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2. 정체

“이봐, 거기 너희들! ”

뒤에서 두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후드를 뒤집어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드라이는 심장이 쿵쿵거리는 게 밖에서도 들릴 것 같았다.

“응? 너희들도 교인인가? ”
“아뇨, 저희는 여기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서는 하얀색 옷은 입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검은 색으로 뒤집어 쓰고 왔습니다만. ”
“우리의 교리를 알고 있는데다 관심까지 있다니! 정말 환영해! 어서 들어와. 모르는 게 있으면 이것저것 물어봐. 다 가르쳐 줄게. ”

파이로의 능청스러운 거짓말 덕분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아니, 상대방은 오히려 두 사람의 입장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건물 밖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었지만, 문만은 검정색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하얀 건물만 보여서 몰랐지만, 문을 보니 확실히 이들의 본거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하얀 옷을 입지 못 하는 것 외에도, 하얀 물건을 만져서도 안 되는 것 때문에 문만큼은 검은 색으로 칠해두고 있어. 그나저나 이 마을에 있었으면서 우리를 배척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우리의 교인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걸! 나 정말 감동받았어… ”
“그… 그렇습니까…? ”
“응. 자, 자, 사양 말고 들어와. ”

건물 벽이며 바닥이며 전부 검정색이다. 벽과 바닥은 광택이 있는가 없는가로 구별할 수 있었다. 파이로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드라이에게 최대한 이것저것 물어볼 것을 부탁하고,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왜 하얀색 옷은 입으면 안 되는 건가요? ”
“그건, 우리가 믿는 신님께서 하얀색 옷을 싫어하시기 때문이지. 하얀색 물건같은 것도 싫어해서 이 안은 전부 검정색이야. ”
“하지만 건물 밖은 하얀색이던데… ”
“아, 그건 검은 대리석이 없어서… 뭐,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검정색으로 도색하려던 참이었어. 그래도 눈에 너무 띄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
“여기서 믿는 신은 어떤 신인가요? ”
“여기서 믿는 신은 예수나 부처같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야. 여기에 정말로 존재하시고, 우리를 위해서 은총을 내려주시지.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서 허물 없이 지낼 수도 있는 존재야. 그런데 그 배경 화면에 그거 말야… ”

교인은 드라이의 핸드폰에 배경화면으로 위장한 채 떠오른 애쉬를 가리켰다.

“아, 이… 이거요? ”
“혹시 여자친구야? ”
“아, 아뇨… 아는 사람이 소개시켜줄까 하고 보내준 사진인데, 너무 예뻐서… ”
“그렇군… 자, 이 쪽으로 가면 본당이야. ”

드라이가 애쉬와 본당을 둘러볼 동안, 파이로는 벽을 통과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온통 까만 색이라 걸어다니면서 헤매기는 곤란했다.

‘이거야, 원… 뭐가 이렇게 복잡해? ‘

본당으로 가는 길 주변을 둘러보던 파이로는 벽 한쪽에 무언가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스위치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스위치가 있는 바로 옆의 벽 속으로 들어갔다.

‘어라, 여기 또 복도가 있잖아? ‘

벽 속의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감옥 같은 공간이 가득 있었다. 적막한 복도를 뒤로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보니, 안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인간인가… ‘

그 중 하나의 방으로 들어가보니, 여자 하나가 갇혀있었다. 빵과 소금, 그리고 물만을 식사로 넣어준 채 한쪽 발은 족쇄로 묶어두었다.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채로, 그녀는 삶을 포기한 듯 멍하니 앉아있었다. 원래 머리가 어땠는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헝클어진 머리가 여기에 꽤 오랫동안 갇혀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다.
그녀는 바깥이라곤 구경도 못 했는지, 반츰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곳에 인간이…? ‘
“이봐. ”
“히익- 누, 누구세요? 다, 당신도…? 나, 난 아직 때가 아니야! ”
“쉿, 진정해. 난 샤테니히츠가 아냐. 후드를 쓰고 있는 건 여기에 의심 없이 들어오기 위해서 그런 것 뿐이야. ”
“저, 저, 정말요…? 휴우…… ”
“그래. …이 곳에 인간들이 갇혀있는거야? ”
“네… 저 말고도 많이 갇혀있어요… ”
“왜?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 ”
“아뇨… 전 정말로 잘못한 게 없어요, 그냥 길을 가다가 누가 길을 물어보면서 같은 방향이라며 태워주겠다고 해서 차를 얻어탔을 뿐인데… 눈을 떠 보니까 여기였어요… ”
“그럼 납치당한건가… ”
“집에… 아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흐윽… ”

그녀는 슬프게 울고 있었다. 여기에 갇혀 지낸 지 꽤 오래 된 모양이었다.

“사실 우리는 여기에 납치된 사람을 하나 찾고 있거든… 혹시 츠바이 가로아라고 알아? 위로 오빠가 있고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는데, 파쿠르를 즐겨 하는데… ”
“아아… 얘기는 들은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츠바이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츠바이는 여기 없을거예요. 츠바이는 우리랑 달리 제물이 아니라 ‘그릇’으로 쓴다고 하던걸요… ”
“그릇…? 그게 무슨…? ”
“신을 강림시키는 그릇이라던가…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
“그럼 츠바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는 얘기지? ”
“네… ”
“흐음… ”

그릇. 신을 강림시키는 그릇. 그렇다면 츠바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쪽에서 목소리를 들었다면 분명 이 곳 어딘가에 있다는 소리인데.

“제가 듣기로는, 이주일 후에 신을 강림시키기 위한 의식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 때까지 츠바이는 계속 갇혀있어야 한대요… 그 떄가 되면 저희도 죽을거예요… ”
“괜찮아, 내가 널 꼭 구해줄게. ”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흐윽…… ”

울먹이는 여자를 토닥여준 후, 파이로는 밖으로 나와 다시 복도를 걸었다. 휴대전화 라이트로 비춰보니, 복도 끝 벽에 스위치가 보였다. 그 주변을 자세히 비춰 보니, 바닥에 문이 보였다. 똑똑 두드려 보니, 주변 바닥과 소리가 달랐다.

‘여기가 문인가… ‘

파이로가 스위치를 누르자, 바닥이 열리고 밑으로 가는 계단이 나왔다. 천장을 따라 붉은 등이 달려있고, 등을 따라 가니 커다란 철창이 보였다. 철창 옆은 자물쇠로 단단히 묶여 있었지만, 파이로는 손쉽게 그 안을 관통할 수 있었다.

‘!!’

그 안은 아까 만났던 여자의 방과는 달랐다. 상당히 깨끗했고, 방금 먹다 남겼는지 스테이크가 한 접시 놓여있었다. 그 안에 있는 여자의 손발에는 어떠한 것도 채우지 않았고, 머리 역시 깨끗하게 빗겨진 상태였다. 여자는 파이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 여기는 어떻게…? ”
“쉿. 나는 샤테니히츠가 아니야. 네가 혹시 츠바이 가로아니? ”
“네… 제가 츠바이 가로아예요. ”
“드디어 찾았군… …식료품점에 다녀온다는 후로 소식이 없어서, 네 오빠랑 남동생이 걱정하고 있어. 두 사람의 부탁으로 너를 구하러 왔어. ”
“정말요…? 오빠… 오빠는 잘 지내고 있어요? 또 끼니 그러는 건 아니죠? 파쿠르만 한다고 늦게 잔다거나 하는 건 아니죠…? ”
“응.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안심해. …그런데 이 스테이크는…? ”
“모르겠어요… 매 끼니마다 이게 나와요. 저를 보고 그릇이니 뭐니 하면서, 이걸 먹이곤 그냥 가 버려요. 집으로 가고 싶어요… ”
“내가 널 꼭 구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이주일 후에 의식이 있을 거란 얘기는 들었어. ”
“그렇군요… 위에 갇힌 사람들도 만나보신거예요? 하지만, 여기를 들키지 않고 들어올 수는 없는데… ”
“난 유령이니까. 벽같은 건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지. ”
“아아…… ”

츠바이는 파이로에게 작은 로켓을 건넸다.

“이걸 가져가세요… 그리고 오빠에게 제가 무사하다고 전해주세요. ”
“응, 알겠어. ”

로켓을 건네받은 파이로는 다시 위로 올라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 보니, 본당을 다 둘러보고 나왔는지 드라이가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츠바이 누나는 찾았어요? ”
“응. 이 로켓을 전해달라고 하던데… ”
“이건…? ”
“…? ”
“엄마의 유품이예요… 츠바이 누나가 소중히 가지고 있던 건데…… ”
“츠바이는 괜찮다고 전해달래. 그나저나… 애쉬는 뭐 발견 했어? ”
“아주 끔찍한 걸 발견했지. ”
“…… 일단 돌아가서 얘기하자.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파이로와 드라이는 검은 후드를 벗어던졌다. 마침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인이 두 사람을 맞았다.

“드라이! ”
“니 동생이 너 늦잠 자는 거 아닌지 걱정하데. ”
“…츠바이를 만나고 오신 건가요? ”
“난 유령이라서. 적당히 시간만 끌어준다면 뭐, 상관 없지. 너 끼니 거르지 말래. ”
“츠바이… ”
“드라이, 최단 경로는 계산했지? ”
“빠져나오는 루트까지 계산했습니다. ”
“좋아. ”
“그나저나 애쉬 씨, 뭘 보셨길래… ”
“그 녀석들이 신이라고 모시는 녀석 말야. ”

애쉬는 드라이와 같이 했기 때문에 본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라이와 함께 그들이 모시는 신을 같이 봤던 것이다.

“괴이였어. ”
“뭐? ”
“괴이라고. ”
“괴이라면… 어떤 종류의……? ”
“우소가미. ”
“!!”

그렇다면 그들이 신으로 모시고 있었던 것… 그러니까 신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은 괴이였던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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