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4. 숨겨진 본질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그 곳을 벗어나서 보면 알아.
만들어진 것은 어떤 것일까? 」

사토나카 가에서 막 쉬고 있는 미기야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명계로 내려갔다던 파이로였다.

“여보세요. 어, 파이로 씨. 무슨 일이예요? ”
-내가 뭐 일 터져야 전화하냐. 심심해서 전화했다.
“명계에서도 심심할 일이 있어요? ”
-지루해 죽겠다. 도대체가 죽은 존재들은 여러가지로 땅 위에 올라가 있으면 귀찮단 말이야…
“그런데 명계에는 왜 가신거예요? ”
-시체가 타 버렸으니 그거 관련 서류 처리를 해야 하거든. 안 그러면 길 잃은 망령 취급 받아서 밖으로 못 나가.
“아, 그렇군요. ”
-…우왁? 이건 또 뭐야!

전화 통화를 하던 파이로가 무언가에 놀랐는지 전화기를 떨어트렸다.

“뭐, 뭐예요, 파이로 씨? ”
-깜짝 놀랐네… 뭐야, 너 괴이랑 같이 다니냐?
“…괴이요? 설마 애시 씨가 지금 거기 있어요? ”
-애시? 이 녀석 이름이 애시냐? 네녀석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남의 전화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지 말라고!
-후훗. 그냥 누군가 해서, 얼굴 좀 보려고 왔지~ 금방 돌아갈게.
-참 내… 하여튼 너도 참 대단하다, 괴이랑 같이 다니다니…
“저도 같이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거 아니거든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
-알겠다. …그보다 너 지금 일본이라며?
“네. 어쩌다보니 의뢰를 받아서, 지금 일본에 휴가차 와 있어요. ”
-뭐냐… 쳇. 하필이면 나 없을 때 그런 의뢰가 들어올 게 뭐람.
“이쪽도 어차피 오늘이면 출국입니다요~ ”
-쳇.

전화기 너머로 파이로의 질투 반 부러움 반인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분들은 다 잘 계시죠? ”
-아아, 어.
“언제쯤 다시 올라오세요? ”
-아마 서류 처리 끝나는대로 올라갈 것 같은데. 아무튼 알았다. 내 차례 됐다. 끊는다.
“네. ”

미기야가 전화를 끊자, 애시가 휴대폰을 통해 튀어나왔다.

“거긴 또 언제 넘어가신겁니까? ”
“후훗, 액정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거울과 같은 상태가 되거든. 그나저나 파이로는, 왜 명계에 가 있는거야? ”
“잠깐 서류를 처리할 게 있대요. ”
“그렇구나. 죽은 후에는 꽤 정신 없다니까…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이면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애시 씨 짐은 다 챙기셨어요? ”
“나는 짐이랄 게 따로 없단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
“아, 맞다… ”

애시는 거울 속에 들어와 있었으니, 짐같은 게 있었을 리 없지. 미기야는 그제서야 떠올렸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비행기 시간이 다 돼, 식구들은 사토나카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느새 밖은 어둑해져, 길에는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져 있었다.

“벌써 밤이네… ”
“비행기는 몇 시 비행기예요? ”
“오후 아홉 시. 서둘러 가면 제 시간에 탈 수 있을거야. ”

미기야는 택시를 잡아세우기 위해 도로로 갔지만 썩 쉽지 않았다. 간신히 택시를 잡고, 미기야는 식구들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아저씨, 공항으로 가 주세요. ”
“알겠습니다. ”

택시는 밤길을 달려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뱀공주 일 이후로,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쇼핑을 하거나, 여러가지를 하면서 꽤 편히 쉬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집은 아닌 탓인지, 금방 노곤해져온다.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
“그러게요… 아무래도 여행을 다니다 보니… ”
“그러시군요. 어디서 오셨나요? ”
“한국에서 왔습니다. 뱀공주 건으로 어떤 분이 의뢰를 주셔서… ”
“뱀공주…? 혹시 괴담수사대인가요? ”
“네. ”
“정말 괴담수사대인가요? 잘 됐군요! 당신들을 찾고 있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저를 좀 도와주세요. ”
“네? ”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택시 기사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미기야는 택시 기사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조금 넉넉하니, 얘기 정도는 들어봐도 될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저희를 찾고 계셨나요? ”
“사실, 마을에 요즘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도 범인을 찾지 못 하고 있어요… ”
“흐음… 그것 참 큰일이군요. ”

택시 기사의 말에 의하면, 마을에서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수상한 종교 단체인 ‘지모신의 집배원’이 마을에 터를 잡기 시작한 그 때부터였다.

처음에 그들은 마을에 와서 일손이 부족한 사람들을 돕거나 자발적으로 궂은 일을 하는 등의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자,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포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모신의 집배원이라는 건… ”
“그게 그 종교의 이름입니다. 자신들을 지모신의 집배원이라고 자처하면서, 지모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더군요… 지모신의 계시를 믿는 자는 죽어서 구원을 받고, 자연의 순환에 의해 환생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한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다고 하면서요… 뭐, 흔한 종교의 포교법과 똑같죠. ”
“그렇군요… ”

그들은 주중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고, 모임에 나온 사람들에게서 지모신에게 바칠 것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거기다가 농한기에는 지모신이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고기를 바치라고 하질 않나, ‘지모신의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집집마다 편지같은 것을 두고 가기도 했다.

포교에 성공하긴 한 모양인지, 마을에서도 지모신의 집배원에 들어간 사람들이 보였다. 개중에는 ‘지모신의 신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때 그 기사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종이의 내용은 뭐였나요? ”
“기묘한 주문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모신을 찬양하라, 뭐 이런 내용이었죠… ”
“흠… ”

그리고 몇주 후, 사람들이 사라졌다.
실종된 사람들은 지모신의 집배원과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집배원에 속한 사람들로부터 포교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그 뒤로도 사람들이 권유를 하려고 몇 번 찾아왔었지만, 몇 번이고 내쳤다고 한다. 단순히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집 안에서 돌을 던지거나, 호통을 치거나 했다. 그 사람들도 지지 않고, 편지를 몇 번이고 던졌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
“뭔가요? ”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그 두 사람만큼은 주교가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자기네들의 종교를 믿게끔 포교하려고요. ”
“흠… 왜 그랬을까요… 확실히 뭔가 석연찮네요. ”
“후훗, 뭔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어차피 비행기도 떠난 것 같아서 미리 전화해뒀지~ ”
“다 좋은데 갑자기 좀 튀어나오지 마세요… ”
“우후후… 나도 들려줘.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거든~ ”

셋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마을에 도착했다.

“으음… 어? 우리 비행기 타는 거 아니었어요? ”
“아… 하하하… 그, 그렇게 됐어.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설명할게. ”
“후아암… 여기가 어디냐…… ”
“들어오세요. ”

곤히 잠들었다가 기지개를 켠 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길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는 것 외에 생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는…? ”
“아, 여기는 제 집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

집 안으로 들어가보니, 꽤 지저분했다.
자리를 대충 치우고 앉을 자리를 마련한 기사는, 물을 내 왔다.

“이 시간에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
“실종 사건이 일어난 후로는 되도록 늦은 시간에 나가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
“그렇군요… ”
“그나저나 실종 사건이라니… 어떻게 된 걸까요? ”
“그러게… 그리고 교주가 직접 그들을 포섭하라고 했다는 것도 석연찮아. 뭔가 관련된 게 있는걸까? ”
“흐음…… ”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궁 속이었다. 교주가 직접 포섭하라고 했다는 것과 사라진 두 사람간에 무슨 관련이 있을까?

“혹시 이번에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
“아, 여기 있습니다. ”

남자는 신문을 내밀었다.
미기야는 신문 기사를 천천히 읽어보더니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뭐냐, 이 시간에?
“파이로 씨, 서류는 잘 처리했어요? ”
-어. 다음주 중으로 올라간다. 근데 뭐냐니까?
“혹시 최근에 명계로 넘어온 영혼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나 해서요. ”
-뭔데. 문자로 찍어.
“네. ”

미기야가 파이로에게 문자를 보내고 잠시 후, 다시 파이로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파이로 씨. 알아내셨어요? ”
-명계에 들어온 영혼 중에 그런 이름은 없다. 실종된 시점에서부터 쭉 조회 요청했는데 없어. 근데 뭔 일인데 그래?
“실종 사건이 일어나서요. 혹시 그 사람들이 죽은건가 해서요. ”
-흠… 잠깐, 지모신의 집배원이라고 했냐?
“뭐 아는 거 있으세요? ”
-어. 그거 히니치(日日) 마을에서 생긴 사건이지? 실종된 두 사람은 주교가 특별히 포교하라고 부탁했다며.
“네. ”
-내가 볼 떄는 그냥 잠적한 걸 수도 있어. 솔직히 그 사건, 미제로 남는 게 제일 깔끔할 것 같다.
“…무슨 말이예요? ”
-사실 그 건으로 명계에서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는데… 일단 그 종교 자체가 사이비 종교야. 그리고 그 쪽 교주가 두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포교하려는 목적은, 그 두 사람이 마을 안에서 영향력이 제일 강하기 때문이야.

영향력이 강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포섭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교주랑 실종된 두 명, 고등학교 동창이야. 그 종교 교주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이것저것 뜯어낸 모양이더라. 보증도 세우질 않나… 빚까지 내서 빌려줬더니 돈을 받고 날른거지.
“그럼… 돈을 빌리려고 그 두 명을…? ”
-그럴 수도 있어. 사실 그 종교가 만들어진 게, 교주가 자기 잇속 채우려는 목적일 수도 있어. 그 교주라는 녀석이 명계에 없어서 이 쪽에서 알아낸 건 여기까지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사라진 그 두 명은 잠적한 걸 수도 있겠네요? ”
-그런 셈이지. 그 두 명은 찾지 않는 게 좋아. 그 두명을 너희가 찾아버리면 더 골치아픈 일이 생길거야.
“그럼 어쩌죠…? 실종된 두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건데… ”
-일단 두 사람을 찾으면 안된다는 걸 얘기해. 그리고 저 쪽 종교가 뭔가 수상하니, 되도록 접근 자체를 하지 말라고도 전해. 내가 알기로, 경찰 쪽에서 그 종교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 들어갔을거야. …그럼 너 아직 일본이냐?
“네, 아직 일본이예요. ”
-빨리 귀국해라. 잘못하면 너네도 피곤해져.
“네. ”

전화를 끊은 미기야는 기사에게 파이로에게 들은 그대로 얘기했다. 애초에 그 교주가 잇속을 채우기 위해 두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과 그렇기때문에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경찰에서 수사중이라는 것도 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두 사람이 어딘가로 떠났다는 것만 얘기해두겠습니다. ”
“일단 그렇게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수사가 어느정도 진전이 되면 뉴스에 나올겁니다. ”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공항으로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