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뒤로 가끔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유타로에게서 의뢰 겸 연락이 왔기 때문에, 미기야는 현과 키츠네와 함께 일본에 도착했다. 셋이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공항을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었다.
“교토 도착인가… “
“그런 듯 하네요. 해가 꽤 떨어졌는데, 일단 숙소부터 알아볼까요? “
“네. 일단 형에게 연락부터 하겠습니다. “
미기야가 유타로에게 전화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고 하자, 유타로는 거기서 여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니 오늘은 하루정도 근처 숙소에서 묵고,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은 미기야는 현과 키츠네를 데리고 공항 근처에서 적당한 호텔을 잡았고, 여행의 노곤함탓인지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샤워만 하고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괴담수사대가 체크아웃을 마치고 공항 앞에서 기다리자 유타로가 탄 차가 곧 도착했다. 미기야는 유타로에게 현과 키츠네를 소개하고, 차에 타 유타로의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별 일 없었지? “
“응. “
창 밖으로는 나무와 표지판들이 쓱쓱 지나가고, 차 안에서는 안부를 묻고 상투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와중에 차는 순식간에 교토에 있는 유타로의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유타로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있었다.
“어, 여보. “
“아빠~ “
“미기야, 인사해. 니네 형수다. 여보, 얘들아. 내 동생 유키나미 미기야야. 한국에서 지내고 있어. 뒤에 두 분은 미기야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고. “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
“만나서 반가워요, 도련님. 유키나미 아이예요. 얘들아, 작은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 “
유타로의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미기야와 현, 키츠네는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예약을 확인하고 숙소에 지믈 풀어 둔 셋은, 의뢰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유타로의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서 간식과 음료를 고르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유타로는 금방 도착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동행하지 않았고, 유타로 혼자 왔다.
“그런데 형, 의뢰라는 게 뭐야? “
“최근에 사원 한 명이 몸이 좋지 않아서 쉬었거든… “
“사원이요? 혹시 지병이 있다던가… “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단순히 질병에 걸린 게 아니라, 뭔가 있는 것 같아서. “
“뭔가 있다고요…? “
“응. 단순히 병같지는 않아보였어… 주변에 이상한 것들이 보인다고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했거든. 뭐라던가… 손이 보인가던가… 누군가 자신을 엿보는 것 같다던가… 그래서 심료내과 진료도 제안해봤었는데, 잘 안 된 모양이고… 결국 그 친구, 최근에 휴직계를 냈어. “
“그 사람을 좀 만나볼 수 있을까? “
“응, 아마 집에서 쉬고 있을테니… “
미기야는 키츠네, 현을 일단 숙소로 보내고 유타로와 함께 직원을 찾아갔다. 평범해보이는 주택에는 ‘다카키’라고 쓰여있었고, 벨이 있었다. 유타로가 벨을 누르자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여인이 나왔고, 유타로는 미기야와 자신을 여인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다카키 군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여인은 두 사람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다카키의 직장 상사시군요… “
“다카키 군은 좀 괜찮습니까? “
“오늘도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아들만 낫게 해 준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습니다. “
유타로와 미기야는 다카키 군의 방으로 찾아갔다. 노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미기야는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방 안의 가구 배치나 벽지, 인테리어는 평범한 직장인의 방이었다. 벽에는 최근에 발매된 게임 시리즈의 포스터도 붙어있었다. 하지만 창문을 검은 종이같은 것으로 가려놓았고, 책상 밑에도 무언가를 잔뜩 쌓아두고 있었다. 방 한쪽에 놓인 침대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자가, 아마도 유타로가 말했던 다카키 군인 모양이었다.
“다카키 군, 몸은 좀 어때? 괜찮아? “
“히익- 유, 유키나미 과장님… “
“당신이 다카키 씨군요. 괴담수사대에서 왔습니다.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
“저, 정말요?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사방에서 누군가가 저를 엿보고 있어요… 창문을 다 막았지만 이제는 문틈으로, 책상 밑에서, 전등에서… 눈이 튀어나와서 하루종일 저를 감시해요… “
“직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
“네… 일을 하고 있으면 책상 밑에서…… 하지만 다른 분들은 믿어주지 않으셨어요… 우히려 화만 낼 뿐이었고… 심료내과에도 가 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
“흐음… 다카키 씨, 언제부터 눈들이 나타났나요?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대략적인 달이라도 가르쳐주세요. “
“아, 아마 저저번달… 아아, 맞아요. 7월 초에 여행을 갔다 온 뒤로 계속 그랬어요. “
“여행이요? “
“네. 주말에 짧게 리프레시하려고 근처 온천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개운하게 온천욕도 마치고, 근처 신사에 들러서 소원도 빌고… 그날 저녁부터 숙소에서 눈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
“신사라… 알겠습니다. 일단 이 부적을 받아주세요. 아마 당분간은 괜찮을겁니다. “
미기야는 부적 하나를 다카키 군에게 건넸다. 부적을 받아들자, 논들이 사라지기라도 한 건지 다카키 군은 모처럼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방문하셨던 신사가 어느 곳에 있었나요? “
“여기서 차 타고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면 가는 곳이었습니다. “
“알겠습니다. “
다카키 군을 만나고 유타로와 헤어져 숙소로 돌아간 미기야는 현, 키츠네에게 다카키 군을 만났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다른 식구들이 합류하는대로 그 신사로 가 보기로 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온 미기야는 파이로의 전화를 받았고, 파이로와 라우드는 데스 애더와 함께 이미 간사이 공항에 와 있으며 곧 교토로 간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한 파이로는 뭔가 더러운 것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라우드는 그런 파이로를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오면서 둘이 싸웠어요? “
“아니, 너 가고 의뢰 하나 왔었는데, 그것때문에 기분 잡쳤어. 하여튼, 친구라는 명목하에 사람 기만하는 놈들은 벼락 맞아야지… 그래서, 의뢰인은 만나봤고? “
“네, 아까 만나보고 왔어요. “
“뭐래? “
“형네 회사에서 일하던 신입사원이 갑자기 안 나오게 됐는데, 아무래도 우리 쪽 같아서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어떤 신사에 다녀온 후 헛것을 봤다던데… “
“신사? 뭐 부정탈만한 짓이라도 한건가? 아니면 만져서는 안 되는 걸 만졌거나, 그 신사가 애초에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곳인 경우도 있고. “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늦었고, 내일 한 번 가 보려고요. “
다음날, 괴담수사대는 문제의 신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도시 인근이었지만 바다가 가까웠다. 모래사장과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맞이하는 가운데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온천이 있고, 그 옆에는 고즈넉한 풍경과 신사가 보였다. 신사 경내에 신주와 무녀가 있고 관광객들이 꽤 있었던 것을 보면, 신사 자체가 저주받은 장소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 신사같은데… “
“풍경이 아름답고 상당히 평화로운 분위기인 건 알겠네. 여기서 대체 뭘 하면 저주받는거지? “
“글쎄… “
다른 식구들이 신사 경내를 둘러볼 무렵, 현은 신사 뒷길을 발견했다. 우거진 풀숲 사이로 뒷길을 따라 가 보니, 들어가지 말라는 포지판과 함께 울타리가 쳐진 곳이 나왔다. 울타리는 어른 정도는 간단히 넘어갈법한 높이였고, 울타리 너머로도 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을 따라가면 도리이가 보였고, 도리이에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빈 사당과, 단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단도는 고급스러워보리는 검은 검집과 손잡이에, 금박으로 파도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런 곳에 단도가…? ‘
단도에서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기 위해 이런 곳에 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단도의 금박은 파도무늬였는데, 어느 새 호랑이 가죽 무늬로 바뀌어 있었다. 현이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무렵, 금박 무늬는 다시 파도 무늬로 돌아왔다.
‘잘못 본 거겠지… ‘
기분탓이려니 생각한 현은 뒷길로 되돌아가 신사로 갔다. 현이 신사 경내로 돌아왔을 때, 미기야는 신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식구들은 미기야를 기다리면서 현을 찾고 있었다. 뒷길로 되돌아서 경내로 다시 돌아온 현을, 라우드가 제일 먼저 발견했다.
“어디 갔었어? 경내에서 안보여서 찾고 있었는데… “
“뒷길이 있길래요. “
“뒷길? “
“네. 뒷길을 따라갔더니, 웬 단도가 있었어요. 검은색 외장에 금박으로 파도 무늬가 새겨진… “
“호오… 되게 비싼 물건인가보네. “
라우드와 현이 이야기를 나눌 무렵, 신주와 이야기를 마친 미기야가 나왔다.
“일단 조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숙소로 돌아가서 얘기 나눕시다. “
“모처럼 왔는데 온천은 안 들어가? “
“그럼 온천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아, 노천탕이라 안되겠군요. 애초에 온천에서 혼욕은 안 되니까, 이 근처에서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나눠봅시다. “
온천 근처 식당에 들어 선 여섯은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했다.
“오너, 신주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
“다카키 군이 겐소사마에 씌인 것 같다고, 신사로 다시 오면 제령해주시겠다고요. 그런데 그 분이 다시 올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상태가 꽤 심각해요. 집에서도 책상 밑은 뭔가를 가득 쌓아놨고, 창문도 검게 가려뒀던데 차에 온전히 탈 수는 있을지… 다 큰 성인을 어거지로 옮길 수도 없고… “
“저주가 어느정도인지를 모르니 거미줄로 두를 수도 없고… 혼불로는 못 태워? “
“주령은 태워도 저주는 좀 힘들걸… 얘기 들어보면, 당사자 말고는 우리한테는 안 보이는 저주래잖아. 끽해봐야 위화감 정도만 느껴지고… 그거 말고는 별 말 없었어? “
“네. 겐소사마에 씌였다는 얘기 말고 별다를 건 없었습니다. “
“겐소사마라… 일단 거기에 대해서 좀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겠구만. “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라우드는 겐소사마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를 찾아낸 듯 현을 불렀다. 현이 라우드에게 다가오자, 라우드는 화면 속에 나와 있는 단도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현, 네가 봤다는 단도가 이거야? “
“으음… 네, 이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봤던 건 파도무늬였는데… “
“그럼 이 단도가 맞을거야. “
“이 단도가요? 분명 무늬가 다른데… “
“이 단도는 백면단도라고 해서, 보는 사람에 따라 무늬가 바뀐대. 내가 볼 때, 네가 볼 때, 오너가 볼 때… 다 다른 무늬로 보이기떄문에 백 가지의 얼굴을 가진 단도, 백면단도로 불리고 있어. 무늬는 다르지만, 그 신사에 있었던 단도라면 이게 맞을거야. “
“그런데 이 단도랑 다카키 씨 일이랑 무슨 상관이예요? “
“이 단도를 만지거나 이 단도에 소원을 빌게 되면, 겐소사마에 씌이게 된다고 해. 겐소사마로 찾아보면 저주받은 이야기들이 꽤 나오는데, 대부분 끔찍한 환영과 환청, 환각을 동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고 해. “
라우드는 미기야와 파이로에게도 백면단도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신사 뒷길에서 현이 백면단도를 봤다는 것도 함께 덧붙이자, 실마리는 금방 풀리는 듯 했다. 남은 것은 다카키 군을 어떻게 그 곳으로 다시 데려가느냐의 문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기야는 유타로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유타로는 다카키 군을 찾아가보고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잠시 후, 유타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카키 군의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사방에서 보이는 눈들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다는 말에 가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미기야와 유타로는 다음날 신사에 가기로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단도를 만지면 저주를 받는다라… 그런데 이 칼, 외관만 봐서는 단도가 아니라 장도같다? “
“장도요? 하지만 이건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어요. 과도칼과 맥거이버칼의 중간 정도… “
“그런 장도가 아니야. 사극같은 데 나오는 은장도 알아? 조선시대 여인들이 들고 다녔다는… 그 장도를 보면 손잡이와 검집이 되게 고급스럽게 꾸며진 것도 있어… 사진만 봤을때는 아마 장도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 장도는 조선시대에 거의 맥가이버칼급이었으니… “
“그렇다는 건… “
“아마 이 장도, 왜란이나 일제시대즈음 일본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어. 실물을 직접 봐야 알겠지만… “
다음날, 유타로는 다카키 군을 데리고 괴담수사대가 있는 숙소로 왔다. 미기야는 다카키 군에게 부적을 건네주었고, 데스 애더는 다카키 군을 거미줄로 한바퀴 두른 다음 차에 태웠다. 그렇게 밴을 타고 어제 방문했던 신사로 다시 간 미기야는, 다카키 군을 데리고 신주에게로 갔다. 그리고 파이로는 현과 함께 신사 뒤편에 있는 단도를 보러 갔다.
“울타리랑 팻말만 있네? 금줄도 둘러놨고… 단도는 어디에 있어? “
“저 안쪽에 사당에 단도 하나만 안치되어 있어요. “
“사당이라… 아아, 저건가보군. “
파이로는 단도가 안치된 사당을 찾았다. 그리고 단도를 찬찬히 뜯어보던 그녀는 일단 단도에 데스 애더의 거미줄을 한 바퀴 둘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이건 장도야. 조선시대쯤 만들어진 물건같은데… 이거 이렇게 옻칠해서 금박까지 입힌 걸 보면 부잣집에서 쓰던 물건인가봐. 날 상태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
“혹시 파이로 씨는 금박이 어떤 무늬로 보이세요? “
“모란. 잎도 새겨져 있네… 이 정도 정성이면 진짜 지체 높은 집안에서 쓰던 물건같은데 어떻게 여기로 넘어왔지…? “
파이로는 모란이 새겨져 있다고 했지만, 현의 눈에 금박은 여전히 파도 무늬였다.
“모란이요? 진짜 모란 무늬예요? “
“어. 넌 뭘로 보이는데? “
“파도요. “
“그래서 이름이 백면단도로군. …엄연히 말하자면 백면장도겠지. “
백면단도를 확인한 두 사람이 경내로 돌아왔을 때, 미기야는 아직도 제령중이었다. 의식이 생각보다 금방 끝나질 않는지, 무녀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중간에 끼어들 수도 없어서, 나머지 식구들은 경내에서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둘 다, 어디 갔다왔어? “
“백면단도를 확인하고 왔어. 내 예상대로, 그건 조선시대에 만든 장도였어. 금박도 되게 정성스럽게 해놨더만… 모란 무늬가 예쁘더라. 얘는 파도 무늬로 보였대. “
“그래서 백면단도인가… “
“참, 단도에 거미줄 둘러놨어. “
“오케이, 그럼 이쪽도 손을 좀 써 볼까… “
데스 애더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안에서 무언가 튕겨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무언가가 벽에 부딪혔는지 쿵,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아까까지만 해도 제령에 애를 먹던 신주와 미기야는 다카키 군에 씌였던 겐소사마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령을 마친 미기야는 다카키 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다카키 군은 어떄, 이제 괜찮은거야? “
“응. “
“유키나미 대리님 덕분이예요. 이제 다시 복직해도 되겠어요. “
“그 동안 휴직했던 만큼 열심히 일하라고, 다카키 군. “
다카키 군은 미기야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고, 유타로와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쿵, 소리의 정체였던 겐소사마가 본당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검고 긴 머리에 얼굴에는 기이한 화장을 한, 아름다운 얼굴을 한 젊은 여인이었다.
“저건 또 뭐야? “
“제령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나왔어요. “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이 겐소사마라는 얘기가 되겠군. “
젊은 여인은 흥, 고개를 돌리곤 그대로 신사 뒷길로 가 버렸다.
“허어, 무슨 신랑감이라도 놓친 표정이네. “
“저런 게 신부라면 난 사양한다. “
“저도 마찬가지예요… “
“제령하느라 고생 많았나보네. “
“다카키 군이 마음에 들었는지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서 애먹고 있었거든요. “
“이건 뭐…… “
괴담수사대는 신사 뒷길을 통해 백면단도를 확인하러 갔다. 각자 금박 무늬가 다르게 보였지만, 파이로와 데스 애더에게는 모란 무늬로 보였다.
“너희들은 무슨 무늬로 보이냐? “
“난 눈알 무늬. “
“저는 번개 무늬로 보입니다. “
“모란으로 보이는 건 둘 뿐인가… “
단도가 있는 곳에는 아까 봤던 낯선 여인도 있었다. 단도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데스 애더의 거미줄에 막혀 실패한 모양인지, 거미줄을 풀려고 했지만 거미줄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거미줄에 손을 댔지만, 금방 움찔하고 손을 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미줄에 주령 방지 효과도 있었냐… “
“딱히 그런 효과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듯 하네. “
“저 여자가 떨어져나간 이후로 다카키 군의 제령이 끝난 걸 보면, 저쪽이 겐소사마인 것 같아요. 그래도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면 안되니 부적 정도는 붙여둘까요… “
미기야는 부적을 단도가 올려진 받침대에 붙였다. 하지만 낯선 여인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검집에서 단도를 꺼내 감겼던 거미줄을 툭, 끊고 그제서야 단도에 들어갔을 뿐이었다.
“아깝게도 거미줄이 끊어졌네… 유감. “
“그러게요. “
남는 시간동안 여행을 마친 괴담수사대는, 유타로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너네 형은 너 죽을뻔한 거 아냐? “
“아뇨, 전혀 모르고 있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바로 집을 나가서… 히다리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한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고요. 아마 아버지 실종된 것도 모르실걸요… 뭐, 알아봤자 별로 신경 안 쓸거고요. 형은 아버지의 바람기를 싫어하셨거든요. “
“가정이 저렇게 단란한 거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긴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