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1. 소란

「인간들은 참 재미있어.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지.
갈구하는 것을 얻고 나면, 또 다른 것을 갈구해.

그래서, 나는 인간들이 참 좋단 말이야…
그렇기때문에, 우리 ‘괴이’들이 생겨나는거잖아.
어떻게 보면, 창조주니까. 」

“헉, 헉… 저, 저 좀 살려주세요! ”

아침부터 웬 여자가, 괴담수사대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거냐, 인간? ”

여자는 키츠네의 말은 아랑곳 않고, 주변을 둘러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급히 뛰어온 모양인지,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것은 물론 신발이 없고 맨발인 상태였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데 신발도 버리고 급하게 뛰어왔어? ”
“하아, 하아… 살았다…… ”
“저 왔…… 응? 그 여자분은 누구예요? ”
“몰라, 갑자기 살려달라고 들어왔어. ”
“엑… 저기, 괜찮아요? ”
“하아, 하아… 더,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

간신히 여자가 숨을 고르고 똑바로 섰을 때였다.

“분명 이 쪽으로 도망쳤는데? ”
“!!”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자가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마침 목소리가 들리자, 거울 밖으로 애시가 나왔다.

“우후후… 무슨 일이야? ”
“쉿,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자칫 잘못하면 저 여자분, 무지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
“아하… 일단 이 쪽으로 들어와. ”

애시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사무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 어디 있는지 찾는 목소리, 그리고 곧이어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도 들렸다.

“어쩌죠? 저 남자분이 여기까지 올 것 같은데… ”
“흐음… ”
“문을 잠그는 건 안되겠지? 지금 오픈 시간이잖아. ”
“그런 걸로 넘어갈리가요… 불이 켜져있잖아요… ”
“키츠네. ”
“앙? ”
“냄새가 나지 않아? 괴이 냄새. ”
“킁킁… 그러고보니 그렇군… 아주 역한 괴이의 냄새가 나는데… ”

문 밖을 가만히 바라보던 애시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이내 그녀는 괴이의 냄새가 나는지, 문가로 가까이 다가갔다. 애시의 말대로, 키츠네에게도 코를 찌르는 듯한 역한 냄새가 느껴졌다.

“점점 냄새가 가까워져 온다. ”
“냄새요? ”
“괴이들은 냄새를 풍기거든.. 아주 역한 냄새. 급이 높은 괴이일수록 냄새가 옅어져서 찾기가 힘들 뿐이야. 우후후… 그나저나 밖에 있는 녀석, 어떤 괴이인지는 몰라도 단단히 들러붙은 모양이네… ”
“그리고 매우 악질인 것 같지… ”
“응? 냄새가 멀어진다…? ”

발소리가 멀어짐과 동시에, 냄새도 멀어졌다. 애시는 냄새가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사무실에 숨어있던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그녀는 여자를 테이블에 앉히고 차를 내 왔다.

“가… 갔어요? ”
“응. 확실히 돌아가는 걸 확인했어. ”
“휴우…… 정말 다행이네요…… ”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어째서 쫓기고 있었던거예요? ”
“그게…… ”

여자는 어느 날부터, 남자에게 쫓기고 있었다고 한다.
여자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남자는 여자가 다니는 대학의 선배였다. 여자가 막 입학했을 때, 남자는 군대를 갔다 온 후 복학을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과에서 주최하는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도중이었다.

여자쪽에서는 몰랐지만, 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티나지 않게끔 뒤에서 조금식 챙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과 술자리에서, 술김에 남자가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다른 과에 있었지만, 가끔 수업이 끝나면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러 오곤 했었고, 그녀의 친구들은 알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녀와 수업을 같이 듣는 것은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안되겠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남자가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변해버렸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금처럼 마주치면 쫓아오고, 그러는거야…? ”
“네… ”

처음에는 집으로 보낸 사람이 없는 편지나 택배가 오곤 했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그러더니 이상한 번호로 문자나 톡이 오고, 방에 도청기와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경찰을 불렀던 적도 있었다.

그 후로 집을 몇 번 옮겼지만, 택배와 편지는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바꿔도 소용 없었다. 결국 그녀가 톡올 차단하자, 그 후로는 협박성 편지와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 후로 남자친구가 계속 저를 바래다주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까지 습격해서… ”
“!!”
“그럼 남자친구분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
“입원했어요… 그 날 날붙이를 휘두르는 바람에 크게 다쳐서…… ”
“…… 이거 심각한데… ”
“그나마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 정도에서 끝났던거지만, 이후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정말 무서워요… 가끔은 집에 혼자 있으면, 집으로 들어오려고 밖에서 문을 억지로 따려고도 하고… 창문을 타고 넘어오려고도 해요… ”
“병인데, 그거… ”

애시는 그녀의 얘기를 듣자마자 무언가를 떠올렸다.
괴이에게서만 나는 역한 냄새, 그리고 아침에 그녀를 쫓아왔던 남자의 정체. 그리고 갑자기 변해버린 행동과 병적인 스토킹. 설마, 괴이에 씌여서 이렇게 변해버린걸까.

“우후후, 아무래도 이번 일, 키츠네가 나서야겠는걸… ”
“내가? ”
“우후후… 아까 맡았잖아, 괴이의 냄새… 거기다가 행동이 갑자기 변해버렸다는 건… 100% 괴이에 씌인거거든. ”
“!!”

키츠네도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일단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요. 수업은 없죠? ”
“네… 오늘은 집에서 쉬는 날이예요.. 여기까지 도망치게 된 건,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마주쳐서…… ”
“그럼 됐어요. 일단 남자친구분은 입원해 계시다니까, 키츠네씨가 이 분을 바래다주세요. ”
“응. 자, 같이 가자. 내가 바래다줄게. ”

키츠네는 여자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키츠네는 여자와 같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어디선가 계속 괴이의 냄새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남자가 근처에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녀석이 근처에 있는 모양인데… ‘
“조심해, 녀석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
“네. ”

키츠네는 여자를 옆에 바짝 붙게 했다. 그러자, 괴이의 냄새가 더 진해졌다. 이러다가 습격을 당할 지도 몰라, 키츠네는 바짝 경계하며 길을 걸었다.

“저, 다 왔어요. ”
“아, 그런가… 어서 들어가, 녀석이 이 근처에 있어. 들어가면, 창문과 문을 꼭 잠그고 하루동안은 열지 마. ”
“네. ”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잠그는 것을 확인한 키츠네는, 냄새가 나는 방향을 찾았다. 한참동안 냄새가 나는 방향을 찾았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분명 이 근처일텐데… ‘
-키츠네, 냄새를 찾고 있는거야?
“엑? 이 목소리는…? 너 설마 애시냐? ”
-나다, 리바이어던. 이 몸을 잊은 건 아니겠지?

심연의 리바이어던.
그것은 매우 커다란, 검은 짐승같이 생긴 괴이이다. 애시 못지 않게 강력하며, 사람의 심연을 들여다보기때문에 여섯 개의 붉은 눈으로 무엇이든 꿰뚫어볼 수 있다.
그런 녀석이 어째서, 지금 여기에 있는거지?

“네녀석, 설마 이 근처에 있는거냐? ”
-애시의 부탁으로 네녀석을 따라온 것 뿐이다. 너, 냄새가 어디서 나는 지 알고싶지?
“역시 빨리도 알아맞추는군… ”
-크크크… 이 몸은 심연의 리바이어던이다. 내가 못 맞추는 것은 없지~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면, 지금 있는 곳에서 멀어지는 게 좋아.
“흠… 좋아. 도우러 왔다니 한 번 믿어보지… ”

키츠네는 여자의 집에서 나와, 맞은편 건물에 숨어있었다.
여전히 냄새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곧 냄새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금속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짤칵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것 봐. 네녀석이 있어서 그 녀석이 모습을 쉽사리 드러내지 못했던 것 뿐이야. 네녀석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저기서 저러고 있잖냐.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해볼까… ”
-하암… 그럼 난 이만.

쿨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리바이어던이 사라졌다.
짤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냄새도 점점 더 진해졌다. 급기야는 코를 찌를 정도로 강력한 냄새가 났다.

‘윽, 정말 지독한 냄새군… ‘

키츠네는 독침을 빼 들고 문 앞에서 연신 짤칵거리는 남자를 향해 날렸다. 한 번에 명중했는지, 남자는 잠깐 비틀거리더니 쓰러졌다.

“휴우, 명중이다… 일단 여기서 이 녀석부터 치우는 게 우선이군. ”

키츠네는 기절한 남자를 들쳐업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돌아온 키츠네를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애시였다.

“윽, 괴이 냄새… 여자는 어떻게 됐어? ”
“무사히 바래다줬어… 그나저나 이 녀석, 리바이어던 아니었으면 잡지도 못 했을걸… 내가 사라지니까 딱 나타나서 문을 열려고 미친듯이 난리치던데. ”
“역시, 무서운 녀석이 붙어있는걸… ”
“그러게… 뭐, 그래도 금방 떨어트릴 수 있겠지. 으차… ”

키츠네가 손바닥에 침을 놓자, 냄새가 점점 연해지기 시작했다.

“흐음…… 됐다. 이제 남은 건, 이 녀석에게도 얼른 좋은 짝이 생기는거겠지만. ”
“우후후… 이 정도의 인간이라니, 괴이가 안 꼬인 게 더 이상한걸… ”
“……? 그게 무슨 말이냐? ”
“이 인간은… 자기가 그 여자와 사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것 뿐이야. 그것때문에 괴이가 꼬여버린거지… 괴이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인간을 좋아하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