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과의 쇄(鎖)

“그거 알아? 지은이랑 영신이랑 사귄대. ”
“어머, 정말? ”
“야, 근데 은정이가 되게 대놓고 대쉬했는데도 안 넘어가네. ”
“너무 대쉬해서 역효과 본 모양이지. ”

채영신.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
오지은. 학교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

그 둘이 사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자 뒤에서 조용히 분노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영신을 좋아하며 눈에 띄게 대쉬해왔던, 그리고 지은을 오래 전부터 괴롭히고 있었던 은정이었다.

은정이 지은을 괴롭히는 빈도가 늘어난 것은, 영신이 지은을 도와주는 것을 보기 시작한 뒤였다. 그리고 지은이 영신과 사귄다는 얘기가 퍼질수록, 두 사람의 기간이 오래 될 수록, 은정이 지은을 괴롭히는 빈도도 강도도 늘어갔다.

그리고 지은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D동 D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학생은…

“어쩌나, 저 꽃다운 나이에… ”
“그러게요.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을텐데 벌써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
“근데 왜 뛰어내린거래요? ”
“글쎄요, 그건 아직 조사중인가봐요. ”

아침 뉴스에, 지은의 자살 소식이 떴다. 수사대원들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지은이 의문사한 것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떠도는 소문으로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거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파이로 씨, 그 옷은 대체 뭡니까…? ”
“옷인데? ”
“그러니까 그게 평상복…이라는건가요? ”
“뭐, 어쩔 수 없잖냐. ”

파이로는 전과 다리 망토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상당히 어둠침침한 색의 망토에, 붉은 부적이 여섯 개 달려있었다. 머리를 묶어서 망정이지, 풀어헤쳤으면 누구라도 도망갈 것 같았다. 망토야 취향이라 친다지만 대체 그 부적은 뭐야.

“다른 건 취향이라 치더라도… 그 부적은 꼭 달아야 했습니까…? ”
“어. 이 안에 가윗날이 들어있거든. 라우드가 만들어준거야. ”
“…… ”

파이로의 대답에 미기야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나중에 제가 하나 해드릴게요… 일단은 당분간 그거 입고 계세요. ”
“뭐 불만이냐… ”
“상당히 위화감이 넘쳐나거든요… ”
“뭐, 그러냐… 어, 손님이 온 모양이네. ”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남색 교복 조끼에 회색 바지를 입고, 명찰을 달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깎은 전형적인 고등학생의 머리였다. 남학생은 들어오자마자 파이로를 보고 흠칫하더니, 이내 사무실로 완전히 들어섰다.

“진짜 위화감 넘쳐나나보네… 무슨 일이지? ”
“여, 여기가 괴담수사대죠…? ”
“응, 내가 이 수사대의 오너인 유키나미 미기야. 이쪽은 평사원 파이로. ”
“아아, 제대로 찾아왔군요… 의뢰를 좀 하고 싶어서요… ”
“무슨 일이지…? ”
“제 여자친구가 주살을 당한 것 같아요. ”
“주살…? ”
“좀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우선 이걸 들어주세요. ”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낸 남학생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치직,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채영신, 내가 그렇게 대쉬했는데 결국 오지은을 선택한 이유가 뭐냐?
-몇 번이나 말해야 돼? 너 너무 부담스럽다고. 그리고 넌 너무 사람을 무시하고, 깔봐. 항상 다른 사람을 낮춰보는데다가 교칙에 어긋나서 혼나는 것도 밥 먹듯이 하고. 거기다가 누구랑 잤다느니 하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난 별로야.
-뭐? 하, 오지은도 교칙때문에 걸린 적 몇 번 있거든?
-오지은이 너처럼 담배 피냐? 누구랑 잤다느니 하는 얘기 떠벌리고 다녀? 아니면 너처럼 누구 따돌리고, 괴롭히고 그래? 너처럼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상황 만들어서 티나게 하고 그러냐? 아니면, 주변 사람들 시켜서 엄한 사람 창녀로 몰아가고 나쁜 사람 만들고 그러데? 너 정말 질린다.
-하…… 하…… 뭐라고?
-너. 경고하는데, 앞으로 지은이 한번만 더 괴롭히면, 정말 가만히 안 있어.
-야, 야! 채영신! 거기 안 서? 너네 둘 다 저주할거야!

녹음은 거기서 끝나있었다.

“이것만 갖고 여자친구가 주살당했을 거라는 추측을 어떻게 해…? ”
“이게 전부가 아니예요. 이것도 봐 주세요. ”

그리고 남학생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하나를 틀었다. 거기에는 교실 안에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태우는 것이 보였다. 그 상태로 안으로 들어가 덮쳤는지, 무언가는 놀라서 당황한 것 같았다. 밤에 찍은 영상인지 상당히 캄캄했지만, 태우려던 것이 사진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사진을 태운다…… 가만, 이 사진에 구멍이 꽤 심하게 나 있네요. ”
“어쩄든… 이건 들켰으니까 실패했을 거고… ”
“이 다음에 영상이 또 있어요. ”

그리고 다음 영상에서는, 빈 교실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역시나 저녁에 촬영한 탓인지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사각거리며 종이를 자르는 소리와, 두런두런거리는 말소리만이 들려왔다.

“이건 뭔지 잘 모르겠네… 영상은 사이코메트리가 안 되는거죠? ”
“네. 그런데 이 책상 아직도 있어? ”
“교실에 있죠. ”
“그러면, 오늘 저녁에 우리가 학교로 갈테니까 이 책상으로 안내해줘. 너무 어두워서 영상만 봐서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
“네.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영상이랑 녹음 파일은 시간 되면 이 쪽으로 보내줄래? 여기 명함 줄게. ”

미기야는 남학생에게 명함을 건넨 다음 돌려보냈다.
영상이 너무 캄캄해서 남학생이 제시한 증거만 가지고는 주살이라고 의심할 수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라우드 씨, 사이코메트리로 영상에 나온 책상을 만진다면 영상 속 시간에 있었던 일을 알 수 있을까요? ”
“오래 된 일만 아니라면 알 수 있을거예요. 근데 오래 된 일이면 잘 안 보잀일수도 있어요. 만약 주살이라고 한다면… 사망한 학생은 오늘 아침에 변사체가 발견됐으니 저주를 건 것은 수일 전일거고, 잘 해봐야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일걸요… ”
“흠… 그럼 이 의뢰는 못 받는걸까요… ”
“아예 못 받는 건 아냐. ”

두 사람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파이로가 말했다.
그녀는 남학생이 의뢰를 할 떄부터 쭉,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처럼, 허공을 쭉 주시하는가 싶더니, 영상을 천천히 보고 있었다.

“옛부터 전해져 오는 말인데, 저주를 할 때는 두 개의 무덤을 파라는 말이 있어. ”
“두 개의 무덤을 파라고요…? ”
“하나는 저주할 상대의 몫이고 다른 하나는 저주하는 사람의 몫이지. 뭐,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주는 받는 사람 뿐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도 위험해. 그걸 부메랑이라고 하는데, 약하게는 몇일동안 운이 없는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심하면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지. ”
“……? ”
“파이로의 말대로라면, 저주를 건 사람이 있다면 뭔가 징후같은 게 있을 수도 있다는거네? ”
“정답. 역시 정보 담담이 말이 잘 통해. ”
“저기, 둘 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

라우드와 달리 미기야는 파이로가 하는 얘기를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오너 아니냐… 이런 쪽으로는 전혀 모르는거야? ”
“이 쪽 전문은 아니라서요. ”
“…… ”
“그럴 수도 있지. ”
“좋아, 그럼 이렇게 설명해볼까… 부메랑을 던지면 다시 돌아오지? 저주도 마찬가지야. 저주를 걸게 되면 저주를 건 사람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이 얘기지… 이해하겠어? ”
“네. 이제 이해가 가네요. ”

그 날 저녁, 라우드와 미기야는 D 고등학교로 향했다. D 고등학교에 도착하니, 학교에는 아무도 없는지 불이 꺼진 창문만이 보였다. 건물 앞으로 다가가니 낮에 왔던 그 남학생이 서 있었다.

“아, 기다리고 있었군. ”
“이 쪽으로 오세요. ”

건물 안은 꽤 컴컴해서 불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학생의 안내를 받으며 교실에 들어선 일행은 핸드폰 불빛을 통해 책상을 찾았다. 그리고 책상에 손을 댄 라우드는 무언가가 읽히는 지 한참동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뭐가 좀 보이나요? ”
“좀 희미하긴 한데, 종이를 사람 모양으로 자른 것 같아요. 그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
“흠… 정말 주살인걸까… ”
“혹시 저주를 건 학생에게서 무슨 징후같은 건 없었어? 일이 잘 안 풀린다던가 하는 거. ”
“음… 그뒤에 무슨 소문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툭

창가에 올려뒀던 책이 떨어졌다. 분명 창문은 닫아둔 상태였고, 창가 근처에 사람이 있을 리는 없었다.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는 났지만 실내에서 바람이 불 리도 없었다.

“……! ”

세 사람은 동시에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 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교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뛰어, 층계참을 내려갔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여전했다.

“웬지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 같네요. ”
“흠.. 그러게요. 학생도 느꼈어? ”
“네. 뭔진 모르겠지만, 불길했어요… ”
“후우…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요. 학생, 집이 어디야? 우리가 데려다줄게. ”
“감사합니다. ”

남학생을 바래다 준 후, 두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현은 막 잠자려던 찰나였고 파이로는 배가 고픈지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이 시간에 야식이라뇨… ”
“출출해서. 갔다온 건 어떻게 됐냐? 뭐가 좀 보여? ”
“네. 그런데 파이로 씨. 혹시 사람 모양의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서 하는 방식의 저주가 있었던가요? ”
“사람 모양의 종이라… ”

파이로는 무언가 한참 골똘히 생각하더니, 해답을 내놓았다.
그 저주라는 것은, 사람 모양의 종이에 저주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고 그것을 불로 태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저주를 받는 사람이 곧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저주에는 약점이 하나 있어. ”
“약점…이요? ”
“종이에 지문이 묻으면 안 돼. 그러면 이름이 쓰인 사람 외에 지문이 묻은 사람도 죽거든. ”
“장갑이라도 끼고 해야 하는건가요… ”
“그렇지. 아예 손을 대면 안 돼. ”
“흠… ”
“혹시 영상 속에 이름이 한 줄이었어, 두 줄이었어? ”
“으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제 기억에는 한 줄이었던 것 같아요. ”
“흠… 한 줄… ”

파이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뭘 생각하는지, 과자 한 봉지를 싹 비운 그녀는 과자 봉지를 버리고 남학생이 보내준 영상을 보고 있었다. 한참동안 영상을 보던 그녀는, 영상의 재생 속도를 늦춰보기도 하고 볼륨을 키워보기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기야, 그 남학생은 어디로 갔나? ”
“집으로요. ”
“뭐? 집으로 보내면 어떡해? ”
“……?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
“이걸 들어봐. ”

그녀는 이어폰 한 쪽을 미기야에게 건네고,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아까는 제대로 듣지 못 했던 말소리가, 정확히 들리고 있었다.

-한 장 자를까?
-아냐, 두 장 잘라.
-왜? 너 설마 영신이도…?
-그렇긴 하지만, 일단 태우는 건 지은이것만이야. 영신이는 나중에 생각해보자… 다 잘랐지?
-응.
-좋아… 여기에 이름을 쓰면 된다는거지? …….다 됐다. 나가자.

“…… 아까는 스마트폰이라 안 들렸던건가… ”
“그런가보지… 아무튼, 그 녀석도 위험해, 어떻게 될 지 모르거든. ”

다음날.
아침부터 사무실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어제 찾아왔던 그 남학생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긴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서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
“안으로 들어와. ”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온 남학생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파이로는 따듯한 차를 내 온 다음, 미기야를 불렀다.

“아침부터 무슨…… 응? 너는 어제…? ”
“형, 저 어떡해요… 곧 죽을 것 같아요… ”
“무슨 일이야? 일단 숨 좀 가라앉히고 말해봐. ”
“어제… 교실에서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고 했잖아요… 근데 집까지 그 녀석이 따라온 것 같아요… 저 이제 어떡하죠…? ”
“그 녀석이라니…? 어제 무슨 일 있었냐? ”
“어제 사이코메트리를 하려고 밤에 교실에 갔는데,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거든요. 바람도 불고… ”
“시선이라…… 그래도 일단 수업은 들어야 하지 않겠냐. ”
“하지만, 무서워요… ”
“일단 내가 부적을 써 줄게, 꼭 가지고 있어. 그리고 저녁에 내가 학교로 갈게, 끝나고 기다려. 혹시 너에게 저주를 건 사람이 얘기를 걸면 무시해. ”
“네, 형. ”

남학생을 돌려보낸 후, 파이로는 웬지 모르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
“시선을 느꼈다고 했지…? ”
“네. ”
“거기다가 폴터가이스트까지… ”
“그랬죠. ”
“뭔가 이상해… 이번에 학교로 갈 때는, 나도 같이 가지. ”
“네. ”

그 날 저녁, 미기야와 파이로는 학교로 향했다. 여전히 불이 꺼진 학교는 꽤 캄캄할 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살벌했다. 남학생은 홀로 교실에 남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왔어. 오늘은 별 일 없었지? ”
“부적 덕분에요. ”
“혹시 저주를 걸었던 사람이 말을 걸지는 않았니? ”
“몇 번 걸었는데, 무시했어요. ”
“잘 했어. 그렇지 않으면 쇄를 끊을 수 없거든. ”
“쇄…요? ”
“사슬. 너까지 주살당하면 니 여자친구 한은 누가 풀어주냐? 니 여자친구가 지켜주는 보람이 없잖아. ”
“지…켜준다고요? ”
“그래. 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네 여자친구는 널 지켜주고 있어. 그래서 어제도 그림자가 쳐다보기만 할 뿐 해코지를 못 했던거지. ”
“지은이가 날…… 지켜주고 있었구나… ”

-쉬익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저 편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가 덤벼들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파이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어디선가 가윗날을 꺼내 바짝 들었다.

-쉬이익

다시 한 번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렸다. 창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겁에 질린 남학생을 뒤로 보내고, 미기야 역시 부적을 쥐어들었다.

-쉬이이익

조금 더 큰 소리가 들렸다.
교실 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파이로의 가윗날이 푸른색 불꽃에 휩싸였다. 그리고 동시에 교실 문이 열리자마자…

“뇌격부! ”
“저주하는 자를 따르는 그림자여, 지금 그 쇄를 여기서 자르겠다! ”

두 사람은 동시에 그림자를 공격했다.
번개가 튀자 움찔한 그림자를, 틈을 주지 않고 파이로가 무서운 속도로 베었다. 푸른 볼꽃이 닿자마자 그림자는 마치 마른 낙엽에 불이 붙듯 활활 타기 시작해, 이윽고 완전히 전소해버렸다.
그리고 바람 소리가 멈췄다.

“후우… 끝난건가요? ”
“일단은. ”
“일단은…이라뇨… ”
“네 여자친구에게 감사해, 널 계속 지켜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네가 더 이상 해를 입을 일은 없어. ”
“저…는 이제 끝난건가요? ”
“다만… 저주를 건 사람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군… 뭐, 그럼 우린 이만 가 볼게. 나중에 시간 되면 여자친구 조문이라도 가 봐, 아마 좋아할거야. ”
“네. ”

미기야와 파이로는 남학생을 집에 바래다준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저 학생은 이제 괜찮은건가요? ”
“응. 아까 우리가 공격한 것은, 녀석을 주살하러 온 악령이거든. 그걸 베었으니 이제 안전하지. ”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
“죽어서까지 연인을 지킨다… 멋지군. ”
“그러게요. ”

그리고 다음날 아침.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D동 D 고등학교의 모 양이 오늘 아침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아직 불명이며…

“저주를 할 때는, 무덤을 두 개 파라는 말이 있다고 했던가요… ”
“이제 두 번째 무덤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