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1. 잠입

파이로가 명계로 연락을 해 볼 동안, 미기야는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을은 꽤 한적한 곳이었고, 외부와 들어오는 도로도 한 곳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미기야는 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를 만났다.

“저,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
“무슨 일이세요? ”
“혹시 츠바이 가로아라고 아세요? 한달 전에 사라졌는데… ”
“아! 츠바이요? ”

젊은 여자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츠바이라면… 식료품점을 나오다가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던데요… 샤테니히츠에게 납치당했다는 소문도 있고요. ”
“샤테니히츠…? ”
“저기 저 건물 보이시죠? 저기를 근거지로 하는 사이비 종교예요. 자기네들은 사이비가 아니라고 한다지만, 솔직히 어느 종교건 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자기가 믿는 종교를 깎아내리겠어요? 자기네들 말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하는 짓이 사이비같더라고요. ”
“그렇군요… ”

젊은 여자가 가리킨 곳에는 마을과 이질적인 거대한 건물이 서 있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밖은 장식해 둔 건물은 하얀 상자를 뒤집어 둔 것처럼 생겼다. 밖에서 보기에 딱히 아무런 장식도 없어서, 그냥 지어만 놓고 입주민은 없는 오피스텔인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보아하니 외지인인 것 같은데, 저 건물 근처에는 되도록 가지 않도록 하세요. 저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거든요. 특히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꾸미는 모양이라, 저도 바짝 경계하는 중이거든요.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집으로 돌아오니, 그새 파이로는 연락을 끝냈는지 소파에 푹 걸터앉아 있었다.

“세베루스 씨는 뭐라세요? ”
“최근 사망한 사람 중에 츠바이 가로아라는 사람은 없대. 그게 다야. ”
“역시… 샤테니히츠의 소행일까요? ”
“샤테니히츠? ”
“네. 요즘 마을 곳곳에 보이는 검은 후드를 쓴 사람 말이예요. 아까 마을을 둘러보다가 어떤 여자분을 만났는데, 츠바이 씨가 샤테니히츠에게 납치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던데요? ”
“샤테니히츠? 그게 뭔데요? ”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사이비 종교라고 하던데. 근거지인 건물도 대충 어떻게 생겼는 지 알고는 있는데… 그 여자분 말로는, 접근하지 않는 게 좋을거라네요. ”

츠바이를 구하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접근하지 말라니, 파이로는 발끈했다. 의뢰를 들어주러 온 거지 조사나 하러 온 게 아니잖아!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너 지금 장난하냐? 우리가 조사하러 왔냐? 츠바이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온 거잖아! 츠바이를 구해야 하는데 접근을 안 하면 원격으로 구하리? ”
“파이로 씨, 일단 샤테니히츠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긴 해요. ”
“후훗, 어쨌든… 조사가 필요하단 말이지? 그런거라면 나한테 맡겨줘. ”
“에? 너, 뭔가 묘책이라도 있는거냐? ”
“잠시만. ”

파이로를 진정시킨 애시는 거울 속에서 리바이어던을 끄집어냈다.

“오.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는감? ”
“리바(리바이어던의 애칭), 아무래도 그 녀석의 힘을 빌려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지금 불러올 수 있어? ”
“그럼. 잠시만~ ”

리바이어던이 나가고 잠시 후, 거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하반신은 없었다. 하반신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건지 붕대가 달랑달랑거리는 데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뿔과 귀 같은 것이 달린 망토의 후드 안에는, 해골이 있었다. 해골 속 눈이 번득이고 있었다.

“으엑, 그거 진짜 해골이예요? ”
“이거 가면이야. 얼굴을 들키면 곤란하거든. ”
“깜짝 놀랐네… ”
“리바이어던의 연락을 듣고 왔네만. ”
“아아, 당신이 도펠이군요. 제가 애쉬 리스트로베라입니다. ”
“호오, 네가 그 유명한 존재를 먹어치우는 괴이인가… ”

애쉬와 도펠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나저나 나를 찾은 이유가 뭐야? ”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
“호오… 뭔데? ”
“이 마을에 자리잡은 샤테니히츠에 대해 알고 싶어요. ”
“샤테니히츠? 흐음… 좋아, 그 정도는 금방 조사해줄 수 있지. ”
“역시 리바이어던에게서 들은 대로군요. ”
“키히히- 그렇지! 사실 내게 의뢰를 하려면 보수를 내야 하지만, 너는 나도 궁금했던 녀석이고, 리바이어던이 애칭으로 부르는 걸 허락한 녀석이니 특별히 무료로 해 줄게. 그럼, 잠시만. ”

도펠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종이뭉치가 거울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 도펠은 종이뭉치를 집어들어 파이로에게 건넸다.

“여기, 상당히 재밌는 곳인데? 왜 알아보려는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야. 오히려 내가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을 정도인데? ”
“??”
“일단 이것부터 읽어 봐. ”

도펠이 건넨 종이뭉치에는 샤테니히츠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샤테니히츠… 지구상의 존재하는 종교에서 말하는 어떠한 유일신도 믿지 않는 종교. 검은 후드를 쓰고 다니며 그들의 복음을 전파하며, 명계에 그들에 의해 유입된 영혼이 있다. …명계에 그들에 의해 유입된 영혼이 있다는 건, 그들에 의해 죽은 사람이 있다는거잖아요. ”
“응. 일단 추정이긴 한데, 악마를 숭배하는 종교가 아닐까 싶어. 악마를 숭배하는 인간들의 경우 다른 인간을 잡아다가 제물로 바친다면서? ”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건 그런 주제에 의외로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다는거야. 자신들의 신을 언급하는 것도 안 되고, 하얀 옷을 입는 것도 안 되고, 하얀 물건을 만지는 것 역시 안된대. 옷도 머리도, 물건까지도 전부 검정색으로 통일을 하고 움직인다는거지. 그 외에도 금기 사항이 상당히 많아. ”
“흐음… ”

역시 뭔가 이상하군. 파이로는 건네받은 종이 뭉치를 읽어봤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흔히 믿는 기독교나 불교와는 다른 점이 많았다. 뭔가 석연찮은 점도 있었다. 거기다가 하얀 색 물건은 안 된다, 하얀 물건을 만지지 말라, 야채를 먹지 말라는 등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금기 사항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사람들을 납치한걸까…? ”
“그 부분까지는 나도 조사를 못 했어. 나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거든. 다만 인간을 납치한 이유가 인신공양을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뭔가 불길하면서도 재밌는 것들이야. ”
“흠… 그럼 그 이상은 우리가 잠입을 해서 알아내야 한다는 건데… ”
“잠입이야 어렵지 않죠. 검은 옷을 입으면 된다면서요? 검은 천 같은 걸로 몸을 두르면 되잖아요. ”
“후후… 도펠 씨, 도펠 씨가 입고 있는 후드랑 비슷한 걸로 하나 구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
“이 후드? 이건 주문제작이라 하나밖에 없는데… 모양은 꼭 이런 모양이 아니어도 상관 없는거지? ”
“네. ”
“오케이! 잠깐만. ”

다시 거울 안으로 들어간 도펠은, 밖으로 까만 천을 던졌다.

“그걸 두르면 될거야. 신발만 까만 걸로 구하고 들어가면 돼. ”
“고마워요. ”
“뭘, 다음에 또 부탁할 일 있으면 불러~ ”

도펠에게 받은 까만 천을 펼쳐보니, 도펠이 두른 것과 비슷한 망토였다. 미기야가 망토를 둘러보니, 발만 뺴고 전부 가려주고 있었다. 후드까지 푹, 눌러쓰니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다.

“여기다가 까만 신발만 있으면 잠입하기에는 딱이네. …그런데 누가 잠입하죠? ”
“글쎄… ”
“애쉬 씨는 핸드폰을 통해서도 이동할 수 있다고 하셨죠? ”
“후훗, 당연하지. ”
“그러면 애쉬 씨는 핸드폰 속으로 들어가서 동행해주세요. ”
“알겠어. ”

애쉬는 라우드의 전화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파이로가 라우드의 전화기를 건네받고 망토를 걸친 다음 후드를 썼다.

“딱 됐네. 후드가 두 개 왔으니까… 이 까만 신발 누구 꺼냐? ”

파이로는 현관에 놓인 까만 신발을 가리켰다.

“그거, 아인 형이 신던 건데요. ”
“너한테 헐렁하냐? ”
“아뇨. 사이즈는 똑같아요. ”
“잘 됐다. 니가 가자. ”
“…네? ”

파이로는 마침 잘 됐다는 듯, 드라이에게 망토를 건넸다. 나보고 츠바이가 잡혀간 그 곳으로 가자고? 드라이는 망토를 얼떨결에 건네받긴 했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너는 파쿠르를 즐겨 하잖아. 어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때의 최단거리를 계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
“그야 그렇죠. ”
“너는 거기에 들어가면 대충 어떤 구조가 있고 어떻게 이동을 하면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잖아. 그리고 나는 유령이라 벽으로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츠바이를 찾아 볼 생각이거든. 애쉬는 너랑 같이 동행할거고. 나도 전화기를 들고 가니까, 연락은 애쉬를 통해서 하면 돼. ”
“그렇군요… ”

드라이도 파이로의 말을 듣고 바지 뒷주머니에 전화기를 넣었다.

“그런데 가서 뭐라고 해야 할까요…? ”
“뭐, 대충 귀의하러 왔다고 하면 받아주겠지… 일단 가 보자. ”
“네. ”

파이로와 드라이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신발을 신었다. 각자 해야 할 일은 달랐지만 목적은 같다. 수수께끼의 종교, 수수께끼의 목적으로부터 츠바이를 구해내는 것.

둘은 애쉬가 들어있는 전화기를 집어들고 미기야가 말했던 건물로 향했다.

“저 건물인가… ”
“네, 그런 것 같아요. ”
“이봐, 거기 너희들! ”

뒤에서 두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