인 겁니다. ‘
“…… ”
‘그럼, 이만. ‘
“…… 뭐야, 진짜 뜬금없네. ”
“무슨 전환데 그래? 우후후- ”

어이가 없었는지, 미기야가 전화기를 소파에 휙, 던졌다. 마침 전화기 속에 있었는지 애시가 전화기 안에서 튀어나오면서, 소파에 떨어진 전화기를 주워들었다.

“애시 씨, 혹시 전화기 속에 있었어요? ”
“응. ”
“발신인 좀 찾아주세요… 진짜 살다살다 이런 황당한 전화는 처음이네. ”
“무슨 일인데? ”
“아침에 뉴스에 나왔던 T 사거리의 연쇄 사고 사건, 범인 잡아달래요. 이게 말이 돼요? 범인은 고사하고 피해자 신원 파악하는데도 수 일이 걸려요. 그런 사건의 범인을 잡아달랍니다. ”
“그런가… 그 전화,어째서인지 발신인에게 찾아갈 수가 없었어. 그나저나 의뢰 치곤 상당히 뜬금없네. ”
“그러니까요. ”

뭔가 이상했다. 익명으로 의뢰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거기다가 보통 의뢰를 할 때는 사무실로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름도 밝히지 않고 전화로 의뢰를 하다니. 거기다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그래도 의뢰니까 받기는 해야 할텐데… ”
“어, 아까 그 전화는 뭐였요? ”
“아…… 라우드 씨, 혹시 라플라스에 대해 아세요? ”
“라플라스…? 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

무언가를 생각하던 라우드가 갑자기 손가락을 딱, 튕겼다.

“맞아! 그러고보니 그런 소문이 있었어요. 자신을 라플라스라 밝히고, 탐정 사무소같은 데 몇 가지 의뢰를 해서 시험을 해 보는 사람이 있대요.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무슨 일로…? ”
“시험……? 그럼 아까 전화를 건 라플라스가 설마……? ”
“……? 그게 무슨 말이예요? ”
“사실은 아까,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었어요. 자신을 라플라스라고 밝히고, T 사거리에서 일어난 연쇄 사고 사건의 범인을 밝혀달라고 의뢰를 했죠… ”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우리가 타겟이 된 모양이네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들은 주워 모으는지, 참…… ”

전화를 건 사람이 소문의 주인공인 라플라스가 맞다면, 지금 우리가 타겟이 된 것일까? 아무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시험을, 지금 우리가 봐야 하는 걸까.

미기야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통과를 한다고 해도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모른다. 아무도 통과해 본 적이 없는 고난이도의 문제였다. 그런 인물의 타겟이 왜 우리가 된 걸까?

“라플라스가 의뢰를 하는 사람은, 라플라스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 사람이예요. 비록 통과 한 사람은 없지만… 그리고 어차피 그 사건 관련해서 의뢰가 들어올 것 같네요. ”
“……? ”

라우드가 말없이 문 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막 사무실로 들어선 정훈이 있었다.

“아, 형사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
“다름이 아니라, 의뢰할 일이 있어서요. ”
“흐음… 혹시 T 사거리 연쇄 사고 건인가요? ”
“어떻게 아셨습니까? ”
“아, 그게…… 그냥요. 웬지 그럴 것 같아서요. ”

정훈과 테이블에 마주앉은 미기야는 물을 한 잔 들이켰다.

“이 사건이 참 골때리는 게, 피해자의 주변에서 발견된 게 핸드폰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시신의 모습은 차에 치여서 사망한 게 아니었어요. 차가 단순히 치고 지나간 정도로 얼굴이 짓이겨지지는 않으니까요…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긴 해요. ”
“그리고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각이 3~4시였는데… 보통 그 시간에는 차가 잘 다니지 않죠.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거리 주변의 CCTV도 확인해보고 목격자들의 증언도 들었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차는 없었어요. 그리고 영상을 보니 뭔가 석연찮은 점도 있었고요… ”
“석연찮은 점…? ”
“네. CCTV를 조회해 본 결과,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끌려가는 것 같았어요. ”
“끌려간다…… 끌려간다라…… ”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끌려갔다.
그 시간대에는 차가 잘 다니지 않으니 금방 조회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근처 CCTV를 조회했을 때 차가 찍히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지나간 차는 없다.

그럼 대체 범인은 뭘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라…… 역시 뭔가 이상하네요. ”

정훈이 돌아가자, 기다렸다는 듯 애시가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끌려간 것 같았다고 했지? ”
“아, 깜짝이야… 네. ”
“역시 그렇다면… 냄새가 나. ”
“네? ”
“이거, 괴이의 짓이잖아. ”
“…네? ”
“생각해봐. 사망자는 대부분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어. 현장 주변에 전화기가 있었다면 아마 핸드폰을 보다가 변을 당한거겠지? 그리고 범인이 괴이라면 그 녀석은, 핸드폰을 보는 사람에게 무언가 악감정을 가진 게 분명해. ”

애시의 말대로라면, 이번 사건의 범인은 괴이가 된다. 핸드폰을 보는 사람에게 원한이 있든, 핸드폰 자체에 원한이 있든…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어찌됐건, 범인이 괴이라면 우리밖에는 잡을 사람이 없네요… 라플라스가 그걸 알고 의뢰를 했든, 모르고 했든간에… ”
“흐음… 그러고보니 나, 괴이를 못 먹은 지 오래 됐네… ”
“당신, 괴이도 먹어요? ”
“응. 상급 괴이들은, 다른 하급 괴이를 잡아먹기도 해. 후훗… 간만에 포식 좀 해 볼까…? 난 거울 속으로 들어갈게, 그 녀석이 나타나면 전화기를 통해 그 녀석을 비춰 줘. 그럼 내가 괴이를 먹어치울거고, 괴이는 사라질거야. ”
“아, 네… ”

미기야는 애시가 들어간 거울을 가지고 현장으로 갔다. 아직 자정이긴 하지만, 원래 한적한 곳인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차는 없었다.

“여기서 사건이 일어났지… ”

미기야가 핸드폰을 꺼내들어 화면을 보는 척 하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 미워…

-……너희들이…… 미워……

-……왜……아무도……

-왜……왜 다들……카메라를……

-어서……날……구해줘……제발……

-그딴 기기 내 눈 앞에서 치워버려!!!

한순간 날카로운 외침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진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무언가는 미기야를 향해 덤벼들어 미기야를 끌고 가려고 했다.

‘아차, 거울! ‘

미기야는 들고 있던 거울로 무언가를 비췄다. 그리고…

-네가 사건의 범인인 괴이구나. 아가야, 진정하지 않으면 내가 먹어치워버릴 지도 몰라?

거울 속에서 애시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언가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겁에 질린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서 애시가 나오자, 무언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다.

“식욕이 떨어졌어… 후훗. 넌 왜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죽여온거니? ”
“히…히이이이익!!!!!! 다, 당신…… 나, 날 먹어치울건가요? ”
“그렇게 겁에 질릴 필요 없어. 이미 식욕이 떨어졌는걸- 자,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얘기해봐. ”
“저는…… 저는…… 핸드폰이 너무 싫어요…… 그걸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 너무 싫었어요…… 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게…… 카메라들이었으니까…… ”

괴이는 원래 사람이었다가, 죽었다.
교통 사고가 났었다. 끔찍한 사고였고 운전자는 도망쳤다가 곧 잡혔다. 하지만 그녀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차에 치여 죽어가는 그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들을 마주한 그녀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만 보면 가차없이 죽여버렸던 것이다. 자신이 죽었을 떄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흐음…… 하긴, 그 사건이 있었을 때 그 사람들의 태도떄문에 논란이 있긴 했었지…… ”
“흐윽…… 왜 난…… 조금만 더 구조대가 빨리 왔었더라면…… ”
“살 수도 있었겠죠… 그 사건,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했어요… ”
“…… ”
“인간들은 어리석어. 사람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올려서 뭘 하려는걸까…… ”

안타까운 일이었다. 미기야도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은 구조대를 부르지 않고 다들 사건 현장을 찍기에 바빴다. 그러는 동안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은 보지도 못 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못 본 척 하는걸까…

진의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괴이를 만들어낸 건, 인간이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미기야에게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다.

‘라플라스입니다.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신 걸 축하합니다. 그럼,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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