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6. Laplace’s game 2_무기 없는 살인

「죄는 덮을 수 없어.
덮으려고 더 큰 죄를 짓게 되면…
더더욱 큰 죄를 저지를거고.

그렇게 하다 결국, 굴레에 빠져버리면 인간이 아니게 되버리는거란다. 」

-뚜르르르르르르

사무실의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오너, 전화요. ”
“응, 알았어. ”

미기야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
‘안녕하세요, 라플라스입니다. ‘
“!!”
‘오늘도 의뢰가 있어서 말이죠. 최근 D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아시죠? ‘

D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모를 리가 없었다.
사건 현장을 뒤져 범인은 찾아냈지만, 문제는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즉 범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지만, 범인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뉴스에 보도된 지 며칠이 지나도록, 관련된 뉴스는 나오지 않았던 게 그것 떄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사건을 언급하는 거 보면, 또 시험인가보지.

“모를 리가요. ”
‘그럼 제가 할 말도 알고 계시겠군요? ‘
“…… 이번에도 범인을 잡아달라는 얘기인가요? 범인이라면 체포된 걸로 아는데요. ”
‘후훗, 그렇죠. 범인은 체포됐지만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
“설마, 그 증거를 찾으라는 게 의뢰 내용입니까? ”
‘정답! 힌트를 한 가지 드릴까요? 범인은 빵을 만드는 걸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
“…… ”
‘그럼, 굿 럭! 여섯시까지 부탁드립니다. ‘

찰칵,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라플라스는 전화를 끊었다.

범인은 빵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하지만 빵을 만들 때 쓰는 도구등 중에 흉기가 될만한 건 없었다. 기껏해야 빵칼정도겠지만, 그렇다면 빵칼을 어떻게 처리했느냐가 문제였다.

“어, 애시 씨. 어디 다녀오세요? ”
“빵 사러. ”
“…그거 설마, 다 드실 건 아니죠? ”

애시가 한 손에 든 봉지에는 갖가지 빵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반대쪽 손에는 썰지 않은 바게트가 든 기다란 봉지를 안고 사무실에 들어서서는, 소파에 빵 봉지를 내려놓고 부엌으로 가서 바게트를 썬다. 다른 빵들과 달리, 바게트의 껍질이 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웬 빵이예요? ”
“간식이야. 후후…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설마, 라플라스가 또 전화를 한 거야? ”
“네. 라플라스에게서 전화가 왔었죠… ”
“이번엔 무슨 일인데요? ”
“D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알지? ”
“아, 네. 범인은 잡았는데, 범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잡아떼고 있다고… ”
“증거 찾아달래…… ”

증거를 찾아달라고? 미기야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증거를요? ”
“응. ”
“하지만 그거… 현장에서 발견 안 된 거 아니예요? 그걸 찾아달라고 했다고요? ”
“역시 라플라스… ”
“힌트라고 준 게, 범인의 취미가 제빵이라는 것 말고는 없어. 그렇다면 쓸만한 건 빵칼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칼을 어디에 숨겼느냐거든… ”

미기야와 현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빵칼을 사용했다면, 과연 그 무기를 어떻게 했을까…

“그런데, 피해자가 어떻게 죽었는 지는 모르잖아요. 무언가에 베여서 죽었다고 단언할 수 없겠는데요… ”
“하지만, 빵칼은 무언가를 찌르기 위한 용도는 아니거든. 바게트같은 빵을 써는 용도로 쓰는거지… ”
“음… 현의 말은, 시체가 베여서 죽었다고 단언할 수 없는데 어째서 무기를 빵칼로 확정했느냐인 것 같은데. ”
“그야… 흉기라고 할만한 게 그것뿐이니까요. …피해자가 봤을 때도 눈치채지 못할만한 게… ”
“흐음…… ”

생각할수록 복잡해진다.

“잠깐만… 뭔가 생각났어요. ”
“응? 뭔데? ”
“예전에 라우드 씨에게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서양의 쉽 비스킷은 매우 딱딱해서 먹다가 이가 꺠질 뻔 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빵을 잘못 던져서 머리에 맞으면, 맞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래요. ”
“그래? ”
“혹시 그런 종류의 빵이라면, 범행 도구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

빵을 범행 도구로 쓸 수 있다고? 미기야는 현의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정도로 딱딱한 빵이면 먹으라고 만들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먹기 힘든 빵을 일부러 만들 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빵이라면, 사람이 먹기도 힘들잖아. 먹지도 못 할 빵을 뭐하러 만들겠어? ”
“어떻게든 먹지 않았을까요? 바게트같은 경우에도 겉껍질이 딱딱하니까 우유에 적셔먹는다던가 하잖아요. ”
“음… ”

그 와중에 애시는 남긴 빵을 다시 봉지에 담았다. 바게트 봉지의 입구를 막아 사무실 한 켠에 가져다두고, 그녀는 빵 접시를 싱크대에 담갔다.

“애시 씨. ”
“응? ”
“바게트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요? ”
“바게트로…? 응. ”
“……그거, 진짜 가능해요? ”
“응. 시중에서 파는 바게트는, 먹다 남았을 때 밀봉하지 않으면 금방 딱딱해져. 거기다가 정통 레시피대로 밀가루, 소금, 이스트만으로 만든 바게트라면 금방 딱딱해져서, 갉아먹지 않으면 먹기 힘들지… 단단해진 바게트는 문자 그대로 둔기 수준이라, 사람이 잘못 맞으면 죽기도 해. 그리고 작게 만들면 사람을 찔러 죽일 수 있지. ”
“그렇게 한 다음에 무기를 없애는 것도 가능한가요? ”
“먹으면 되잖아, 어떻게든. ”
“!!”

어떻게든 먹어버리면 된다.

범인은 바게트로 피해자를 찔렀든, 아니면 내리쳤든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게트를 어떻게든 먹는다면 범행 도구를 없애버릴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 ”
“하지만,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는 잡았잖아요. ”
“현장에 있었던 증거는 잡혔지만, 결정적으로 무기가 없었기때문에 범인이 발뺌을 할 수 있으니까요. 현장에 있기야 있었지만, 내가 죽였다는 증거를 대 보라고 할 수도 있는거잖아요. ”
“그렇군… 그럼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는거네…? ”
“하지만, 먹어서 증거를 없앴다고는 해도 피해자의 몸에 빵가루가 남아있어서, 완전히 숨기기는 힘들거예요. ”

-뚜르르르르르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
‘라플라스입니다. 답은 찾으셨나요? ‘
“범인은 피해자를 바게트로 죽였습니다. 그 다음에 바게트를 어떻게든 먹어서 없앴기때문에 발견되지 않았던 거죠. ”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증거는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
“피해자의 상처 부근에 미세한 빵조각이 남아있을겁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딱딱해진 바게트라면 어떻게든 먹어서 없애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거고요. ”
‘정답이군요. ‘

라플라스의 얘기는 이러했다.

범인은 작은 바게트를 만들어서 딱딱하게 굳힌 다음, 피해자를 그걸로 찔러서 살해했다. 그렇기때문에 피해자의 자상 근처에서 미세한 빵조각이 발견됐다고 한다.

아쉽게도 범인이 그 빵을 모조리 먹었다면 끋까지 뻗댈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딱딱해진 바게트는 써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그래서 범인은 바게트를 반 정도만 먹어치운 후 쓰레기통에 버렸고, 쓰레기통을 수색한 끝에 찾아낸 바게트의 지문을 확인해보니 범인의 지문이 묻어있었다.

‘대단하군요, 역시 괴담수사대는… ‘
“…… ”
‘당신이 오너인 유키나미 미기야인가요? ‘
“그걸 어떻게… ”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유키나미 미기야. ‘

찰칵, 이번에도 라플라스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미기야는 깜짝 놀라 창백해졌다. 간신히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책상을 한 팔로 붙들고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미기야 씨? ”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
“…네? ”
“라플라스 쪽에서…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현, 우리는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이름을 말해주잖아. 그런데… 라플라스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고도 이름을 알고 있어…… ”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요…? ”

보통은, 사무실로 의뢰를 하러 오는 사람만이 미기야의 이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라플라스는, 사무실로 찾아온 적도 없는데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심지어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미기야는 라플라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보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는걸까?

한편…

“역시 제가 점찍어 둔 보람이 있군요. 후훗… ”

전화기 앞에는, 긴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체스말을 만지작거리는 여성에게 다른 여성이 다가왔다.

“라플라스, 점찍어 둔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
“두 번째 시험도 통과했습니다. 역시… 이번엔 제가 제대로 찾은 게 맞나보군요. ”
“하지만 마지막 시험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
“글쎄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해요. 괴담수사대… 그리고 유키나미 미기야가 이번 사건의 적임자라는 것. ”
“역시 난제신다운 선택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