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3. 괴이

“괴이였어. ”
“뭐? ”
“괴이라고. ”
“괴이라면… 어떤 종류의……? ”
“우소가미. ”
“!!”

우소가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키츠네가 흠칫했다.

“우소가미가 이런 곳까지…! ”
“그게 뭔데요? ”
“그 녀석은 괴이 중에서도 최악이야. 애쉬만 보면 벌벌 떨 정도로 계급은 낮지만, 이름대로 엄청난 녀석이지… 누구라도 그 녀석을 신으로 떠받들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 하지만 이름대로 신은 아니야. 자기가 호위호식하기 위해서 신이 될 뿐… ”
“…… 혹시 그 괴이, 채식 싫어하지? ”
“딱히 그런 녀석이 아니어도, 우리는 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 그리고 우소가미는 빛을 싫어하는 녀석이야. ”
“그럼 본당이 어두웠던 이유랑 말도 안 되는 규율 중 몇 가지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답이 되거든. 왜냐, 우소가미가 채식과 빛을 싫어하기 때문… ”
“하지만 우소가미는 퇴치하기가 까다로운데… 빠른 시일 내에 처치하지 않으면, 이런 마을 하나를 신봉자 천지로 만드는 건 일도 아냐. ”

우소가미, 이름의 뜻은 거짓의 신.
그것은 어떤 인간이든 자신을 떠받들게 만드는 괴이였다. 그리고 그 녀석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빠른 시일 내에 없애지 못 하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소가미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글쎄… ”
“흐음…… 아무래도 도펠을 불러야겠는데. ”
“알겠어. ”

애시가 거울에 노크를 하자, 잠시 후 도펠이 나타났다.

“헬로! 무슨 일로 불렀나? ”
“도펠, 우소가미라는 괴이에 대해 알아요? ”
“우소가미…? 아하, 그럼. 당연히 알지. 그 녀석은 괴이 중에서도 최악이거든. 어떠한 인간이든 그 녀석을 떠받들게 되는 능력을 가져서 말이야… ”
“그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야? ”
“방법이 하나 있긴 해. ”
“그게 뭔데? ”
“그런데- 특수한 아티팩트가 있어야 실행을 할 수 있는데… ”
“아티팩트…? ”
“크로노스의 시계. 그게 있으면 가능해. ”
“…혹시 이 시계 말하는 거 아냐? ”

파이로가 시계를 내밀자, 도펠은 시계를 천천히 뜯어보고 한번 흔들어 봤다. 그리고 완벽하다는 듯 다시 시계를 건넸다.

“좋아! 이 시계만 있으면 돼! ”
“아티팩트는 준비됐어. 이제 방법만 알면 돼. 그 방법이라는 게 뭐야? ”
“과거로 가서, 우소가미가 막 발생했을 때 공격해야 해. 공격하는 방법은 중급 괴이를 잡는 것과 똑같지만, 시간을 돌리지 못하면 그 녀석의 영향력을 점차 약화시키는 것 외에는 답이 없거든. ”
“영향력이라… 어쨌든 과거로 가서 죽이는 수 밖에는 없겠네요. ”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매우 골치아파져. 녀석의 진짜 약점이 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거든. ”
“음… 알겠습니다. ”
“그나저나 이번 사건의 범인이 우소가미였단 말이지? 거 참, 특이하군… ”

도펠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녀석의 진짜 약점이 뭘까요…? ”
“흠…… 혹시 라플라스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요? ”

그리고 현은 라플라스가 건넨 체스말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라플라스가 나타났다. 그녀는 손에 크로스워드 책을 들고 있었다.

“여, 해결은 잘 돼가? ”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어요. 그런데… ”
“??”
“그 범인이 우소가미예요. ”
“우소가미? ”
“네… 크로노스의 힘으로 과거로 가서 제거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 외에는 답이 없대요. ”

범인이 우소가미라는 얘기를 들은 라플라스 역시 곤란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처리하기 난감한 녀석이니,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과거로 가서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건 아냐. 과거로 가서 근원부터 약화시켜서, 현재로 돌아온 다음 우소가미의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 ”
“그럼 완전히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는거군요. ”
“그 녀석을 완전히 처치하려면 허수 차원으로 보내버리거나, 존재를 먹어치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약점도 없고… 녀석의 영향력을 딜레이시키는 방법은 난제뿐이거든. ”
“존재를 먹어치운다라… ”

존재를 먹어치운다. 그렇다면 애쉬가 있다면 되는걸까. 애쉬는 거울에 비추기만 하면 뭐든지 먹어치울 수 있는 괴이니까.

“애쉬 씨는 거울에 비추기만 하면 뭐든지 먹어치울 수 있나요? ”
“그렇긴 한데… ”
“그럼 우소가미도 먹어치울 수 있어요? ”
“우소가미가 있는 곳은 깜깜해서, 좀 힘들 것 같은데… ”
“흐음…… 그렇다면 허수 차원으로 보내버리는게 답인건가… ”
“일단은 어떻게든, 우소가미를 애쉬 씨가 먹어치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해요. 허수 차원으로 무언가를 보내는 능력이 없으니까요. ”
“좋아. 그럼 일단 과거로 가서 녀석을 약화시켜보자. ”

파이로가 시계를 꺼내들자, 시계줄이 빛나는가 싶더니 시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크로노스. 내 시계를 여는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응? 뭐야, 이 시계 말도 하네? ”

-…… 이름이나 말해…

“파이로입니다만. ”

-좋아, 파이로… 너 최근 명계에 갔었지? 시신이 탄 것 때문에.

“그걸 어떻게 아세요? ”

-나는 시간축을 관장하고 있거든. 그리고 모든 역사를 꿰뚫어보고 있지. 그래, 무슨 일로 시계를 쓰려고 하는건지 물어봐도 될까?

“과거로 돌아가서 우소가미를 약화시키려고 합니다만. ”

-우소가미… 우소가미라…… 그냥 라플라스가 푸는 퍼즐책 하나만 던져줘도 될텐데? …그 녀석 거기서 또 사고 치는 모양이지?

“대형사고 하나 쳤습니다. ”

-그 녀석, 그럴 줄 알았어… 지금 우소가미가 무슨 대형사고를 쳤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 알겠군. 사이비 종교 하나 만들어서 떠받들려지는 모양이군. 그리고 사람 하나 납치당해서 구해야되지?

크로노스는 지금 파이로가 처한 상황을 귀신같이 알아맞췄다.

“그걸 어떻게…? ”

-대형사고 쳤대서 다 보고 왔다. 좋아, 일단 과거로 보내주지. 근데 거기서 아주 없애는 건 좀 힘들거다. 약화만이라도 시키고 돌아와.

“네. ”

시계가 빛나는가 싶더니,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이로가 순식간에 시계와 함께 사라졌다.

“파이로 씨…? ”
“…과거로 가 버린 모양이군. ”
“잠깐만요, 파이로 씨는 괴이를 사냥하는 법 같은 건 모르는데…! ”
“안심해. 서로 연락은 할 수 있거든. ”

다른 일행들과 떨어져 파이로는 혼자 과거로 왔다. 우소가미가 처음 자리를 잡아 갈 무렵이라 그런지, 교단의 건물이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말라 죽어가는 풀과 돌멩이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진짜 휑하네. …근데 난 괴이같은 거 잡을 줄 모르는데. ”

-안심해, 너는 과거에 있지만 현재 시간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연락은 가능하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자, 그럼 우소가미를 찾아 가 볼까… ”

파이로는 가윗날을 꺼내들고 건물이 있던 현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