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3. 뱀공주 이야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

천벌이란 건 동화나 민담에서처럼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게 아냐.
천천히, 하지만 인과에 맞춰 돌아오는 게 천벌이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잊고 있다 보면, 천벌이 내려질거야.
그때쯤 후회해도 늦었을걸? 」

“미기야 씨 덕분에 일본도 와 보네요.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
“후훗, 여기는 꽤 재밌어보이는 곳이구나. 여기가 일본이라는 곳이니? ”
“네. 지금 다 온 것 같아요. ”
“그나저나 의뢰인은 어디에 게시죠? ”
“이 근처라고 했는데… ”

며칠 전, 미기야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자신을 사토나카 유카리(里中由香里)라고 소개한 사람은, 사라진 사람을 찾고 있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실종된 사람은 자신의 친오빠인 사토나카 유메지(里中夢路)라고 하면서, 만약 수락한다면 일본에 머무를 동안 있을 거처를 마련해주겠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그리고 미기야는 의뢰를 수락하고, 며칠 후 식구들과 함꼐 일본으로 향했다.

“혹시 저 분인가…? ”

의뢰인이 기다리겠다고 한 공항의 게이트에는, 낯선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어깨까지 기른 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꽤 세련돼보이는 여자였다.

“저, 혹시… 유카리 씨인가요? ”
“아, 네. 제가 유카리입니다. 당신이 괴담수사대의…? ”
“네, 처음뵙겠습니다.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이쪽은 수사대의 정보담당 저스티스 라우드 씨, 이쪽은 위 현입니다. 이분은 괴이 사냥꾼인 키츠네 씨예요. 그리고 이분은… ”
“후훗, 애시 리스트로베라. ”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토나카 유카리라고 합니다. 일단 여기는 복잡하니까,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해요. ”
“알겠습니다. ”

공항을 나온 일행은 근처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유카리 씨, 오빠는 언제 실종되신거예요? ”
“그게… 일주일쯤 전이었어요. 오빠는 민속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뱀공주에 대해 조사한다고 간 후로는 쭉 연락이 없었거든요… ”
“뱀공주…? ”
“쟈카이(蛇回) 마을의 신이라고 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지만, 오빠가 뱀공주 이야기를 조사하러 간다고 하면서 마을 이름을 얘기했을 때, 특이해서 그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뱀 사, 돌아올 회를 쓴다고 해요. ”
“쟈카이 마을… ”

미기야는 잠깐 시계를 봤다.
카페에 걸린 벽시계는 어느덧 오후 다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서 쟈카이 마을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
“꽤 멀리 있어서… 기차로 3시간정도 간 다음에 거기서 또 차로 한시간 반정도는 더 가야 해요.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던데요… ”
“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유카리 씨의 댁 근처로 가는 게 좋겠어요. 거기서 마을에 대해 알아본 다음 내일 그 마을로 가는 게… ”
“맞아. 이 시간에 출발하면 꽤 늦게 도착할텐데… 그러면 머물 곳도 구할 수 없고, 여러가지로 곤란해져. ”
“그럼 저희 집으로 가요. 오빠 방에 그 마을에 대해 조사해 둔 것도 있고… 가는 길도 상세히 조사해 둔 게 있어요. ”
“그럼 하루동안 신세 좀 지겠습니다. ”

유카리의 집에 도착하자, 유카리의 할아버지가 일행을 맞아주었다. 유카리의 가족은 조부모, 부모, 그리고 유카리 남매와 올케언니(오빠의 아내)까지 함꼐 지내고 있었다. 오빠와 아내 사이에는 아들도 하나 있었다. 유카리의 오빠라는 사람이 장가를 일찍 간 것인지, 아니면 늦게 대학을 갔는지는 모르겠다. 식구들의 수에 비하면 집이 좁아보일 정도로, 집은 북적였다.

“유카리, 이 분들은 누구시니? ”
“오빠를 찾아주실 분들이예요. ”
“유메지를? 정말인가요? 우리 장손… 우리 장손을 꼭 좀 찾아주세요… ”

유메지의 할머니는 미기야의 손을 꼭 잡고 연신 허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어째서인지 집에 아들은 하나밖에 태어나질 않았고, 그래서 조부모는 손자를 상당히 아꼈다고 한다. 이번에 뱀공주에 대해 조사를 하러 간다고 했을 때도 만류했지만, 유메지는 괜찮을거라며 집을 떠났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번, 조부모가 잠들때즈음 전화를 하곤 했지만, 언제부턴가 전화도 끊겼다. 걱정이 된 아내가 연락을 취해봤지만 연락도 되지 않았고, 예정된 날짜에 돌아오지도 않았다. 조금 늦겠지 싶어서 더 기다려보다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손이 귀한 집안이다보니 더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서 미기야는 다음날 아침 일찍 다른 식구들을 데리고 쟈카이 마을로 향했다.

“쟈카이 마을에 대해 좀 알아본 건 있어요? ”
“어제 유카리 씨의 오빠가 알아봤다는 자료만 조금 읽어본 것 외에는 딱히… 그래서 그 자료를 잠깐 빌려왔거든요. ”
“흠… 그나저나 마을에서 외부인이라고 받아주지 않거나 하면 어쩌죠… ”
“글쎄… ”

애시는 라우드가 가져 온 파일을 읽어보고 있었다.
파일 안에는 쟈카이 마을과 뱀공주에 대해 조사한 자료가 들어있었다. 안에는 종이 뭉치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꽤 많이 조사했네… 민속학 전공이라더니… ”

애시는 파일 안의 종이들을 넘겨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쟈카이 마을의 역사, 이름의 유래, 그리고 뱀공주에 대한 얘기가 적혀 있었다. 레포트를 쓰기 위해 정리를 한 탓인지, 읽기 편하게끔 돼 있었다.

“뱀공주는 쟈카이 마을에서 모시는 신 같은 존재래. ”
“신…? ”
“응. 여기 그렇게 적혀있어. ”

자료에 의하면, 뱀공주는 쟈카이 마을에서 모시는 신 같은 존재라고 했다. 쟈카이 마을의 근처에는 히메야(姫屋)라고 불리는 신사가 있고, 뱀공주는 거기서 모신다는 것이었다. 또한 1년에 한 번, 뱀공주를 위한 히메마츠리(姫祭り)가 열린다.

히메마츠리는 마을 근처의 산에서 짐승을 잡아 신사에 고기를 바치는 것이었다. 고기를 바치면서 다음 해의 풍년과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데, 보통은 오봉(일본의 추석)즈음에 열린다. 특이한 것은, 이 때 마을에 들어서는 외부인은 뱀공주의 사신이라고 하며 극진히 대접한다는 것이다.

“뱀공주란 일종의 신이군요. ”
“그 마을에서 모시는 신일지도…? ”

어느덧 쟈카이 마을에 도착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꽤 작은 규모의 마을로, 누군가가 살고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쟈카이 마을’이라고 쓰여진 팻말 위에는, 히메야 신사로 가는 길을 적은 팻말이 붙어있었다.

“그런데 유메지 씨는 어쩌다가 실종이 됐을까요? 별로 누군가를 해칠 만한 분위기는 아닌데… ”
“그러게요. 일단 유메지 씨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요. ”

마을 안은 꽤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 일을 나갔는지, 드문드문 노인들만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뱀 모양의 장식을 문가에나 울타리 걸어두고 있었다.

“저 장식도 뱀공주와 관련이 있을까…? ”
“그럴지도 모르죠. 아, 저기 마을 사람인가봐요. 저, 실례합니다. ”

마침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는 동네 아낙을 만났다.

“무슨 일로…? ”
“저, 혹시 사토나카 유메지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일주일쯤 전에 뱀공주에 대해 조사한다고 이 마을에 왔다고 하는데… ”
“유메지…? 아아, 그 청년? 꽤 싹싹한 청년이었지… 3일 전까지는 여기에 있었는데… 그 뒤로 안보이던데… 듣기로는 히메야 신사로 간다고 했던 것 같수. 그 뒤로는 통 안보이는구려. ”
“히메야 신사로요? ”
“그런데 댁들은 누구신데 그 청년을 찾우? ”
“저희는 유메지 씨의 동생분 부탁으로 여기에 오게 됐습니다. ”
“그렇구만… ”

마을을 통해 히메야 신사로 가 봤지만, 신사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평소에 신사에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 없는 걸 보면, 사냥이라도 간 걸까요? ”
“글쎄… 내가 알기로 오봉은 몇 주 남았을텐데… 그리고 자료에 의하면, 쟈카이 마을은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아. 사냥을 하는 건 히메마츠리에 바칠 고기가 필요할 떄 뿐이라고 하던데. ”
“농사라… ”
“그보다 유메지 씨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전혀 찾을 수가 없네요. 완전히 오리무중이에요. ”
“신사에 3일씩이나 묵어있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 아마 이 근처 어딘가에서 묵었을지도 모르지. ”
“어? 그런데 이 돌은 뭐지…? ”

신사의 입구에는 돌이 서 있었다. 하나의 뱀이 또아리를 튼 것 같은 모양을 조각해둔 돌이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 또 다른 팻말이 있었다.

“여기 또 팻말이 있네. …’구 쟈카이 마을’……? 마을이 두 개인거야? ”
“그런가봐요. ”

팻말을 따라 가니, 폐허가 된 마을이 나왔다.
아까의 쟈카이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태풍이 휩쓸고 간 직후인 것 같았다. 곳곳에 건물의 잔해가 남아있고, 길은 원래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잔해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
“여기에도 누군가 살 리가…… 살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기적일 것 같은데…? ”
“여기는 ‘구’이고 저쪽은’신’인건가요… 그렇다면 유메지 씨도 이 곳으로 왔을 확률이 있어요. ”

황폐해진 마을에 누군가 있을까 싶었지만, 단서라도 찾기 위해 미기야는 이곳저곳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미기야는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히익? ”
“무슨 일이예요? ”
“뭐야? ”

미기야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간 집에는 사람의 머리가 뒹굴고 있었다.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잔뜩 찌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유메지가 저 중에 없기를 바랄수밖엔 없었다. 코를 감싸쥐고 집 안을 둘러봤지만, 사람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곳에 나뒹구는 건 오직 사람의 머리 뿐이었다.

“윽… 시체 썩는 냄새…… 여기에 유메지 씨가 없길 바라는 수밖엔 없는건가… ”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
“사진이 있다고 해도 두개골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알아볼건데? 유메지라는 인간의 행방보다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가 먼저인 것 같은데…? ”
“하아… 단서는 둘째치고 숙제만 더 끌어안은 느낌이예요. ”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에 대해 더 알아볼 수는 없을까요? ”
“글쎄… ”
“잠깐, 숨어! ”

키츠네는 현과 미기야의 팔을 데리고 집 뒤편으로 갔다.

“무슨 일이예요? ”
“누가 오고 있는 것 같아. 일단 숨어. ”

키츠네의 말대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로 봐서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인 것 같았다. 자박자박, 흙길을 밟는 소리와 무언가를 끌고 오는 소리가 났다. 소리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해온다.

-이게 무슨 짓이야!
-뱀공주의 사신님, 여기서 히메마츠리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뭐, 뭐?
-히메마츠리가 되면 당신은 뱀공주님꼐 제물로 바칠 것입니다. 거기다가 마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당신을 살려둘 수 없잖습니까. 양해해주십쇼.

뱀공주의 사신은 극진히 대접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제물로 쓴다는걸까? 유메지의 행방도, 쟈카이 마을에 얽힌 이야기도, 전부 미스테리였다. 발소리가 멀어지자, 애시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갔어. ”
“휴…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 마을,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어. 우리가 자료 조사로 접한 거랑은 완전히 다르잖아. ”
“이래서는 유메지 씨를 찾는 일도 힘들겠는데… ”
“거, 거기 누구 있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 거에요? ”
“일단 이걸 좀 풀어주시면 설명드릴게요. ”
“흠… 알겠습니다. ”

키츠네가 매듭을 풀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휴우…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는 사토나카 유메지라고 합니다. ”
“유메지…라면…? 혹시 동생분 이름이 사토나카 유카리…? ”
“제 동생을 아세요? ”
“네. 저희는 한국의 괴담수사대입니다. 동생분의 부탁으로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
“유카리가…? ”
“네. 집에서도 꽤 걱정하는 모양이었어요. 연락도 닿지 않고… ”
“그렇군요… 일단 마을 사람들이 다시 올 지 모르니, 이곳을 빠져나가요. ”
“네. ”

일행은 유메지와 함께 마을 밖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온통 나무 투성이인 길이었지만, 확실히 마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숲을 따라 걸어가니, 도로가 보였다.

“휴우… 겨우 마을에서 벗어났네요. ”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마을 사람들이… ”
“제가 처음에 조사했던 자료가 잘못된 거였어요. 하아… 여기서는 전파가 닿으니까, 일단 유카리에게 연락부터 해 봐야겠어요. ”

유메지는 유카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슨 상황인지를 전부 이야기했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어딘가 쉴 곳을 찾아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쨰서 연락이 안 됐던 거예요? ”
“휴우… 일단 뱀공주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는 게 먼저일거라 생각해요. 뱀공주는 이 마을에서 신으로 모시는 존재이고 그 분을 모신 신사를 히메야라고 해요. 그리고 오봉 전후로 해서 히메마츠리를 진행하죠. 거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조사를 하면 나오는 것이지만… 실상은 달랐어요. ”
“…? ”
“마을 사람들이 뱀공주에게 히메마츠리날 바치는 것이 외부인이었어요. 인간을 죽임으로서 찜찜해 질 것을 막기 위해서, 히메마츠리에 제물로 바칠 인간에게 짐승의 옷을 입힌 다음 사냥을 하는 거죠. 외지인은 이 곳의 지리를 잘 모르기떄문에 금방 잡혀버리니까요… ”
“그보다 뱀공주의 사신이라는 건 뭐예요? ”
“뱀공주의 사신이라… ”

유메지는 잠깐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뱀공주의 사신은 사실, 오봉 전후에 찾아오는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예요. 마을에 찾아오는 외부인 자체를 지칭하는거예요. 마을에 찾아온 외부인을 뱀공주의 사신이라고 부르는 거였죠. ”
“그럼, 쟈카이 마을이 두 개인건 어째서인가요? ”
“마을이 두 개인 것이 뱀공주때문이예요. 원래 쟈카이 마을은, 옛날 마을 위치에 있었던 게 맞아요. 하지만 마을에 집을 짓고 개간을 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거주하던 토지신의 뱀을 실수로 사람들이 죽이게 돼요. 그래서 분노한 토지신이 마을에 역병을 일으키고 가뭄이 들게 하자, 사람들은 자기들이 죽인 뱀을 신으로 모셔 토지신을 달래게 된 거예요. 그게 뱀공주예요. ”
“그럼 짐승의 고기라는 건… 사람을 말하는 거고, 뱀공주라는 건 자신의 조상들이 죽인 뱀을 말하는건가요? ”
“그런 셈이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터전을 지금의 마을 위치로 옮기고, 예전 마을이 있던 위치에서는 히메마츠리를 진행하는거예요. 제물이 될 사람에게 짐승의 옷을 입힌 다음, 거기서 죽이는거죠… 그게 제가 묶여서 끌려왔던 집이예요. ”
“그럼 머리가 있었던 건…? ”
“그들은 뱀공주가 먹기 좋게끔 제물을 요리해서 마츠리를 지내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살을 발라내기 힘든 머리는 버리는거죠. ”

결국 뱀공주라는 건 마을 사람들이 실수로 죽인 뱀을, 토지신을 달래기 위해 모셔둔 것이었다. 거기다가 히메마츠리에 사냥하는 고기가 인간이었다니.

“뱀공주는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건가?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토지신들은 대개 인신공양을 싫어해요. 토지신이 자신의 몸 일부분을 깎아서 만든 게 사람이라고 여기기떄문이죠. ”
“그런가…… 유카리 씨는 어디서 만나기로 했나요? 마을 입구로 오면 안 될텐데… ”
“아, 안그래도 그래서 이쪽 도로 이름을 불러주고, 여기로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그래…? 후훗, 그럼 가기 전에 장난이나 좀 쳐 볼까… ”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애시가 뭔가 떠오른 듯 쿡쿡 웃었다. 저렇게 웃는 거 보면 진짜 스케일이 큰 장난을 치려는 모양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난 자제 좀 하면 안 될까요… 당신 진짜 일 저지를 것 같거든요… ”
“별 거 아냐. 그냥 살짝 괴롭힘만 주는 정도? 잠시만~ ”

애시는 산 속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그때즈음, 차 한 대가 일행이 있는 곳에 섰다.

“오빠! ”
“유카리! ”

차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안에서 유카리가 내렸다. 뒤이어 유카리의 할머니까지 내렸다. 그리고 유카리의 엄마도, 아빠도 전부 내렸다. 죽은 줄만 알고 있었던 아들, 그리고 손주, 오빠…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 사토나카 유메지를 다시 만날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아니예요.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도록 해요. ”
“그래, 유메지. 어서 차에 타거라. 다른 분들도 어서 차에 타세요. ”
“알겠습니다. ”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일행은 유메지의 집에 도착했다. 쟈카이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웬지 안심이 됐다. 지금쯤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 건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을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애시 씨… 대체 무슨 장난을 치신 겁니까… ”
“후후… 별 거 아냐. 그냥 토지신에게 살~짝 일러주고 왔을 뿐… ”
“…… 그게 무슨 별 거 아닌 일이냐…… ”
“그들이 한 짓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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