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괴담수사대인가요? ”
“네, 어서오세요. ”
오후,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젊은 여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목까지 오는 머리를 반묶음하고, 베이지색 카디건 안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여자였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
“저희 엄마를 좀… 말려주세요… ”
“어머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
“죽은 동생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세요… ”
“죽은 동생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신다고요?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
그녀는 한숨을 푹, 쉰 다음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었지만, 하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에서 비롯된, 과도한 집착과 공부열 때문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도 동생은 그녀와 다른 한 명의 여동생 빼고,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 때 독립했더라면 동생보고 차라리 우리 집으로 와서 살라고 할 정도였어요. 걔는 수학여행도 엄마때문에 못 갔으니까요. ”
“다른 분들한테도 그러셨나요? 아니면 유독 동생분에게만… ”
“저랑 동생한테는 한번도 그런 적 없었죠. 저나 동생은 S대 합격했고… 동생은 막학기라 곧 졸업하니까요. 아마 저랑 동생때문에 막내도 어떻게든 S대로 보내려고 했던 것 같지만, 걔는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흥미가 있었어요. ”
“…… ”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도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 둘에게만 마지막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로즈마리의 인계를 받고 동생이 저승으로 갈 동안,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은 동생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다. 그녀의 부모님도 병원으로 왔다고 하고, 장례식도 치뤘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부터 동생을 학대하다시피 한 부모의 태도에 만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져서, 동생을 그렇게 보낸 이후로는 부모님과 연을 끊은 상태였다. 독립한 후로는 본가로 가지 않고, 간간이 연락해오는 동생으로부터 집안 소식을 듣곤 했다.
“그럼 어머님이 이상해지셨다는 건, 동생분의 연락을 듣고 아시게 된 건가요? ”
“그렇죠. 그 날 이후로 부모님을 한번도 안 봤으니까요. ”
그녀의 부모님은, 마치 죽은 여동생이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식사를 1인분 더 차리기도 하고, 동생의 방을 정리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허공에 말을 걸기도 했다. 이상하게 여긴 둘째딸이 동생은 죽지 않았냐고 하자, 표정을 싹 바꾸더니 언제 죽었냐고 부정하더라고 했다.
“뭔가 이상하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저희가 한 번 댁으로 찾아가겠습니다. 혹시 돌아가신 동생분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
“혜진이요. 심혜진. ”
여자가 돌아간 후, 파이로는 명계로 전화를 걸어 혜진의 행방을 물었다. 그리고 몇달 전 자살한 사람이라면 판결도 벌써 끝났고 헤스티아의 환생문을 지나갔다는 답변을 들었다.
“자살한 여자는 명계에서 판결까지 끝난 지 오래래. 아마 지금쯤 환생까지 했을걸… ”
“그럼 어머님이 보고 있는 건…? ”
“아마 다른 잡귀가 붙었거나, 헛것을 보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 어머니라는 사람, 뭐 하신대? ”
며칠 후, 미기야는 파이로와 함께 여자의 본가로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짧게 보브컷을 한 젊은 여자가 나와 두 사람을 맞았다.
“언니한테서 연락은 들었어요. 심혜경이라고 해요. ”
“반갑습니다. 괴담수사대의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이쪽은 파이로 씨고요.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 ”
“여전하시죠. ”
“혹시, 그 일 이후로 집에서 괴기 현상이 일어났다거나…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갑자기 기기가 안된다던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물건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다던가… ”
“제 방은 괜찮았는데, 부엌이나 혜진이 방에서는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해요. 그럴때마다 엄마는 혜진이, 혜진이… 어휴, 자기 손으로 죽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찾는 꼴이라니… 참, 엄마한테는 제가 혜진이 학원 친구라고 얘기해뒀어요. ”
“알겠습니다. ”
두 사람은 혜경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서 바로 거실과 부엌이 보이고, 방이 네 개 있다. 아마도 이 집에 살던 세 사람과 부모님이 지내는 방인 듯 했다. 부엌 쪽에는 장식장이 보였고, 장식장에는 각종 트로피들과 고급진 식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옆에 바로 보이는 문은 화장실 팻말이 달려 있었다.
“엄마, 손님 오셨어.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아유, 어서 와요. 안그래도 혜진이 친구들 온다는 얘기 듣고 이것저것 하고 있었어요. 음식 금방 되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혜진아, 손님 왔다! ”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던 중년 여성이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얘가, 왜 대답이 없어? 혜진아! ”
“어머님, 저희가 들어가서 얘기해볼게요. 잠깐 다른 거 하느라 못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
“그래요, 그럼. 미안해요,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
두 사람은 혜진이 쓰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책장과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것은 참고서였고, 그 한켠에 다이어리가 있었다. 아마도, 혜진이 생전에 쓰던 일기장인 듯 했다. 책상 맞은 편에는 매트리스와 요가 개켜져 있었다.
“뭔가 느껴지시나요? ”
“확실히, 뭔가 있긴 해. 그렇게 강한 존재는 아니니까 혼불로 시원하게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만… ”
“그나저나, 저 분을 저대로 뒀다간 다른 귀신들이 꼬여버릴 수도 있겠어요. 이걸 어쩐다… ”
“후… 그게 문제야. 자기 딸이 죽었다는 걸 인지해야 하는데, 저 사람 머릿속에서 딸은 계속 살아있는 존재거든. 이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리바이어던이 와야 해. ”
“리바이어던이라… 어쩔 수 없네요. ”
미기야는 핸드폰을 통해 애시를 부른 다음, 자세한 얘기는 사무실에서 할 테니 리바이어던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애시는 혜진이 쓰던 방에 리바이어던을 불렀다.
“등! 장! ”
“쉿… ”
“쉿… 무슨 일이야? ”
“리바이어던은 심연 속의 기억을 볼 수 있다고 했지? 그럼, 심연 속에 묻어버린 기억을 다시 들춰내는 것도 가능해? ”
“열람할 수 있다는 건 조작이나 들춰내는 것도 포함이니까, 가능하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여기, 일단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방, 자살자가 쓰던 방이지? ”
파이로는 그렇다는 말과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딸이 자살했는데도 아직 살아있는 줄 안다라… 그건 확실히 문제네. 하지만 이런 괴물이 여기 숨어있다간 뭣도 안 될 거야. 곧, 어비스 시저를 이 쪽으로 보내도록 할게. 사실… 저 집 부모님, 이미 스틱스에 등재되어 있어서 한 번 가 본다고는 했었거든. ”
“스틱스…? ”
“자살자에게 자살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등록되는 명부야. 이 학생은 부모님의 과도한 학구열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거니까, 자살 원인을 제공한 건 부모님이거든. ”
“아아… ”
“식사 다 됐어요~ ”
“네, 금방 나갈게요~ 혜진아, 밥 먹자. ”
“그거 꼭 그렇게 하고 나가야 돼? ”
“아직 살아있는 줄 안다니까… ”
식사를 하면서, 미기야는 혜진이가 쓰던 컴퓨터를 잠깐 가져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혜진의 엄마에게 그는 혜진이 컴퓨터가 좀 이상했다면서, 자신에게 한번 봐 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했다. 일본에 있는 대학에 다니다가 이번에 잠깜 들어왔는데, 부탁할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은 것은 덤이었다. 혜진의 엄마는 흔쾌히 허락했고, 미기야는 집에 있던 것을 컴퓨터에 붙인 다음 본체를 들고 갔다.
“이거 며칠 후에 반납하러 가야 하지? 그럼 시트로넬이 갈 때 들려서 보내자. ”
“시트로넬씨가 응해주실까요… ”
“어차피 걔도 사전 정보가 어느정도는 있는 편이 좋으니까, 아마 여기 한 번은 들를거거든. ”
“후후… 그래서, 리바이어던은 무슨 일로 부른거야? ”
“딸이 자살했는데, 아직도 그 딸이 살아있는 줄 아는 엄마때문에. ”
“딸이 자살을?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부모님의 과도한 학구열때문에 자살했어. 그래서 그 부모님은 스틱스에 등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혹시나 해서 딸이 성불을 못 한건가 했더니, 자살한 딸은 진작에 재판 마치고 환생까지 했을 시간이래. ”
“아예 미련이 없었던 모양이네… 보통 자살자들은 원통해서 성불 잘 못 하던데. 그러다가 괴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까. ”
파이로는 시트로넬에게 연락해, 리바이어던에게서 얘기 들었냐는 말과 함께 혹시 그 집에 가는 길이면 컴퓨터 좀 들고 가달라는 얘기를 전했다. 그리고 시트로넬이 컴퓨터를 받으러 오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거운 컴퓨터까지 들고 가야 한다는 말에 시트로넬은 짜증 섞인 반응이었지만,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겠다는 말에 흔쾌히 사무실로 찾아왔다.
“오, 꽤 빨리 왔군. ”
“지나가던 길이었어. 그래서, 이 컴퓨터 갖다주면 돼? ”
“어. 이거 가져올 때, 컴퓨터 봐주기로 한 친구가 일본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고 해 뒀으니까, 그 친구가 일본에 가면서 부탁하고 갔다고 둘러대면 될거야. ”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야? 리바이어던에게서 대충 전해듣긴 했다만… 많이 심각해? ”
“말 그대로, 죽은 딸이 살아있는 줄 알고 있어. 그것때문에 집에 잡귀도 좀 꼬이고 있는 모양이고… 큰딸은 절연했고, 집에서 둘쨰딸이랑 같이 사는데 그 둘째딸도 곧 절연할 예정이래. ”
“대체 얼마나 막장이길래… ”
“과도한 학구열때문에 스틱스에 등재될 정도면, 말 다했지. ”
“…… ”
파이로는 시트로넬 편에 컴퓨터를 들려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집, 그 뒤로는 별 일 없었대? ”
“지나가다가 마을 어르신들 얘기하는 걸 잠깐 들었는데, 그 집 엄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데? 둘째딸은 그것때문에 집에서 독립했고… ”
“아버지는? ”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모르긴 해도 아마 자기 아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정도면 그 양반 멘탈도 어지간히 꺠졌을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