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하나만이 덩그러니 떠 있는 스산한 밤, 잠이 든 한산한 거리에 낯선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누군가를 주시하는 듯 했다.
“저주할 때는 두 개의 무덤을 파라. 그 정도는 상식입니다. ”
그리고 그녀는, 이내 주시하던 누군가를 쫓기 시작했다. 한적한 골목, 달이 비추는 곳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만이 있었다. 그것은, 하늘에 뜬 달만이 지켜보고 있는 조용한 추격전. 쫓기는 자는 누군가를 저주했기 때문에, 쫓는 자는 남은 하나의 무덤을 채우기 위해 쫓는다.
다음 날.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D시의 어느 골목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사체는 10대 후반의 여학생으로 추정되며… ”
어젯밤의 추격전 끝에, 결국 쫓기는 자는 죽은 모양이다.
“하암… 또 살인사건이라니… 조만간 손님이 올 듯 하군. ”
“손님이요? ”
“저걸 봐. ”
파이로가 TV 화면을 가리켰다. TV가 보여주는 것은 사건 현장의 영상이었지만, 어딘가 미심쩍었다. 뭔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쓰러진 얼굴,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런 혈흔도 없었다.
“인간이 인간을 놀래켜서 심장마비로 죽인다는 게 가능할 것 같냐…? ”
“뭐…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
“일단 의뢰가 들어올 건 확실하고… 우리쪽에서 독자적으로 조사할 필요도 있어. 저 녀석에 대해 정보를 모아야겠어. 그리고 범인이 누군지도 같이… ”
“……? ”
평소에 뉴스를 덤덤하게 보던 것과 달리, 파이로는 사뭇 진지한 눈이었다.
오후, 미기야가 손님과 대화할 동안 파이로는 아침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갔다. 대낮에도 한적한 그 골목에는, 사건 현장임을 알리는 표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근처 사는 녀석인 모양인가… ”
그녀는 현장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변에는 낡은 주택가 뿐이었다. 부서져가는 지붕들 사이에 전봇대가 서 있었다. 전봇대는 마치 넝마처럼 이곳저곳 뜯어진 전단지를 두른 채였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겠군… 사이코메트리라도 쓰지 않는 이상, 이런 촌구석에서 뭘 알아내겠…응? ”
툴툴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파이로는 현장 근처에 떨어져 있던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붉은 눈 백사의 저주’라는 글자가 쓰여있었고, 뒤에는 누군가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볼 필요는 있겠군…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는, 라우드에게 쪽지를 건넸다.
“이게 뭐야? ”
“뭐 좀 알아볼 게 있나 해서 현장에 갔는데, 이것밖에 못 건졌어. 이 저주가 뭔지 좀 알아봐줘. 뒤에 붙은 사진에 대해서는 그게 뭔지 먼저 조사해야 할 것 같거든. ”
“현장에 이런 게 떨어져있었다고요? ”
“어.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줍지는 못 한 모양이지… ”
“그런가… 아무튼 알겠어. ”
“혹시 나중에 현장에 가게 되면 영상 좀 확인해봐. 아무래도 그 현장, 신경쓰여… ”
“알았어. ”
라우드에게 쪽지에 적힌 저주에 대해 조사를 맡긴 파이로는, 사무실로 들어오는 낯선 여자를 발견했다. 하얗고 긴 머리에, 한쪽 눈에 붕대를 두른 여자였다.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풀린 붕대가 있고, 그녀는 공중에 붕 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네녀석은 뭐냐? ”
“…유키나미 히다리… 미기야는…? ”
“미기야라면 부재중이다만. ”
“…그런가… 너도 이 사무실 소속이지? ”
“그렇다만. ”
“…… 이 사건… 조심해… 잘못하면 미기야가 위험해질거야. ”
“…… ”
그녀는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가 버렸다.
“유키나미 히다리… 미기야와 아는 사이인 모양이군. ”
“다녀왔습니다. ”
“어, 마침 들어왔군. 손님이 왔는데. ”
“네? 누군가요? ”
“유키나미 히다리라는 녀석이 찾아왔는데. ”
마침 사무실로 돌아온 미기야에게, 파이로는 아까 사무실에 왔다 갔던 여자에 대해 물어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유키나미 히다리라는 이름을 들은 미기야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정말로… 유키나미 히다리인가요? ”
“어. …뭐냐? 뭐 원수 진 거라도 있어? ”
“아뇨, 아닙니다… ”
갑자기 사색이 된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뭐 원수라도 진 건가… ‘
파이로가 히다리와 다시 만난 건 요전에 라우드에게 맡겼던 조사 의뢰에 대한 결과를 받고, 다시 현장으로 갔을 때였다. 붉은 눈의 뱀 저주라는 게 뭔지 더 알아볼 겸, 쪽지 뒤에 붙어있던 사진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이 있는 골목 어귀에서, 그녀는 그 근처를 서성이던 히다리를 발견했다.
“아, 너는… ”
“…아. 너는 그 때의… ”
“마침 잘 됐다. 묻고 싶은 게 있어. ”
“…뭔데? ”
“너, 미기야랑 뭐 척 졌냐? 미기야에게 보고했더니 그 녀석, 완전 사색이 되던데… ”
“…아직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걸까… 역시 아직은 무리이려나… ”
“……? 무슨 말이야, 그게? ”
“…아무래도 아직은 무리일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잘못 한 게 아닌데… ”
수수께끼의 말을 남기고 히다리는 사라졌다.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인거지? ‘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문도 잠시, 파이로는 본 목적을 다시금 떠올렸다. 쪽지 뒤에 붙어있는 사진의 인물에 대한 조사였다.
그녀는 뭔가 물어 볼 만한 사람이 나올까 싶어 골목을 이곳저곳 누비다 낡은 구멍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파이로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 마침 배가 고픈지 빵을 하나 집어들어 계산을 했다.
“그나저나 이 동네에서는 못 보던 얼굴이네… 이 동네엔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가? ”
“이 사진 속 인간에 대해 조사중인데… 혹시 알고 있나 해서. ”
그녀가 사진을 건네자, 남성은 한참동안 들여다보더니 무언가 생각했다. 그는 사진 속 인물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아! 이 애라면 알지. 이 동네 사람은 아니지만… ”
“음? 뭔가 아는 거야? ”
“그럼. 왜 거, 얼마 전 죽은 서현이랑 같은 학교 친구였어. 가끔 서현이랑 같이 하교하는 것도 몇 번 봤거든. ”
“그렇군… ”
“서현이가 죽기 몇달 전부터는 안 보여서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건가 싶었는데… 글쎄, 요즘은 통 안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네. ”
“그런가… 고마워. ”
구멍가게를 나선 파이로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뭐 좀 알아냈어? ”
“이 뒤에 붙은 사진은 죽은 사람이랑 친했던 친구라는군. 몇달 전부터는 안 보였다는데… 혹시 붉은 눈의 뱀 저주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
“흠… 글쎄… ”
“도, 도와줘! ”
라우드와 파이로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미기야가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뒤이어 그의 뒤를 쫓아 산발머리를 한 붉은 눈의 여자도 안으로 들어왔다.
“뭐냐, 너답지 않게? ”
“저 여자가 갑자기 쫓아왔어요! ”
“뭐? 라우드, 이 녀석 피신좀 시켜라. 저 놈은 내가 상대하마. ”
미기야를 노리기라도 할 듯 쫓아온 그녀는, 뱀처럼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갈퀴가 있는 손과 다리, 그리고 얼굴에는 하얀 비늘이 보였다.
“네놈, 여기는 어쩐 일이냐? ”
“나는 저 녀석을 쫓아 왔을 뿐, 방해하면 네놈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
“그러니까 왜 쫓아왔느냐고 물었다. ”
“그야, 저 녀석이 주살의 대상이니까 쫓아왔지. ”
“…주살? ”
문득 그녀의 머릿 속을 스친 단어가 있었다. ‘붉은 눈의 뱀 저주’. 저 녀석은 마치 뱀처럼 생겼다, 게다가 붉은 눈이다. 그렇다면 저 녀석이 이번 살인 사건의 범인인가?
“네놈, 며칠 전 D시에서 사람을 죽였었지? ”
“용케도 알고 있네? 그야, 저주를 할 때는 무덤을 두 개 파야 하니까. ”
“…누가 미기야를 저주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죽게 내버려두진 않겠어. 네놈이 신이든 귀신이든, 얼마든지 태워주지. ”
“그렇게 나오신다면, 어쩔 수 없지. ”
녀석은 유령은 아니었는지 혼불에 닿아도 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보기 드물게, 파이로를 농락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실내인지라 가윗날을 꺼내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파이로는 애초에 맨손 격투에는 약했던 것이다.
“제길, 실내만 아니었어도… ”
“방해하지 말고 저리 사라져! ”
“그렇게는 못 하지! ”
“…찾았다… ”
갑자기 공중에서 붕대가 소환됐다. 하늘에서 풀려나온 붕대는 꽤 낡고 색이 바랬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끊어내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았다.
“어떤 녀석이야! 누가 나를 방해하느냐! ”
“…뱀의 화신… 엄마가 보낸 거겠지? ”
“…넌 그때의…? ”
“…엄마가…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 나는, 말리지 못 했어…… 왜냐하면, 나는 이미 죽은 몸이니까… ”
그렇게 한탄하는 그녀의 손가락은, 살점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은 뼈뿐인 손가락이었다.
“…미기야 오빠는… 내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니까… 비록 엄마는 다르지만…… 그러니까, 몇 번이고 널 찾아서 없애버릴거야… 엄마가 몇 번을 보내더라도… ”
“…이게 무슨 상황이냐, 대체? 엄마가 보냈다니? ”
“크아악- 이거 놓지 못해? ”
“…무리. 이 붕대, 인간이 아닌 것은 풀 수 없으니까… ”
“히다리, 물러서! ”
파이로는 미기야의 전화기를 녀석의 코 앞에 들이댔다. 그러자 전화기 안에 있던 애시가 튀어나왔다.
“후훗, 이 녀석… 뱀의 화신? 오랜만이네. ”
“너… 너는…? 네녀석, 여기서 자리잡고 살고 있었던거냐? ”
“그야, 당연하지- 미기야를 죽이러 온 거라면, 내가 먹어치워주지… 그래, 누가 너를 여기로 보냈는지 좀 불어보지 않을래? 아니면, 여기서 죽든가. ”
“…… 쳇… ”
아까 전과는 달리 그녀는 너무 쉽게 단념했다. 히다리가 그녀를 감고 있던 붕대를 풀자, 그녀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우드의 뒤에 있던 미기야는 그제서야 히다리를 발견했다.
“너, 너는… ”
“…오빠. ”
“…히다리? ”
“…뭐야, 둘이 남매였어? …엄마가 보냈다는 건 또 뭐고…? 야, 네녀석! 이 상황 좀 설명해봐. ”
“뭐, 이왕 실패한 거… 좋아. ”
뱀의 화신은 거의 체념한 듯 했다. 여기서 허튼 짓을 했다간, 애시한테 먹혀버릴 지도 모르니까.
“나를 저 녀석에게 보낸 건, 저 녀석의 엄마… 하지만 그 여자는 저 아이의 엄마일 뿐, 저 남자의 어머니는 아닌 관계지. 즉, 배다른 남매…라는거야. 어째서 나를 여기로 보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그냥 조속히 죽여주길 바란다는 얘기만 했어. 네녀석이 조사해 낸 붉은 눈의 뱀 저주는 상대방을 이 몸이 죽이는 것, 그러니까 주살인게지. 그리고 얼마 전에 죽은 녀석도 나에게 누군가를 죽여주기를 부탁했던 거고, 그 녀석은 그 댓가로 죽은거야. 저주를 할 때는 무덤을 두 개 파야 하니까. ”
“그게 혹시 이 녀석이냐? ”
파이로가 쪽지 뒤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저 부탁하면 움직이는 입장이라, 두 사람의 관계나 사정따위는 몰라. 자세한 건, 이 녀석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거야. ”
“……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히다리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응. 나와 오빠는, 남매니까.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엄마가 다른 남매… 내가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미기야 오빠를 만났어… ”
“그럼 둘이 남매인거야? …근데 넌 왜 니 동생이 찾아왔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는거냐? 그리고 응어리는 뭐고? ”
“…엄마, 오빠 싫어했어… 아빠가 보지 않는 곳에서, 괴롭히고, 때렸어… 나는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막을 수 없었어… 도와주면, 나도 같이 맞아… ”
“…… ”
“엄마, 아빠 돈이 갖고싶다고 했어… 그런데 오빠가 있으니까 안된다면서, 방해물이라고 했어. 죽어버리라고… 그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어… 하지만 이 정도까지일줄은 몰랐어… 고작 돈때문에 저주할거라곤…… 아빠도, 오빠가 나간 후에야 알았지만 엄마를 막을 순 없었어… ”
“…좋아… 네 어머니는 미기야를 싫어했다는 거지? 그래서 주살을 하려고 이 녀석을 보낸 거고…… 그럼 너는, 왜 죽은거야? ”
“오빠가 나간 다음은, 내가 타겟이 될까봐 두려웠어. 그래서 나 스스로가… 내가, 더는 이 집에 살기 싫었어… 오빠가 나간 후 아빠는 엄마가 괴롭히고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게 심하게 괴롭혔다는 것도 몰랐어. 단지 두 사람의 불화때문이었다고 생각했지… ”
“…… 그랬…을거야… 아마도… ”
“…하지만 그게 아니었잖아. 엄마, 돈 때문에 아빠와 결혼했고, 돈 때문에 오빠를 증오했어. 난 그런 엄마가 싫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아빠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엄마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를… ”
“…… ”
히다리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잠깐… 그럼 어찌됐든 이 녀석은, 그 여자와 모자관계라는거야? …도대체 어떻게 미쳐 돌아가면 엄마가 아들을 주살할 수 있는거냐? ”
“오빠가 있으면, 아빠의 유산을 엄마가 받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오빠를 없애려고 했던 거야. …그리고, 엄마는 아빠가 오빠네 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만나왔어. 그래서… 오빠네 엄마를 미워했어. 그리고 오빠네 엄마가 낳은 오빠도 미워했어… ”
“…… 인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상식 외의 존재로군… ”
“…하지만 난 엄마와 달랐어… 엄마가 달라도, 어찌됐든 이제 가족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엄마를 막고 싶었어… 그렇기때문에 엄마를 막아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 결국 엄마도, 자기 무덤을 파게 될 테니까… ”
“…… ”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던 건… …그게 새엄마의 주살때문이었어요. 의문사로 공표되긴 했지만… 그래서 저도 새엄마를 좋게 보지 않았어요. …히다리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엄마가 괴로워할 때도, 아빠는 새엄마와 밀회를 즐기고 있었으니까… …엄마가 살아있을 때 낳았던 게 히다리였으니까… 그래서 난 집을 나왔던거예요… 그래서 한국으로 온 거고…… ”
미기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히다리… 넌 나쁘지 않아. 너에겐 죄가 없으니까… 그리고 넌, 날 지켜줬잖아… 아무것도 몰랐을 땐, 너도 원망했었어… 하지만 네 부고를 듣고 본가로 갔을 떄 알았어. 네 유서를 보고… 아버지가 그 떄 말씀하셨거든. 살고싶다면 이 집에 다시는 발 붙일 생각 말라고…… ”
“…… 다행이야. ”
“…네녀석, 이제 어쩔 셈이냐? ”
파이로는 아까부터 체념한 듯 두 사람을 지켜보던 뱀의 화신에게 물었다.
“여기서 허튼 짓 했다가 애시한테 죽기는 싫어. 아무 짓 안 할테니까 걱정 말라고. ”
“…그런 문제보다도… 이 녀석 엄마 말이다. ”
“이봐. 저주라는 건, 적중하면 두 개의 무덤을 파야 하지만 적중하지 못하면 하나의 무덤을 파야 해. 하나의 무덤은, 주살을 의뢰한 자의 무덤이지. …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저주를 남발할 게 뻔하니까. ”
눈을 질끈 감고 무언가 생각한 히다리는,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절레저ㄹ레 젓는 뱀의 화신에게 말을 건넸다.
“…상관 없어. 무간지옥으로, 데려가줘. ”
“…그래도 네녀석 친엄마잖아… ”
“…그런 엄마라면, 없는 게 나아. 그런 사람과 피가 이어졌다는걸로도, 난 싫어… ”
“…… 뭐, 어차피, 그 여자는 이미 죽은 목숨이지만, 네 마음은 알 것 같다… 그럼 난 이만. …세상엔 비상식적인 인간도 많다는 걸 깨달았어. ”
뱀의 화신은 사무실을 나갔다.
“히다리라고 했지…? ”
“…응. ”
“그럼 너는 미기야와 어찌됐건 남매인거네? 배다른 남매도 일단은 남매니까… ”
“…응. ”
“그렇구나… 여기는 미기야가 운영하는 사무실, 괴담수사대야. 네 오빠가 오너로 있지… ”
“…… ”
“앞으로 자주 놀러와. ”
“…응. ”
히다리는 살짝 미소를 보인 다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며칠 후, 미기야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새엄마의 부고를 알리는 편지였다. 사인은 마찬가지로 원인 불명이었지만, 그는 뱀의 화신이 그의 새엄마를 죽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