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6. Invidia(상)

“여기가 괴담수사대인가요? ”

아침부터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무언가를 급하게 찾는 눈치였다.

“여기가 괴담수사대입니다만, 무슨 일이세요? ”
“도…도와주세요…… 사, 살해협박을…… ”
“……? ”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해 주세요. ”

여자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는 동안, 그녀의 주변을 얼쩡거리는 낯선 그림자가 보였다. 파이로는 그 그림자가 수상했는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런 걸 받았어요… ”

낯선 여자가 건넨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안에는 붉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Invidia…? 이게 온 거예요? ”
“네… ”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때문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경찰에 연락은 해 보셨나요? ”
“해 봤죠…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대요… 몇 번이고 보낸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러는 와중에도 이렇게…… 계속해서 오는 거예요… ”
“흠… 그렇군요… ”

뒷장을 넘겨보니, 거기에는 붉은 글씨로 ‘당신은 어쨰서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한가요? 신의 천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벌하겠어요. ‘라고 쓰여있었다.

“이건 대체…… ”
“이런 게 매일 와요… 어쩌다 우체통이 비어있어서 보면, 문자나 메일로 올 떄도 있어요… ”
“음… 그렇군요. 이 연락처 받으시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
“가… 감사합니다… ”

여자는 미기야의 연락처를 받고 사라졌다.

“라우드 씨, Invidia가 무슨 뜻이예요? ”
“글쎄요… 영단어 중에 그런 단어가 있었던가…… ”
“질투. 라틴어야. ”
“질투…? ”
“응, 질투. 7대 죄악 중 하나가 질투이지. 7대 죄악이 뭔지는 알지? ”
“네. 성경에 적혀있는 거라고… ”
“그렇지. …그보다 아까 그 여자 말인데… 주변에 뭔가 얼쩡거리는 게 보였어. 그게 뭘까…? ”

파이로는 여전히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가 신경쓰였다. 전의 그 의뢰인처럼 원한령이 들러붙은 것인가? 하지만 원한령이라면 형태가 명확하거나 할 텐데 그 그림자는 그렇지 않고, 그냥 희끄무레했다. 게다가 의뢰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글쎄요… 저번처럼 원한령이라도 들러붙은 건 아닐까요? ”
“흐음… 그런데 그 그림자, 형태가 그냥 희끄무레하던데. 역시,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
“우후후, 무슨 일이니? ”
“아, 애시. ”

파이로의 전화기에서 애시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애시가 막 집으려던 마지막 남은 소시지를 낼름 삼켜버렸다.

“그거 내 껀데!! ”
“맛있다~ 후훗.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
“의뢰인이 왔었는데, 파이로 씨가 이상한 걸 봤대요. ”
“이상한 거…? ”
“네. 뭔가 희끄무레한 그림자였다는데… 원한령이라면 보통은 형태가 명확하게 드러날텐데, 그 그림자는 그냥 희끄무레하기만 했대요. ”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하네. ”
“뭐, 일단 더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나저나 미기야는 왜 안 오냐? ”
“오늘 고향에 내려가서, 내일이나 오신답니다. ”
“그런가… ”

질투. 그리고 저질러서는 안 되는 죄를 짓고도 무사하다… 무슨 의미일까. 파이로는 편지의 내용을 곱씹어봤다.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라… 아무래도 그 녀석은 기독교 신자인 모양이지,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이고. ”
“네? ”
“7대 죄악은 가톨릭에서 규정하는 성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죄의 씨앗을 말해. 다른 종교와는 상관 없는 거지. 성경이라면 기독교의 경전이잖아? ”
“그거야 그렇죠. ”

파이로는 오징어 튀김을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편지에 ‘지어서는 안 될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라고 쓰여 있었다면, 그 녀석이 기독교 신자이고, 편지를 보낸 녀석은 그 녀석이 기독교 신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그러니까… 의뢰인이 기독교 신자라서, 그리고 그걸 알기 떄문에 그런 편지를 보냈다… 그런 얘기인가요? ”
“그렇지. …다르게 말하자면, 그 녀석이 기독교인이기때문에 편지에 그런 내용을 썼다…고밖엔 할 수 없겠는데. 라틴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
“!!”

7대 죄악 중 하나를 짓고도 무사하다. 파이로의 말대로 의뢰인이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신자였거나 기독교 신자라는 걸 몰랐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런 내용을 적었을까?

“아니면 보낸 녀석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을 수도 있겠지만.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조사를 좀 더 해 봐야겠어요. ”
“여러가지로 수수께끼 투성이인 사건이구만. 그 쪽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할 도리도 없고, 미기야의 연락처를 건네줬으니 오늘 손 쓸 방법은 없는거겠지? ”
“음… 일단은 그렇겠죠. ”
“하암… 그럼 저녁은 나쵸나 먹자. ”

파이로는 귀찮은 듯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나저나 그 그림자의 정체는 대체…? ‘

다음 날, 아침부터 사무실의 전화가 바쁘게 울렸다. 한갓지게 자고 있던 파이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대체 아침부터 누구야… 여보세요? ”
“도, 도와주세요… 펴, 편지가…… 이… 이번에는 이상한 소포도…… ”
“뭐냐? 너 설마, 어제 그…? ”
“흐윽… 제발…… 저 좀 도와줘요…… ”
“이따가 소포 들고 사무실로 와. 오늘 오너 출근한다. ”
“네… ”

전화를 끊은 파이로는 다시 자러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침에 전화를 걸었던 여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기야에게 소포를 건넸다.

“여기 소포요… 그리고 이 편지… ”
“아아… 얘기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소포도 매일 오던 건가요? ”
“아뇨, 이 소포는 오늘 처음 온 거예요… ”
“그런가요… ”

미기야는 박스를 열어보곤 못 볼것이라도 본 것처럼 다시 닫았다. 그리고 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스 안의 내용물을 덤덤히 보고 있는 것은 파이로 뿐이었다.

“파이로 씨는 동물 사체를 봐도 멀쩡하시군요… ”
“난 네놈들보다 비위가 강할 뿐이다. ”

박스 안의 비둘기 사체는 상처 하나 없이 죽어있었다. 생채기 하나 없는 시신이었지만 한 군데. 시체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 정 중앙에는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다.

“악취미구만. 요즘 비둘기가 잡기 쉬워졌다지만 이런 짓을 할 줄은… 그 녀석이야말로 살인이라는 죄를 범한 거 아닌가 모르지. 그보다 어제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너 혹시 교회 다니냐? ”
“…네? 그… 그야 그렇지만… ”
“역시 그랬군… 편지 내용때문에 신경 쓰였거든. 미기야, 이 녀석 주변인들부터 조사해봐. ”
“네. 혹시 이런 소포가 또 오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따로 연락을 드릴테니, 연락처를 좀 적어주시겠어요? ”
“여기요… ”

여자는 쪽지에 연락처를 휘갈겼다. 여전히 두려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돌려보낸 후, 미기야는 소포로 온 비둘기 시체를 밖에 내다 버렸다.

“사진은 찍었냐? ”
“윽… 그거 사진도 찍어야 해요? ”
“증거잖아, 임마. 냅둬라, 내가 찍을게. ”
“참 비위도 좋으시네요. ”

파이로는 소포의 사진을 찍었다.

“그나저나 뭔진 몰라도 엄청 원한을 산 모양이지. 이런 짓까지 당할 줄은… ”
“글쎄요… ”

파이로는 소포를 박스채 밖에 내다 버렸다. 그리고 콜라를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가, 그녀를 발견했다.

‘음? ‘
“오, 콜라 마시려고? 내 것도 하나 사 줘. ”
“깜짝이야… 쉿, 조용히 해 봐. ”

파이로의 전화기에서 튀어나온 애시도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듯 황급히 건널목을 건너갔다. 여전히 겁에 질린 그녀의 주변에는,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보였다.

“흐음… 저 녀석은 괴이같은데? ”
“괴이라고? ”
“응. 내 짐작이 맞다면, 저 녀석은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일거야. ”
“죄를… 먹어치워? ”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어. 그나저나 활동은 중단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저 녀석이 다시 보이는거지? ”
“흠…… 그 녀석이 들러붙은 게,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걸까? ”
“아마도. ”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 어째서 그 녀석이 그녀에게 들러붙어 있는걸까? 파이로가 생각하기에 이번 사건은, 완전히 의문 투성이였다.

사무실로 올라간 파이로는 소파에 풀썩 앉아서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결과 나온 거 있냐? ”
“음… 글쎄요. 원한을 살 만한 주변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탐문 수사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모르지… 그럼, 움직이지. ”
“네. ”

파이로와 미기야가 밖으로 나가 있을 동안, 애시는 ‘죄를 먹어치우는’ 괴이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최근 눈에 띄는 일은 줄어들었다는 녀석이, 어째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걸까? 그 녀석이 이번 사건의 범인일까?

“이번 일과 관련이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이네. 그나저나 의외로구나, 그런 녀석이 다시 나타나다니… ”

한편, 오늘도 날아온 편지 때문에 여자는 겁에 질려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내용의 붉은 글자가, 하얀 종이에 적혀서 더더욱 선명했다. 마치 선혈과도 같이 움직여 흐를 것만 같았다.

“꺄아악- ”

-너의 죄를 아는가?

그녀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보였다.

“나의… 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