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3. 머지않아

뉴스에도 나올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유야무야 무마돼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피해자만 울게 되었다. 대기업 전무인 아버지를 둔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가 힘도 빽도 없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던 남자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얼추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풍기는 분위기만 보면 어느 대기업 회장의 비서 같았다.

“윤원효 군 아버님 되시죠? ”
“네, 제가 원효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여자가 건넨 명함에는 파리아,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우리한테 무슨 볼일이지? 남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여자와 명함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파리아에서 저에게 볼일이 있으시다고요? ”
“회장님께서 뉴스를 보시고, 원효군을 돕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저희 아들을요? ”
“네. 원효군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심리 치료 비용도 지원해주고,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면 가해자와 만날 수 없도록 다른 학교로 다닐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검정고시를 공부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드리고 싶다고도 하셨고요. ”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우리 아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고? 이거 거짓말 아냐? 내가 속고 있는건가? 하지만 그녀는 회장님이 바빠서 비서인 자신이 대신 오게 되었다며, 회장님께서 소식을 듣고 굉장히 분개했다는 말과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알았더라면 최고의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을 도와주셨을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원효군은 지금 집에 있나요? ”
“네. 그 날 이후로는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해서…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댁에 계실 때, 제가 한 번 원효군을 만나보겠습니다. ”
“원효 엄마라면 지금도 집에 있을겁니다. 저도 오늘은 일자리가 없어서 집으로 가려던 참이니, 같이 가시지요. ”

원효의 엄마는 아침식사를 막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 왔어. ”
“어서 와요. 오늘도 일자리가 없었수? ”
“그렇지, 뭐… 들어오시구려. 설거지 금방 끝나니까 아침 차려줄게. ”
“이 분은…? ”
“실례합니다. 원효군의 어머님 되시죠? ”
“네, 제가 원효 엄마인데…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명함을 건네받은 원효의 엄마 역시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명함과 여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파, 파리아요? ”
“네, 회장님께서 원효군을 돕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래는 직접 만나뵙고 싶어 하셨는데, 오늘 일정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오게 됐어요. 원효군의 심리치료 비용은 물론이고 다시 학업을 이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
“저, 정말요? ”
“네. 지금 원효군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원효야! 손님 오셨다! ”

엄마의 부름에 방에서 비척비척, 누군가 걸어나왔다. 아마도 이 아이가 원효인가보다, 여자는 생각했다. 원효의 엄마는 원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파리아…? 회장님이 날 도와주고싶어 하신다고? ”
“맞아요. 일단 원효군이 상처를 잘 보듬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원효군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렸어요. 방으로 들어가서 잠깐 얘기를 나눠봐도 될까요? ”
“아, 네… 들어오세요. ”

원효의 집은 반지하에 있었다. 들어올때부터 곰팡이가 펴 얼룩진 벽지가 맞아주고 있었고, 원효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책상이며 침대며, 가구도 상당히 오랫동안 쓴 티가 났다. 책꽂이에는 교과서와 함께 책 몇 권이 꽂혀 있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나봐요. ”
“네. 점심 먹고 나면 항상 도서관에 가곤 했어요. ”
“그렇군요…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원효군, 괴롭힘 당했던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그것때문에 학교도 쉬고 있고요. ”
“네… 어차피 학교에서 흐지부지 처리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걔네 아빠가 대기업 전무라 선생님들도 좀 굽신거리는 게 있었고… ”
“회장님도 안타까워 하셨어요. 좀만 더 일찍 접했더라면 최고의 로펌 변호사를 지원해줬을거라면서… ”
“…… ”
“원효군은 힘든 걸 다 떨쳐내고 나면, 다시 학교로 가고 싶어요? ”
“네. 하지만… 그 애들이 있는 학교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집안 형편때문에 외국에 있는 학교는 힘들고, 멀더라도 옆 동네에 있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어요. ”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원효군이 원한다면 외국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회장님께서 지원해주시기로 하셨어요. 그것때문에 원효군이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저에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하셨고요. 일단 원효군이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부터 보듬을 수 있도록, 심리 치료를 한 번 받아보세요. 심리 치료도 받으시면서, 천천히 하고 싶은 게 있는지도 생각해보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원은 회장님께서 전폭적으로 해 주신다고 했어요. ”
“알겠습니다. ”

원효는 다음날부터 열심히 심리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원효를 담당하게 된 선생님은 국내에서도 치료를 받으려면 반년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선생님이었지만, 특별히 회장님의 부탁으로 원효를 위해 시간을 내게 되었다.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던 원효는, 어릴적부터 자신의 꿈이 의대 진학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누나, 저 의대에 들어갈거예요. ”
“의대요? ”
“네. 어릴적부터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
“그렇군요… 전에 학교를 옮기겠다고 하셨었죠? 여건만 된다면 외국 학교로 나가고 싶다고도 하셨던 것 같은데, 특별히 가고 싶은 국가가 있나요? ”
“미국이요. 어렸을때부터 영어를 잘 했기도 했고… 한번쯤 가 보고 싶었어요. ”
“그렇군요… 그럼 존스 홉킨스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면 되겠네요. 생활비는 걱정 마세요. ”

원효가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준비할 동안, 원효의 아빠도 파리아 계열 건설사에 정직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경험과 경력, 그리고 주변 평판을 높게 사 정직원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말단 직원으로만 들어가도 감지덕지였지만, 회장은 그에게 이렇게 경력도 있고 평판도 좋은 분을 말단 사원으로 두기엔 아깝다며 관리직 자리를 제안했다.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원효는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생활비와 학비도 넉넉하게 받았던 그는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목표로 하던 존스 홉킨스 의대에 수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원효의 엄마는 그 소식을 전화로 듣자마자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원효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폭력때문에 괴로워하던 아들이 가고싶어 하던 의대에 진학했다니! 주변에서도 원효의 부모님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학사학위를 딴 원효는 석사 학위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고향에 들렀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살았던 집으로 가자, 부모님 대신 주인 할머니가 그를 맞았다. 주인집 할머니는 그때 그 아이가 이렇게 컸느냐면서 반가워하셨고, 부모님은 어디 가셨냐는 그의 질문에 몇년 전에 이사를 갔다며 집 주소를 가르쳐주었다. 주소를 받아들고 집으로 찾아가보니, 그 곳은 지은지 조금 된 아파트였다. 부동산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집값이 꽤 비쌌던 기억이 있었다. 주소에 적힌 호수로 가 보니, 원효의 엄마가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엄마! ”
“아이고, 우리 아들! 이제 졸업 한거야? ”
“응. 석사 학기 시작하기 전에 교수님 허락 받고 잠깐 들렀어. 그런데… 이 집은 뭐야? ”
“네 아버지가 열심히 월급 모아서 샀다. 하나뿐인 아들이 미국 대학을 장학생으로 들어갔는데, 번듯한 집에서 맞아주고 싶다고. ”
“그랬구나… ”
“아들, 뭐 먹고싶은 거 있어? 엄마가 다 해줄게. ”
“엄마가 해주는 갈비찜이 먹고싶어. ”
“갈비찜? 그럼 이따가 갈비부터 사야겠네. 언제 들어가? ”
“다음주에. ”

갈비찜을 기다리면서, 원효는 새로운 방으로 가 봤다. 방에는 여전히 원효의 교과서와 책이 놓여있었지만, 가구 역시 전부 새것이었다. 원효가 읽던 책은 책꽂이에 꽂혀있었지만, 교과서는 끈으로 묶어 둔 상태였다.

“교과서는 왜 이렇게 해 둔거야? ”
“별로 좋은 기억도 아닌 것 같아서 버릴까 하다가, 네 물건이라서 그냥 그 상태로 뒀어. ”
“그래? 그럼 이건 나중에 내가 나가면서 버릴게. ”
“응. ”

원효는 한국에 들어온 김에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았다. 개중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 단도 있었다. 반에서 유일한 외자였던 단은,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가 괴롭힘을 당할 때도 유일하게 맞서줬던 친구이기도 했다.

“어, 단! 나야, 원효. ”
“원효? 윤원효? 야, 너 존스 홉킨스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
“파리아에서 뉴스를 보고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어. 심리 치료 비용도 지원해주셨고, 미국 학교를 다니고 싶다니까 학비랑 생활비도 전부 지원해주셨어. ”
“와, 성공했네 원효. 지금 한국이야? ”
“응. 석사 학기 시작하기 전에 교수님 허락 받고 잠깐 들어왔어. ”
“그럼 간만에 만나서 한잔 하실? ”
“콜! ”

원효는 짐을 방에 두고, 단을 만나러 갔다. 고등학교에 다닐때는 키가 작았던 단이었지만, 지금은 훤칠하게 컸다. 항상 짧게 밀던 머리는 투블럭을 해서 포마드로 정리했고, 늘 운동을 좋아하던 성격은 어디 안 갔는지 체격도 건장해져 있었다.

“와, 니가 그 단이 맞냐? 키가 왜 이렇게 컸어? ”
“군대 갔다 왔더니 컸다. ”
“짜식, 운동 좋아하는 성격은 어디 안 갔나보네? ”
“그렇지, 뭐. 너는 군대 안 가냐? ”
“석사 마치고 가려고. 교수님이랑 컨택하면서도 그 얘기 했는데, 교수님이 의무라고 해도 대단한 일 하는거라면서 특별히 석사 끝나고 빼줄테니까 다녀오라고 하셨어. ”
“그 나라는 군인 우대를 잘 해준다더만… 진짠가보네. ”

둘이 먹을 고기와 술을 주문하자, 잠시 후 종업원이 술을 가져다 주었다. 원효는 술잔 두 개에 술을 따랐다.

“크~ 오랜만에 먹는 소주네. ”
“미국에는 소주가 없냐? ”
“있긴 있는데, 꽤 비싸. 한병에 만원은 할걸? ”
“와, 진짜 비싸네. 하긴, 수입하는거니까. ”
“넌 어떻게 지냈냐? ”
“나 S대 공대 들어가서, 이제 막학기야. 인턴십 쓴 거 하나 돼서 조만간 거기로 출근해. ”
“오, 잘 됐네, 공부 열심히 했구나 단이~ ”
“당연하지. ”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면서, 치익 소리가 난다. 곧 맛있게 고기가 익자, 종업원이 고기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다음 먹어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나 미국 가 있는동안 별 일 없었지, 학교? ”
“별 일이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해. 너 괴롭히던 애들,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다들 인생 하드코어 모드더라. ”
“엥? 걔네들 다 돈있고 빽있는 애들 아니었어? ”
“그랬지…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야. 걔네가 믿고 나대던 돈이랑 뺵이 완전히 없어졌어. 하나는 졸업하자마자 외제차 몬다고 SNS에 올리고 그랬는데, 며칠 후에 SNS 보니까 자기 망했다고 올렸더라. ”
“하나네 잘 살지 않아? 걔네 부모님이 대기업 임원인가 그랬던걸로 아는데… ”
“근데 차 잘못 몰다가 페라리랑 사고가 났지 뭐냐. 그것도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다는 차를 박았는데 차가 심각하게 파손돼서 임원직 월급으로도 짤없더래. 집이랑 명품이랑 다 팔고 돈 딸딸 긁어서 갚았는데도 돈이 모자라서 빚을 냈단다. 그래서 빚 갚느라고 개고생중이야. ”
“페라리랑 박은거면 걔네 차도 누더기 됐겠네? ”
“폐차했다고 올렸단다. ”

소주가 다 떨어지자, 단은 소주 한병을 더 주문했다. 곧 종업원이 소주 한 병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호영이는 지금 정신병원에 갇혀있다. ”
“걔가? 왜? ”
“호영이가 T대 수시 입학할 예정이었잖냐. 그것때문에 너 학폭했던 것도 학교측이 무마했던거고… 근데 걔 수능 망해서 T대 입학은 고사하고 전문대나 가야 할 수준이었거든. 그러니까 걔네 엄마가 눈이 막 뒤집혀 있었는데, 그 와중에 니가 존스홉킨스 의대 수석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나봐. 재수할때도 비싼 인강 끊어주고 집에서 공부하라고 닦달했었는데, 그게 말이 닦달이지 뉴스에 나올 수준이었대. ”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고…? ”
“응. 예전에는 그래도 같이 놀던 애들이랑 연락도 하고 그랬는데, 최근에 연락이 뜸해져서 전화했더니 걔네 아빠가 호영이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이제 연락 안된다고 했대. 걔네 엄마랑 아빠도 이혼해서 병원비 아빠가 감당하는 것 같더라. ”
“그래도 걔네 아빠는 대기업 임원이니까, 뭐… ”
“걔네 아빠 횡령인가 한 거 걸려서 잘렸어. 걔네 엄마는 걔네 아빠가 짤린 후로도 씀씀이가 그대로라 돈이 금방 거덜났다더라. ”

적당히 배가 차자, 둘은 공기밥에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곧 따끈한 공기밥과 팔팔 끓는 된장찌개가 나왔다.

“주호는 요즘 일용직 알바 하는 것 같더라. ”
“주호가? 아빠 회사 물려받는다더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 ”
“아니, 걔네 아버지 진짜 엄하거든. 너 괴롭혔다고 뉴스에 나가고나서 걔네 아버지가 회사는 너한테 물려줄 생각 없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바로 내쫓을거라고 하셨대.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집에서 쫓겨났어. 원래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바로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기술부터 배울 생각이어서 수능도 제대로 안 봤는데 심지어 재수할 돈도 없이 집에서 쫓겨나서 지금 재수할 돈 번다고 일하더라. ”
“그래도 재수해서 대학 가면 상황은 좀 나아지겠지. ”
“개 성적이 워낙 처참해서 아마 재수한다고 해도 좋은 대학에 갈 일은 없을걸? 거기다가 집에서 손절쳐서 학비도 자기가 벌어야되고… ”

공기밥을 뚝딱 비운 두 사람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현승이 말인데. ”
“오현승? 왜, 죽었어? ”
“어. ”
“……? 진짜로? ”
“고3 올라가기 전에 죽었어. 친한 형들이랑 오토바이 타다가 그대로 차랑 부딪혀서 죽었는데, 걔네 부모님이 시체가 워낙 처참해서 기절하셨단다. 너도 알잖아, 오토바이 타다 사고나서 죽은 시체중에 온전한거 찾는게 힘든 거. 부딪힌 차가 외제차라 수리비에 렌트비에… 물어줘야 할 돈도 꽤 있대. ”
“걔네도 돈이 많긴 한데, 자식을 그렇게 보내서 어쩌냐… ”
“내 말이. 수리비 렌트비 물어준다 한들, 죽은 애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아들 장례식장에 애들 다 안갔어. 반 애들도 알게 모르게 현승이 싫어했어서, 대표로 반장이랑 담임만 가서 부조 하고 왔대. ”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의 말로를 듣고, 고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동정보다는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개운했다. 도덕경에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그는 생각했다.

“석사 마치고 또 한국 오냐? ”
“군대 가려면 와야지. 카투사 복무 하려고. ”
“카투사면… 자주 보기는 힘들겠구나. ”
“아무래도 그렇지… 회사 연차도 아니고 군대 휴가를 어떻게 마음대로 쓰겠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