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스타디움에서 곧 판데모니움 로열 출정식이 열립니다! 구경하러 오세요! ”
판데모니움을 뛰어다니는 뉴스보이들은, 거리에 있는 마물들에게 홍보지를 하나씩 돌렸다.
“아, 바실리스크 씨! 곧 로열 스타디움에서 판데모니움 로열 출정식이 열려요. 시간 되시면 구경 오세요. ”
“오늘이야? 어디… ”
머리나 식힐 겸 모처럼 나왔던 바실리스크가 받아든 홍보지에는, 제 10회 판데모니움 로열 출정식! 이라는 문구와 함께 날짜가 적혀있었다.
“인원이 금방 모이나보네? 마침 곧이기도 하니, 한번 구경가볼까…? ”
판데모니움 로열 출정식이 열리는 스타디움은 출정식을 구경하러 온 마물들로 떠들썩했다.
자리에 빼곡히 들어앉은 마물들이 출정식을 기다리는 동안, 스타디움 안 대기실에서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판데모니움 로열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고, 억지로 끌려온 사람도 있었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자진해서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대기실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림잡아 200명은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어서 판데모니움 로열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모시겠습니다! ”
안내 방송이 나오자, 진행요원들이 일제히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다.
관중석에서는 대기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환호했다. 한쪽에서는 누구에게 돈을 걸 지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쪽에서는 누가 오래 살아남을 것 같이 생겼는지를 점치고 있었다.
“이번 참가자들중에는 자발적으로 여기에 온 인간들도 있다지? ”
“전부 아나키나시스가 데려왔다고 하던데? ”
“수완도 좋아… 인간들이 여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없는데 말이지. ”
출정식을 마치고, 바실리스크는 스타디움 한쪽에 있는 의무실로 갔다. 바실리스크가 들어서자, 의무실 직원들은 일제히 바실리스크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 ”
“아, 바실리스크씨! ”
“이번에도 의료인력 필요해? ”
“이번 로열은 난투로 할 게 아니라 의료인력은 필요 없을 듯 해요. 동생분도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고… ”
“그럼 됐어. 한가할 때 구경이나 와야지… 이번에는 200명정도 참가하는 것 같던데? 듣기로는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인간도 있다지? ”
“그러게요. 이례적이네요… 보통은 끌려오거나 영문도 모르고 참가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
판데모니움 로열에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사실 자체로 화제였다. 대부분, 판데모니움 로열의 참가자는 강제로 끌려오거나 영문도 모르고 참가하게 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을 보던 이전 경기와 달리, 이번에는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인원들을 전부 아나키나시스가 데려왔다지? 참 수완도 좋아. ”
“그러게요. ”
출정식에서, 200명의 참가자들은 100명씩 두 조로 나뉘어 숙소를 배정받게 되었다. 숙소라고 해봐야 고등학교 기숙사처럼 네 명이 한 방을 쓰는 방이었다. 침대는 이층 침대가 두 개 있었고, 부엌은 따로 없었으며 욕실 겸 화장실이 하나 있었다.
“방이 참 열악하네요. ”
“이런 곳은 오고 싶지 않았는데… ”
“뭔가 고등학생때가 생각나네요. ”
성별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묶어서 주는 모양인지, 방 안에는 남녀가 섞여있었다.
“그래도 초면이고… 어떻게 보면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얼굴 보고 지낼 사이인데, 통성명 정도는 해 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여기서는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니, 통성명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
“그것도 그러네요. ”
“5번님은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신거예요? ”
“갑자기 끌려오게 된 거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서, 아마 여기에 오게 된 경위는 모를거예요. ”
사람들은 원래의 이름 대신 각자의 번호로 불렸다. 지금 이 숙소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7번님도 끌려오신거예요? ”
“아뇨, 저는 자발적으로 왔습니다. 여기서 우승하게 되면 어떤 것이든 다 들어준다고 해서요. ”
“어떤것이든 다 들어준다고요? ”
“그러고보니, 저도 끌려오면서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여기서 우승하게 되면 어떤 것이든 다 들어준다고… ”
“아, 저도 들었어요. ”
사람들은 그를 7번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이 곳에 있는 진행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자발적으로 여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는 게 되게 이례적인가봐요. 다들 수군거리던데… ”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전에도 이런게 있었는데 그 때는 대부분 끌려왔었나봐요. ”
“그런가… ”
“2번방, 저녁식사 받아. ”
방 밖에서 저녁식사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7번과 5번은 작은 문을 통해 들어온 식사를 받아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저녁 식사로 들어온 것은 런치박스로, 안에는 부시맨 브레드와 스테이크 덮밥이 들어있었다. 조금 식긴 했지만, 덮밥은 아직 따뜻했다. 부시맨 브레드는 반으로 썰어서 한번 표면을 구운 다음, 거기에 버터를 발랐다.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잘 익었네요. ”
“그러게요… 소스도 맛있고. ”
“빵도 살짝 데워서 온 모양이예요. ”
“버터 바른 빵! 맛있다~ ”
식사를 마치고 쓰레기를 갈무리해 내놓자, 곧 카트 같은 것을 끌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방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회수하는 모양이었다.
“소등 시간은 밤 10시로, 이 시간 이후로는 불을 끄고 각자 자리에 누우셔야 합니다. ”
소등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다들 부랴부랴 씻고 밤 10시가 되기 전에 누울 채비를 마쳤다. 다들 누운 것을 확인하고, 불을 끈 그는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워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이게 진짜인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8호님, 주무세요? ”
“아뇨… 잠이 안 오네요. 이렇게 일찍 자는 건 처음이예요… 7호님은요? ”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가, 잠이 안 오네요… ”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쉬이 이룰 수 없었던 그는, 한시간가량을 뒤척이다 내일을 기약하며 잠들었다.
“이번 판데모니움 로열에는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있다고? ”
“그렇대. 아나키나시스가 데려온 사람들이라는데? ”
“비율은? ”
“한 스무명 정도? ”
“10%가 자발적 참가자인가… ”
“아무리 아나키나시스라고 해도 그 정도의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참가하게 하다니… ”
“이거 기대되는데? 자발적으로 참가했다는 건, 뭔가 얻고자 하는 게 있으니까 참가했다는 얘기잖아. 거기다가 아나키나시스가 데려올 정도면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건데… ”
참가자가 내일을 기약하며 잠든 사이, 다음 날 진행될 1라운드와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구슬 더 필요해? ”
“혹시 모르니까 예비용으로 몇개 더 갖다두지. ”
“전 내일 아침식사 주문할게요. ”
“그래. ”
“진행에 차질 없도록 해. 그리고 내일부터 진행요원들은 각자 무기 챙기고. ”
“네. ”
1라운드 준비와 식사를 마친 진행요원들도 휴식을 취하러 갔다.
“내일부터 시작인가요? ”
“자발적인 참가자도 있다면서? 전부 네가 데려온거라고 하던데. ”
“네. 처음에는 안 가려고 했었는데, 다들 승리하면 어떤 것이든 들어줄 수 있다고 하니까 순순히 따라오던걸요. ”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그래, 거짓말은 아니지. 일단 들어는 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