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V-6. 저주받은 다이아몬드

“저, 어제 연락드렸는데… ”

반짝이는 귀걸이를 찬 3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여성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 앉아있던 미기야가 그녀를 맞이하자 그녀는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보석이 포장되어 있는 작은 상자였다.

“이게 그 보석인가요? ”
“네… ”

상자를 열어보자, 안에는 푸른빛을 띤 작은 보석이 들어있었다. 보석은 10원짜리 동전의 반정도 되는 크기로, 목걸이를 만들 요량이었는지 팔각형 모양으로 깎여있었다. 그 밑에는 그것의 반절정도 되는 크기로, 귀걸이용으로 가공한 보석 두 개가 있었다. 보석은 영롱했지만, 미기야와 파이로는 상자를 열면서부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와… 영롱하네… 사파이어인가? ”
“글쎄요… 저는 보석을 잘 모르니… ”
“아쿠아마린은 이 색이 아니고, 오팔은 단색이 아니야. ”
“다이아몬드예요. 블루 다이아몬드… ”
“블루 다이아몬드요? “
“엄청 귀한 녀석이구만… 이거, 예물로 만들 요량이었지? ”
“네.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의 길을 걸을 것을 약속하고 교환하는 예물을 맞출 때 많이 사용하니까. 단단해서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서지지 않으니, 사랑을 약속하기에 금강석만한 것도 없지. ”

여자가 가져온 보석은 블루 다이아몬드였다.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색이 있는 다이아몬드는 귀하기에, 미기야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재빨리 상자의 뚜껑을 닫고 화제를 다이아몬드를 가져 온 이유로 돌렸다. 사무실에 방문하기 전, 여자는 ‘다이아몬드가 저주를 받은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저주를 받았다고요? ”
“네. 이 다이아몬드를 산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생겼어요. 남자친구는 회사에서도 갑자기 실적이 떨어져서 좌천 위기에 놓였고, 그것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지금은 혼수상태예요. 부모님도 사고로 다치신데다가 크게 사기까지 당하셨고… ”
“그럼 너도 뭔가 겪은 게 있겠네? ”
“다이아몬드를 사자마자는 계단에서 굴러서 크게 다쳤고, 얼마 전에는 자궁에 암이 생겨서 들어냈어요… ”

결혼 예물을 맞추기 위해 블루 다이아몬드를 사자마자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불행해졌다. 예비신랑은 회사에서 실적이 저조해서 좌천 위기를 겪고, 그것때문에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였다. 중환자실에 예비신랑이 입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갔다가 온 날, 부모님은 사기를 당해 결혼자금으로 모았던 돈을 날렸을 뿐 아니라 잃어버린 돈을 만회하려고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거기다가 여자 본인도 계단에서 굴러서 크게 다치고, 자궁에 암이 생겨 들어내야 했다.

“이거, 혹시 호프 다이아몬드인가…? ”
“호프 다이아몬드요? ”
“미스테리 책에서 종종 다루던 물건이야. 그게 파란 다이아몬드인데, 소지자들은 다 죽은걸로 유명해. 결국 마지막 소지자가 박물관에 웃돈을 주고 기증해서 저주는 끝났지만… ”
“그럼 그 다이아몬드는 박물관에 잘 있는 거 아니예요? ”
“소유자를 다 조져버릴 정도의 주물인데, 박물관이 무사할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 그거랑은 별개로 호프 다이아몬드랑은 색깔도 약간 다르고, 그거였으면 벌써 죽어서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어. ”
“음… 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잠시 여기에 맡겨두고 가실 수 있겠습니까? ”
“그 다이아몬드를 떼어놓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면, 공짜로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예요… ”

여자는 괴담수사대에 다이아몬드를 맡기고 돌아갔다. 그리고 미기야는 오후 반차를 쓰고 출근한 라우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다이아몬드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부탁했다.

“저주받은 다이아몬드…? ”
“어. 색깔도 딱 호프 다이아몬드랑 비슷하다니까. ”
“그럼 의뢰인은 살아서 왔어? ”
“살아는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랑 의뢰인 본인도 크고 작은 사고는 기본이고 직장에서 좌천될 위기에 처하거나, 암때문에 수술하거나, 사기 당하거나… 살아있는 게 용한 상태야. ”
“음… 이 정도면 조사는 금방 될 것 같은데… ”

라우드와 별개로 조사를 시작할 요량이었던 파이로는 보석상자에 들어있는 감정서를 꺼냈다. 작게 접혀있던 감정서를 펼치자,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이아몬드 형태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감정서면 보석의 상태 이런 걸 매겨놨나보지, 파이로는 감정서 부분을 대충 훑어보았다.

“이걸로 뭔가 구매이력 그런 걸 알아낼 수는 없나보네. 최초로 감정한 곳이 어디인지는 알겠지만… ”
“아마 주물이라서 구매처를 안다고 해도 알려주지는 않을걸요. ”
“그게 더 문제야. 그 사람들이 알고서 감정한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자기가 감정한 보석이 주물이라는 걸 알게 되면 찝찝할 거 아냐. ”
“아, 찾았어. 그 다이아몬드 꽤 유명하더라. ”

한참 무언가를 찾아보던 라우드가 미기야와 현, 파이로에게 사이트 링크를 하나 보냈다.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글이래. 읽어봐. ”
“오, 꽤 금방 찾네. 보자… ”

라우드가 보낸 링크에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대부분 결혼 예물로 쓸 목걸이와 귀걸이를 맞추느라, 혹은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악세사리를 만들기 위해 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어서 보석을 팔게 된 케이스였다. 그 중에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가 사기를 당해서 급전이 필요해 보석을 팔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저주받은 보석이라는 것만 빼면 색이나 모양은 흠 하나 잡을 일 없이 아름다워서, 아마도 금방 팔렸을 것이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대부분은 시세보다 싼 값에 내놓을테고, 블루 다이아몬드를 싼 값에 살 수 있다면 너도나도 사려고 할 테니까.

“이 사람들, 뭔가 공통점이랄 게 없어. ”
“공통점이요? ”
“응. 저기 봉인된 군용 단도처럼 어지간히 악한 주령이 아닌 이상에야, 그 물건을 함부로 다룬 사람이나 안 좋은 목적으로 쓴 사람들이 저주받잖아. ”
“그렇겠죠. ”
“근데 이 다이아몬드는 그냥 사기만 하면… 그러니까 가지고 있기만 하면 저주를 받는거야. ”
“음… 그 다이아몬드를 사고도 무사했던 사람이 한 사람 있긴 해. ”
“한 사람? ”
“응. 이 사람은 보석을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이걸 샀고, 박스 뚜껑을 열어둔 채로 그냥 쇼케이스에 보관해 둔 게 고작이었다고 해. ”
“그럼 이 사람은 다음 사람한테 보석을 왜 팔았대? ”
“그 사람 집에 놀러갔던 사촌언니가 훔쳐갔길래 따지려고 연락했더니, 돌아가는 도중에 사고로 사망했다고 했어. 그래서 그 사람도 저주받은 보석이라는 걸 알게 된 거고… 그것때문에 팔게 된 거지, 따지고 보면 본인은 피해 입은 게 없어. ”
“요컨대, 이 보석을 어떤 형태로든 악세서리의 재료로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저주를 받은거군요. ”

보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무사했던 사람은, 취미로 보석을 수집하던 한 사람 뿐이었다. 파이로는 그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내 약속을 잡고, 마침 사무실에 놀러온 무라사키와 함께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에는 한 손에 원석 팔찌를 찬, 시원시원한 인상의 여자가 나와있었다. 여자의 앞에는 쟁반이 놓여있었고, 쟁반 위에는 아이스 카페라떼가 스콘과 함께 놓여있었다.

“실례합니다, 괴담수사대에서 왔어요. ”
“아, 여기예요. ”
“얘기는 얼추 들었습니다. 사실 그 다이아몬드의 소유자가 저희쪽에 의뢰를 넣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유일하게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무사했던 사람이 헤즐넛님이라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됐어요. ”
“그 보석이요? 아아, 그 블루 다이아몬드… ”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블루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게 된 경위부터, 다시 팔게 된 경위까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보석을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원석들을 사 모으고 있어요. 그 때는 아직 계약직이다보니 비싼 보석은 못 모았고, 크기도 대부분 작은 것들 뿐이었지만… 집에 전용 쇼케이스도 있어요. 습기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하려고 쇼케이스에 방습제도 따로 넣어두고 있고요. ”

그녀는 최근에 모은 보석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쇼케이스 사진을 보여주었다. 쇼케이스 안에는 보석과 보석이 든 상자, 그리고 감정서가 놓여져 있었고 쇼케이스 모서리마다 방습제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엄청나다… ”
“지금은 그래도 정규직 제의 받아서, 조금 큰 보석들도 살 수 있긴 해요. 아직 다이아몬드까지는 무리지만… 보석 중에서도 다이아몬드, 특히 색깔이 있는 다이아몬드는 가치도 가치이지만 희귀하고 아름다워서 꼭 하나정도는 모으고 싶었는데 마침 그 보석이 싸게 들어왔길래 샀던 거고요. ”
“그러면 그 다이아몬드는 쇼케이스에 진열하는 용도로만 쓰신건가요? ”
“네. 지금 갖고 있는 보석들도 수집용으로 사는거지, 따로 그걸로 뭔가를 만들 목적으로 사지는 않았어요. ”
“그럼 도둑맞았다는 건…? ”
“제가 방에 없을 때 사촌언니가 왔다가, 그걸 발견하고 훔쳐갔다고 하더라고요. 사촌언니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엄마가 장을 보러 갔다 왔는데, 갔다 와보니 쇼케이스가 난장판이라 저에게 바로 연락하셨어요. 집에서도 제가 쇼케이스에 상당히 공을 들인 걸 아시거든요. ”
“실례가 안 된다면, 그 보석을 훔쳐간 이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나요? ”
“그 언니, 명품 이런거 되게 많이 사서 모으는데 그게 다 카드빚으로 사는거라… 아마 빚 갚으려고 팔려고 했을거예요. 예전부터 제 보석들을 노리는 뉘앙스가 있었어서 평소에 사촌언니가 온다고 하면 방문을 잠갔는데, 그 날은 엄마한테 청소를 부탁하느라 방문을 열어놓고 갔다가 그렇게 됐고요. 아마 다른 보석들은 뭔지도 모르고 크기도 작아서 돈이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지, 그 다이아몬드만 훔쳐갔더라고요. ”
“그리고 사고 소식을 들은거야? ”
“네. 퇴근해서 쇼케이스를 정리하고 이모한테 연락했는데, 처음에는 안 들어왔다고 하길래 들어오면 연락 달라고 하고 끊었거든요. 다음날 점심시간에 경찰서에 들러서 신고할 요량이었는데, 그 날 자정쯤 연락이 와서는 언니가 사고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다이아몬드를 현장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이모한테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받아왔는데, 죽은 사람이 갖고 있던거라 꺼림칙해서 팔았던거고요. ”
“그렇군요… ”
“그 보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 너만 무사한 것도 알고 있었어? ”
“네? ”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둘을 보고 있었다.

“그 보석을 가지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저주를 받아서, 어디가 다치거나 신변에 문제가 생겨서 팔았거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보석을 이용한 무언가를 만들려던 목적이었고… 그 보석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무사했던 건, 너 한 사람뿐이야. ”
“터무니없이 싸게 나온데는 이유가 있었군요.”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와 무라사키는 여자를 만나 나눴던 얘기를 했다.

“죽은 사촌언니가 그 보석을 팔려고 훔쳤다가 훔친 당일에 죽었다고요? ”
“응. 카드빚이 있어서 빚 갚으려고 팔려고 했대. ”
“원래 그 분의 보석들을 노리고 있었는데, 다른 보석들은 크기가 잘기도 하고 뭔지 몰라서 그 다이아몬드를 훔쳤나봐요. 그랬다가 사고로 죽었고… 그거 외에도 그 보석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저주받았던 걸 보면, 아마 이 보석은 가공되기를 싫어한 게 아닐까요? ”
“가공되기를 싫어한다…? ”
“네. 이 보석은, 보석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자신을 사용하지 못 하게 방해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콜렉터의 사촌언니가 보석을 훔쳤다가 죽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고… 그 분, 보석을 귀중하게 여겨서 전용 쇼케이스에 방습제까지 넣어 둘 정도였거든요. 보석들을 하나하나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잠들어있을 수 있었는데 쇼케이스를 들어내고 훔치려고 했으니, 보석 입장에서는 잠들어있던 걸 억지로 깨운거나 마찬가지니까요. ”
“음…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파이로는 입을 열었다.

“의뢰인도 이 보석을 줄 수만 있다면 공짜로라도 넘기고 싶다고 했잖아, 그럼 이걸 우리가 사면 저주가 끝나지 않을까? ”
“우리가요? ”
“응. 주물이니까 얌전히 봉인해둘거고, 그러면 보석 입장에서도 편히 잠들 수 있어서 좋잖아. ”
“도둑맞을 일도 없으니, 괜찮겠네요. ”

미기야는 의뢰인에게 연락해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자 의뢰인은 바로 사무실로 왔다. 의뢰인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파이로는 그 보석을 적당한 가격에 사겠다며 얼마에 구입했는지를 물었다.

“이거… 꽤 싸게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30만원정도 주고 샀어요. 처음에는 예쁜 보석인데다가 가격도 너무 싸서 바로 구매했는데, 왜 너무 저렴하면 한번쯤 의심해보라는건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
“잠깐만 기다려, 나 ATM좀 갔다 올게. ”
“다녀오세요. ”

미기야는 의뢰인에게 보석을 사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손님 말고도 이 보석을 소유했다가 저주받았던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 보석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가공하려고 샀던 사람들 이라는 거였고요. 이 보석을 가지고도 무사했던 사람이 딱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보석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그냥 수집품으로 두려고 했던 분이셨어요. ”
“그걸로 무언가 만들려던 사람들이 다 저주를 받다니… 보석이 가공되는 걸 원하지 않았던걸까요? ”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괜찮다면 저희쪽에서 보석을 사기로 한 거고요. 이 보석은 저주받았기때문에 저희가 안전하게 봉인할거고, 그렇기때문에 이 보석을 이용해서 아무것도 만들지 않을겁니다. 거기다가 사무실에는 주말에도 사람이 상주해있으니 누군가 훔쳐갈 일도 없고요. ”
“그렇군요… ”
“이 보석을 여기에 맡기고 나서는 별 일 없었죠? ”
“이 보석을 맡기고 간 날, 남자친구가 깨어났어요. 부모님은 사기범을 잡아서 돈을 돌려받았고… ”
“나 왔다. 여기, 30만원. ”

현금을 찾으러 갔던 파이로는 30만원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30만원을 건넸다.

“자, 이걸로 거래 성사. 남자친구 꺠어나면 몸조리 잘 시키고. ”
“감사합니다. ”

의뢰인이 돌아가자, 미기야는 보석상자를 단검 옆 빈 공간에 놓았다.

“그 보석… 무슨 사연이 있어서 가공되는 것을 싫어하게 됐을까? ”
“글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