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4. 과거

“자, 그럼 우소가미를 찾아 가 볼까… ”

파이로는 가윗날을 꺼내들고 건물이 있던 현장으로 향했다.

온통 황무지인 곳으로 다가가니, 중간중간에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군데군데 건물의 잔해 같은 것도 보이고, 철근 같은 것도 보였다.

‘건물이 있었던 모양이군. ‘

이 곳이 후에 괴이를 믿는 종교의 근거지가 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주변을 더 둘러보니 건물 잔해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잔해를 헤집어보니, 근처 바닥에는 카지노 칩과 트럼프 카드 한 벌이 보였다. 트럼프 카드는 포장을 뜯지도 않았는지, 겉면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내용물은 그대로였다.

‘카드… 그리고 이 칩… 여기 도박장이었나? ‘

근처에는 주사위와 룰렛의 부서진 조각, 다트 핀, 다트 판 등… 카지노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파이로는, 바닥에 나뒹구는 다트 핀 하나를 주웠다.

‘이 정도면 키츠네의 침 정도는 아니어도 무기로 쓸 수 있겠군. ‘

-너는 이 시점에 여기에 없었으니까 모르겠지만, 여기는 카지노가 있던 곳이었어. 하지만 카지노 운영자가 사기 도박을 치다 걸려서 문을 닫고, 건물은 폐업했지.

“역시, 여기는 도박장이었군… ”

-여기서는 포커나 다트, 룰렛 돌리기를 많이 했어. 그리고… 돈을 잃은 사람들이 꽤 있었지. 처음 우소가미를 믿기 시작한 사람들은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그 후에 무언가 보상을 바라면서 우소가미를 믿기 시작했던거지.

“그렇다면 처음에는 뭔가 있었겠군요.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야 홍교를 하지 않겠어요? ”

-맞아. 처음에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뭐, 보시다시피 콩고물이 떨어지기 위해 뭔가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인신공양을 하게 된 것도 그것 때문이야. 그리고 네가 찾고 있는 그 여자를 납치한 목적은……

“…… 설마, 몸을 차지하기 위해서…?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그런거였나.
우소가미는, 츠바이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그녀를 납치했다. 추종자가 많아진 그 시점에서 노리는 인간을 납치해오는 것쯤은 간단했을테니까. 그런데 어째서, 우소가미는 인간의 몸을 노리는걸까?

“하지만, 그 녀석도 몸이 있지 않나요? 괴이라면 형태가 있을텐데. ”

-우소가미는 일정한 형태가 없어. 물렁물렁한 젤리나 슬라임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지. 녀석이 원하는 것은 몸이지만, 그렇기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어.
“…… ”

우소가미가 있을만한 곳은 없었다. 단지 여기는 다 헐린 도박장의 잔해만이 있을 뿐이었다.

도박을 해서 다 잃은 자에게 간절한 것은 무엇일까, 파이로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도박을 해서 다 잃는다면 무엇이 가장 간절할까. 시간을 되돌려 사기 도박을 잡아낼 능력도, 어떤 속임수도 간파하는 두뇌도 아니었다.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바로 돈이었다.

파이로는 건물의 잔해를 더 치워봤다. 기계의 잔해들 사이로 돈 뭉치가 보였다. 꽤 두툼하게 쌓여 묶여있는 10달러,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가 보였다. 도박장 주인이 미처 챙기지 못 한 돈인지, 누군가가 여기에 숨겨둔 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꽤 많은 돈이었다.

“하나, 둘, 셋…… 이건 100달러 100장, 이건 10달러 100장… 총 64,000달러네요. ”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돈이…?

“흠… 그나저나 이 곳에 그 녀석들이 본거지를 세우게 된단말이죠… 그런데, 왜 하필 여기였을까요? 여기는 불법 도박장이 있던 곳인데다가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올 일도 없는데. ”

-그건 좀 미래로 넘어가보면 알겠지. 자, 넘어가보자.

한순간 시계가 빛나더니, 검은 후드를 쓴 사람 몇 명이 보였다. 인기척을 느낀 파이로는 근처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 뒤에 숨었다. 곧 검은 후드를 쓴 사람들이 까맣고 말랑한 무언가를 안고 나타났다.

“여기야. 여기에 돈이 있어. ”

후드를 쓴 사람이 잔해를 들춰 보자, 파이로가 아까 봤던 돈 뭉치가 나왔다. 사람들이 기뻐하며 돈을 나누고 있었다.

“고마워! 네 덕분에 빚을 해결할 수 있게 됐어! ”
“난 아들의 학비를 다시 대 줄 수 있게 됐어! ”
“정말 고마워,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
“이야, 이제 다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겠는데? ”
“그것 봐, 내가 돈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이 땅은수맥의 끝이기때문에 돈이 쌓일 수 있는거라고. 자, 내가 돈을 줬으니 약속대로 날 여기에 살게 해줘. ”
“좋아! 이 돈이면 빚을 갚고도 남을테니, 네가 여기서 지낼 수 있는 거처를 세워 줄게! ”
‘수맥…? 물을 싫어하는건가? ‘

사람들이 무언가를 안고 돌아가자, 파이로가 나무 뒤에서 나왔다.

“방금 저 물컹한 게, 수맥의 끝이라고 했는데요… 우소가미가 물을 싫어할 리는 없고. ”

-음양오행에 따르면, 쇠는 수와 상생 관계야. 뭐, 그걸 적당히 끌어서 쓴 모양인데? 수맥의 끝이니까 여기로 쇠가 다 모인다, 이런 의미로.

“수맥의 끝이라 쇠가 다 모인다면… 수맥을 끊어버리면 되겠군요. ”

-…그걸 어떻게 끊어?

“완전 절단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아두면 되겠죠… ”

파이로는 가윗날을 꺼내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다! ”

땅에 가윗날을 푹, 박은 파이로는 지면에 무언가를 새겼다. 그것은 예전에 미기야의 사무실에서 본 적 있는, 토벽의 주술 문양이었다.

-그게 뭐야?

“예전에 동료의 주술 책에서 본 적이 있었죠. 흙의 기운으로 된 배리어를 만들어주는 주술… 동료가 부적술사거든요. ”

-오호.

파이로는 문양을 다 그리고, 적당한 위치로 이동한 다음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아인의 집으로 가 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갔고 드라이, 아인, 라우드만 집에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 ”
“뭐야, 다른 사람들은? ”
“큰일났어. 녀석들이 츠바이를 데리고 무슨 의식에 참여한대. ”
“뭐? ”

큰일이다. 벌써 몸을 차지하기 위한 의식을 시작한 것인가.

“지금 다른 사람들은 놈들의 본거지로 갔고, 난 여기서 너랑 같이 나중에 가기로 했어. ”
“…… 젠장… 일단 가지. ”
“알겠어. ”

-무슨 일이야?

“우소가미가 츠바이의 몸을 뺏기 위한 의식을 시작하려는 모양이예요. ”

-이런… 시간이 없군. 일단 수맥을 약화시켰으니 녀석도 이전처럼 강하지는 않을거야. 이제 남은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 밖에 없어.

“알겠어요. ”

파이로는 가윗날을 빼 들고, 라우드와 함께 하얀 건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