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벚꽃 날리는 교정

교정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특히 벚꽃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벚꽃이 피는 학교를 거닐다 보면, 정말 아름답다.
나도 누군가와 어룰려 놀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못한다.
이렇게라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

“쟤는 또 저기서 저러고 있네. ”
“내버려 둬. 한두번 저러냐… ”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무시하고 그녀는 언제나 벚꽃 나무가 있는 벤치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릴때면 눈처럼 흩날리는 꽃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정말 아름다워, 그렇지?

하지만 그녀에게 얘기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하고, 그녀가 즐겨 앉았던 벚꽃나무 옆 벤치에서 잠들었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A동 A 고등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여학생의 옆에는 외롭다고 쓰여진 쪽지만이 있었으며,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자살인가… ”
“어, 저기는 우리 학교인데…? ”
“정말? ”
“네, 제가 나왔던 고등학교예요. 저 벚나무, 정말 아름다워서 좋아했는데… 그나저나 한번도 누가 자살하고 그랬던 적은 없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일찍 눈을 감은걸까요… ”
“안타깝군… 외롭다, 라고 쓰여있었다면 아마도 따돌림같은 걸 당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
“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

며칠 전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고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며칠 전과 달리 이번에는 사인이 자살이라는 것이었지만…

특히나 현은 자신의 모교였던지라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누구인지 모를 후배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기 떄문일까… 현의 눈이 어째서인지 슬퍼보였다.

“현, 오늘 무슨 일 있는 것 같네. ”
“아, 아니예요, 아무것도… ”
“…… ”

라우드와 미기야는 모르고 있었지만, 파이로는 현이 슬퍼보이는 이유를 간파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현에게 진한 코코아를 한 잔 건넸다.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원인이 어찌됐건, 그렇게 만든 원인이 누구건 간에, 벌은 받기를 바라는수밖에. …그 후배도 편히 눈감았을거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선배가 자신의 죽음을 안타까워 해 준다는 걸 알았을테니… ”
“…… 감사합니다. ”

자살 사건이 보도된 다음날, 사무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20대 중반은 돼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한 복장을 입고 있는, 갈색의 단정한 머리를 가진 남자. 남자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파이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기야, 손님이다. ”
“네, 나갑니다. ”

파이로가 미기야를 부르자, 안에서 미기야가 나왔다. 미기야는 남자에세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남자를 앉게 한 다음, 자리에 마주 앉았다.

“어서 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A 고등학교의 교사 제민이라고 합니다. ”
“그러시군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
“다름이 아니라, 어제 그 일이 있었던 이후 학교에 이상한 일이 생겨서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
“이상한 일이라뇨…? ”
“이 사진을 봐 주세요. ”

남자는 핸드폰을 켜고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안에는 평범한 교정의 풍경이 담겨져 있었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풍경이 있었다. 교정에 핀 벚나무를 찍은 사진에서만, 하얀 그림자같은 것이 보였다.

“카메라에 이상이 있나 확인도 해 봤는데, 카메라를 렌즈로 깨끗이 닦고 찍어도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나서요. 저 뿐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사진을 찍을 때도 이런 현상이 종종 일어납니다. 게다가 자살한 학생과 같은 반에 있는 학생들 중에는 환청에 시달리는 학생도 있고요. ”
“흠… 뭔가 이상하네요… ”
“어제부터 그런 일이 생긴 것도 이상하고, 몇몇 학생들은 환청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
“흐음… ”

자살한 여학생이 쓸쓸해서 사람들을 부르는 것일까. 그렇게만 단정짓기에는 애매했다. 영이 사진에 찍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이 환청에 시달린다면.

“일단 제가 저녁에 학교로 가겠습니다. 가서 한 번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어서요. ”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

제민은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 밖을 나갔다.

“환청에 시달린다라…… 환청……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
“아, 아까 의뢰를 하러 왔던 분의 말씀 중에 뭔가 석연찮은 게 있어서요. 여학생이 자살을 한 이후로, 몇몇 학생이 환청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
“그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되잖아. 어차피 저녁에 갈 거라며. ”
“그렇긴 한데… 내용 때문에 석연찮은 게 아니예요. ”
“그럼? ”
“사진에 찍히는 것이야 자살한 학생의 영이 그 곳을 떠나지 못 했을테니 그렇다 치더라도, 환청이 들린다는게 석연찮은겁니다. ”
“환청이 들린다라… 그것도 전체가 아닌 특정인에게만…… 그렇군. 역시 뭔가 이상해… ”

파이로는 그새 배가 고팠는지 또 과자를 먹고 있었다.

“방금 밥 먹지 않았습니까…? ”
“배고파. ”
“좀 기다리세요, 곧 점심시간이니까. ”
“이것만 먹을게. ”
“입맛 없어집니다, 빨리요. ”
“쳇… ”

파이로는 역시 못 당하겠다는 듯 과자를 다시 갖다두러 갔다.

그 날 저녁, 미기야는 파이로와 함께 A 고등학교로 향했다. 수업을 일찍 끝냈는지 학교는 조용했고, 교무실로 들어서니 제민과 몇몇 선생님만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괴담수사대에서 왔습니다. ”
“아, 어서 오세요. ”
“그 벚나무는 어디에 있나요? ”
“저를 따라오세요. ”

제민을 따라 학교 뒤쪽 정원으로 가니, 벚나무와 벤치가 있었다. 벚나무는 여전히 눈을 머금은 구름처럼 나무 한가득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밑에는 벌써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꽃이 있는지, 벤치며 나무 주변에 꽃잎이 몇 장씩 떨어져있었다.

“여기가 그 벚나무입니다. ”
“으음… ”

미기야와 파이로는 벚나무 주변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통해 사진을 찍어봤지만, 사진에도 그림자같은 것은 찍히지 않았다.

“음……? 왜 이 핸드폰에는 그림자가 안 찍히는거지…? ”
“파이로씨를 무서워하는 거 아닐까요… ”
“그럼 내가 저 쪽으로 가 있을테니 다시 찍어봐. ”
“네. ”

이번에는 파이로가 멀찍이 떨어져 있고, 미기야가 다시 촬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진 속에 찍혔다던 하얀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무서운 건 아닌 것 같은데… 잠깐만. 선생님이 이 녀석 폰으로 한번 촬영해보시겠어요? ”
“네. ”

제민이 미기야의 핸드폰을 받아서 촬영을 하자, 이번에는 하얀 그림자가 찍혔다. 사진을 열어둔 채로 핸드폰을 건네받은 미기야는 의아하다는 듯 파이로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이런 경우도 있어요? ”
“아주 없는 건 아니지. 분명 이 곳에는 죽은 학생의 원혼이 있어, 하지만 그 원혼은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거겠지… ”
“학교의 구성원 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 조사하기 꽤 까다롭겠네요… ”
“음…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조사하기 까다로운 건 아냐. 방법은 생각해보면 많아. …선생님, 혹시 환청이 들리는 아이들을 내일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 ”
“저희가 지금은 오전중에만 수업을 해서, 일찍 오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수업시간을 뺏을 생각은 없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남겨주세요. 그 아이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
“아… 알겠습니다. ”

파이로와 미기야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학교의 선생님이나 학생이 아니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거기다가 환청이라니.

“파이로 씨, 이렇게 되면 죽은 학생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잖아요. ”
“우리 눈에 안 보인다면 그렇지. …잠깐. 현이 A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했지? ”
“아, 맞다! 그러고보니 현이 A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
“현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그 학교를 나왔고, 이번에 죽은 학생에 대해서도 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현이 그 유령을 설득해준다면 될 것도 같아. 내일 학교에 갈 때, 현도 같이 가지. ”
“네. ”

다음날, 미기야는 파이로와 현을 데리고 A 고등학교로 갔다. 오랜만에 오는 학교여서 그런지, 현은 교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많이 변했는가 싶었는데 여전하네요, 이 학교는… ”
“오랜만에 오는 모양이네. ”
“네, 졸업하고 거의 5년만에 와요. ”
“그렇군… ”
“그나저나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 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죠…? ”
“응. ”
“이번에도인가… ”
“이번에도…라니? 이런 적이 몇번 더 있었어? ”
“네. ”

현의 이야기에 의하면, A 고등학교에는 학교의 선생님이나 학생에게만 보이는 유령이 꽤 있다고 한다. 학생이나 선생님에게는 보이는 귀신이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다보니, 귀신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환청이나 심신미약으로 간주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귀신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
“공통점…? ”
“네. 그 귀신들은 전부 살아생전에 따돌림을 당해던 귀신들이고, 그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는 선생님들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때 당했던 기분을 앙갚음해주려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만 나타난다는 얘기가 있죠. ”
“그런가… ”
“그렇다면 이번 케이스도 그런 걸까…? ”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아무튼 한 번 만나보러 가요. ”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제민이 나와 있었다. 제민의 안내를 받고 교실로 가 보니, 여섯 명의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제도 환청에 시달려서 점을 못 잔건지, 다들 피곤해보였다.

“이 아이들이군요. ”
“네. 어제부터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
“으음… 알겠습니다. 얘들아, 우리는 괴담수사대에서 왔어.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건데, 여기에 사실대로 대답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해결해 줄 수 없어. ”
“알겠습니다. ”
“언니, 저 좀 도와주세요… ”
“알겠어. 우선… 환청이 들린다고 했는데 정확히 언제, 어떤 말이 들리는거야? ”
“밤 12시에, 공부하고 있으면… 죽어버리라는 소리도 들리고, 이렇게 해서 무사할 것 같냐는 얘기도 들려요… 귀를 막아버리면, 빈 노트가 펴지더니 펜이 움직여지면서 글자가 써져요… ”
“음… 좋아. ”

그 이후로도 파이로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한 다음에야 여학생들을 돌려보냈다. 그 후로도 파이로와 미기야, 현은 교실에 남아있었다.

“어때, 네 눈에는 보여? ”
“네. 지금도 이 쪽에 있어요. ”
“이 쪽이라… 알겠어. ”

파이로는 현이 가리키는 쪽을 보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의 눈에는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현은 아까 학생들이 모여 있을 때도, 그 유령이 보였다고 했었다. 계속해서 주위를 맴돌면서 죽어버리라고 말하는 것을.

“…… 나는 이 학교에서는 외부인의 입장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라. 우리가 네 원한을 풀어줄게. 우리는 널 믿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네 얘기를 믿어줄 수 있어. 다른 사람들과 달라. 나는 아니지만, 이 쪽에 있는 사람은 네가 보이고 있어. 왜냐하면 이 쪽은, 이 학교를 졸업한 너의 선배니까. 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워했단다. 그리고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 ”

-흑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세 사람은 그 울음소리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죄를 지었으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하는 게 맞지… 그런데 한 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뭐가 뭔지 판단하기가 힘들잖아? 그래서 우리는 네 얘기도 듣고 싶은거야. ”

-흐윽…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늘게 떨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파이로의 눈앞에 슬프게 울고 있는 유령이 보였다.

“안녕, 우리는 너의 원한을 풀어주려고 왔어. ”
“정말…이예요…? 제 얘기… 믿어주실건가요…? ”
“응. 자, 우리에게 얘기해봐. 왜 꽃같은 목숨을 버려야만 했는지, 그리고 너는 왜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
“흐윽… 언니…… 저 너무 힘들었어요… ”
“자, 진정하고 천천히 얘기해봐. ”

현은 유령을 진정시켰다.
간신히 진정이 된 유령은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령의 이름은 현아였다. A 고등학교 3반에서 공부를 하며, 꿈을 꾸고 있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녀는 학교의 산책로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고, 벚꽃 나무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중학생때부터 유난히 공부를 잘 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로 결코 잘난 척을 하지도 않았다. 친구들이 물어보는 것이 있으면 척척 대답해주고, 문제가 어렵다며 도와달라는 친구에게는 문제 풀이도 가르쳐주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시기하던 학생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현아를 시기해서, 현아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만들어냈다. 소문은 끝없이 퍼져나가 같은 학년은 물론 다른 학년 선배들에게까지 안 좋은 소문이 알려졌다. 심지어는 선생님의 귀에도 그 소문이 들어갔다. 그녀가 지금까지 환청을 들려주며 괴롭혔던 여섯 명이, 그 주범이라는 것이다.

현아가 있을 곳은 학교의 산책로, 그리고 볒나무 밑 벤치밖에는 없었다. 괴롭힘 당하는 거라고, 거짓말이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도둑이라고 몰리기도 하고, 교과서에 낙서가 돼 있거나, 시험을 잘 봐도 컨닝이라고 비아냥거리거나, 얘기를 해도 무시를 해 버리는 등의 괴롭힘이 그녀가 죽을때까지 계속됐다.

“언니… 저는, 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왜 그런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거죠…? 제가 왜…… 흐윽- ”
“…… 세상에는 남이 잘 되는 걸 시기하며 떨어뜨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지… 하지만 그들은 몰라. 자기들이 떨어트리려고, 끌어내리려고 노력할수록 자기들이 더 끌어내려진다는 걸 말야… ”
“…… ”
“여섯 명이 주범이란 말이지…? 그럼 그 녀석들이 우리에게 했던 너에 대한 얘기도 거짓이었겠구나. ”
“네… 전 컨닝같은 건 하지도 않았고, 절대로 몸을 함부로 하지도 않았어요… 사진이 찍혔다고 했던 건, 그 애들이 저를 그 곳으로 억지로 끌고 가 제 교복을 뻇어입고 찍은거였는데…… 흐윽- ”
“괜찮아. 이제 됐어… 언니가 도와줄게. 넌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려줄게… 이제 쉬어도 돼, 현아야… 여기에 있지 말고, 저 위로 올라가서 그런 애들은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지내. ”
“언니, 고마워요… 제 얘기를 들어줘서… ”

현아는 현을 향해 싱긋, 웃어보인 다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현아가 사라진 후, 파이로와 미기야는 아까 질문을 하면서 녹음했던 녹취록을 다시 들어보고 있었다.

“…환청 빼고는 전부 거짓이라는 얘기가 되겠네요. 이것들 전부. ”
“그렇지. ”
“하아… 어떻게 하죠…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을 알아줬다면 그걸로 된 거야. 잘못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고개를 들게 돼 있어. ”
“그렇겠죠… ”

현은 여전히 조금 씁쓸한 눈치였다. 우리 선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니. 파이로 씨의 말대로,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것을 풀어줬다면… 그리고 그게 현이라서 다행이긴 했지만, 뭔가 찝찝했다.

“파이로 씨. ”
“응? ”
“정말로 천벌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저 아이들도 천벌을 받을까요? ”
“넌 어떨거라고 생각해? 정말 존재한다고 믿어? ”
“네? 네… 그렇게 믿어야죠. ”
“천벌이라는 건, 소설이나 민담에 나오는것처럼 꽈르릉 하고 번개가 치는 게 아냐.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에 따라, 시간을 두고 길게 길게 자기가 지은 죄로 말미암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입었던 고통을 그대로 안겨주지. 그렇기때문에 당장은 원통해하다가 잊을만하면, 그제서야 천벌을 받기도 해. …내가 볼 때는 아마 그게 지금일 것 같지만. ”
“네? ”
“봤냐, 이거? ”

파이로는 핸드폰을 켜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기사를 천천히 읽어보던 현은 놀란 눈치였다.

“경찰이 현아가 죽은 이유에 대해 조사하다가 일기장을 입수했대. 그리고 그 일기장 속에 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을 내일 중으로 조사하겠다고 하더라. 뭐, 방을 탐색하다가 이것저것 발견했으니…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