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르페우스(상)

“정훈 씨, 이 사건 언제쯤 진척이 날 것 같아? 도대체 몇달째 진척이 없잖아. ”
“…… ”
“이러다가 공소시효 만료되겠어. 어? 빨리빨리 범인 잡아야 할 거 아냐. ”
“네. ”
“가 봐. ”

정훈은 출근하자마자 상사에게 된통 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달 전 일어났던 수수께끼의 살인 사건 때문이었다. 경찰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긴 했지만, 단서도 없고 갈피를 잡기도 힘들어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계속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다보니 사람들도 불안해하고, 언론에서도 경찰이 무능하다는 식의 기사를 써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뭐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아나… ”

밖으로 나온 정훈은 흡연구역으로 갔다.
담배 한 개비를 빼어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한 모금 머금는다. 오늘따라 담배 맛이 쓰다.

‘오늘따라 담배가 쓰구만… ‘

문득 담배 좀 그만 피우라고 잔소리를 퍼붓던 그녀가 생각났다. 하지만 어쩌겠냐, 아침부터 쪼일대로 쪼인데다가 수사는 또 수사대로 안 풀리니… 갑갑할 노릇이었다.

“형, 벌써 한대 피러 나오신거예요? ”
“야, 야. 말도 마라. 출근하자마자 쪼였다. 아니, 우리가 수사를 하기 싫어서 안 하냐? 탱자탱자 놀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 날밤새서 하는데도 단서가 없는걸 어쩌라고. ”
“또 쪼이셨구만… 오늘 아침에도 뉴스에 나왔대잖아요, 그 살인사건. ”
“하…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잡히면 지금까지 까인 거 몇 배는 돌려주고 싶다, 진짜. ”
“동감이예요. 저도 그 녀석때문에 며칠 밤 샜던거 몇 배 이상으로 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라고요. ”

몇달 전,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젊은 여성으로, 어림잡아 20대 초반은 돼 보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라고는, 피해자의 시체 근처에 있는 ‘orpheus’라는 글자 뿐이었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독살당했다고 한다. 주사로 독액을 주입해서 죽인 것이다. 그 외에 다른 특이사항이라고는 없는 현장이었다.

살해하는 데 쓴 주사기조차 없어서, 부검할 때 알았다고 한다. 그 외에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면, 시체의 심장 근처에 그려진 이상한 문양 정도였다. 이후 비슷한 사건이 더 생겼었지만 피해자간에 이렇다 할 연관성도 없었다.

“정말 깝깝하다… 이게 무슨 난리래냐. ”
“그러게요, 형. ”

여기는 괴담수사대 사무실.
아침부터 살인 사건 이야기가 나왔었다. 현장에 발견된 낙서때문에 오르페우스 살인 사건이라고도 불리우는 그 사건이, 오늘 아침에 또 일어난 모양이었다.

“저 범인은 진짜 안 잡히나… ”
“현장에 저 글자밖에 없는데다가 시체 말고 아무것도 없는데, 잡히겠냐. 셜록 홈즈가 살아돌아와도 저건 잡기 힘들걸. ”
“하루라도 빨리 범인이 잡혀야할텐데요. 사람들도 불안해하고… ”
“씁… 그나저나 볶음밥 참 맛있네. ”
“정말요? 오늘 처음 해 본 건데… 감사합니다. ”

분명 사무실에는 네 식구가 있는데, 테이블에는 셋만이 앉아있었다. 가장 먼저 아침을 준비했어야 할 미기야는 어디로 나갔는지, 아침밥을 현이 준비했던 것이다.

“그러게. …그런데 미기야는? ”
“잠깐 어디 나간다고 하셨는데요? ”
“또 어딜 나가, 아침부터? ”
“경찰서요. 요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때문에 그 쪽에서 연락이 왔대요. ”
“그러냐… 하암- 난 다 먹었으니 낮잠이나 자련다. ”

파이로가 그릇을 개수대에 담가놓고 막 낮잠을 자려던 찰나, 사무실 문이 열렸다. 경찰서에 간다던 미기야가 돌아온 것이다.

“왔네. …근데 그건 뭐냐? ”
“아, 이거요? 오는 길에 잠깐 백화점에 들렀는데, 싸게 팔길래 사 왔죠. ”
“……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 ”
“아, 의뢰인이세요. ”
“아. 여기 앉으세요. 이거 사무실에 갖다둔다. ”
“네. ”

파이로는 미기야에게서 트렁크를 받아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를 직접 깎아서 만든, 꽤 고급스러운 장식이 달린 트렁크였다. 여행용으로 쓰기에는 좀 낡아보였지만, 장식용으로라면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았다.

“보자… 이건 어디다가 두면 좋을까… ”

-똑

어디선가 노크 소리가 들렸다.
사무실 문은 플라스틱제인데, 방금 들린 노크 소리는 무언가 나무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설마, 가방 안에 무언가 들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파이로가 가방을 두드려 본 것도 아니었다.

‘음? 이게 무슨 소리지? ‘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에 뭐가 있나…? ‘

분명히 들었다. 소리의 방향은,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앞쪽이었다.
안에 뭔가 있나? 이렇게 큰 가방 안에 뭐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동물이 아닌가? 파이로는 내용물을 확인해보려고 가방을 열었다.

“!!”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열자, 안에는 인형이 들어 있었다. 안에서 몸을 바짝 웅크리고, 또 다시 노크를 하기 위해 인형은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 인형이라면 살아있을 리가 없지만, 이 인형은 살아있다.

‘원래 인형이 살아있나? 등에 무슨 태엽장치같은 게 있나…? ‘

인형을 막 꺼내려던 찰나, 가방 안에 들어있던 인형이 천천히 몸을 빼더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왔다는 듯 기지개를 펴더니, 자신이 나온 가방을 닫고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어디…? 넌… 나와 같은 류로구나. ”
“…넌 누구지? 애초에 인형이 살아 움직일 리는 없으니, 태엽 장치가 아닌가 생각했지만서도… ”
“아, 나는 나이트메어라고 해. 너와 같은 류지.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
“아, 이곳은 괴담수사대라는 곳이지. 난 여기서 식객으로 지내고 있고, 이 곳 오너는 지금 의뢰를 받고 있어. ”
“그런가… 괴담수사대라… ”

그녀는 사무실 안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를 따라 파이로가 밖으로 나왔을 때, 손님은 돌아갔는지 미기야 혼자 앉아 있었다. 다 식어버린 차를 들이키며 의뢰 내용을 읽어보던 미기야는, 파이로와 함꼐 걸어 나온 나이트메어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뭐…예요? ”
“뭐냐니. 니가 산 가방 안에 들어있었어. ”
“예? ”
“니가 산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고. 정확히는 그 가방이 얘 꺼야. ”

미기야는 파이로의 얘기를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방 안에 이렇게 큰 인형이 들어있다는 데 100% 믿는 인간이 있을 리는 없지만.

“엑… 그런 줄도 모르고 샀군요… 실례합니다. ”
“아니, 뭐… 상관 없어. 넌 누구지? 네가 이 곳의 오너인가? ”
“네, 제가 괴담수사대의 오너인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그리고 이 분은 파이로 씨고요. ”
“아하… 만나서 반가워, 난 나이트메어라고 해. 파이로와 같은 류지. 지금은 이 안에 깃들어있지만. ”
“아, 그렇군요. ”
“그나저나 의뢰 들어온 건 뭐냐? ”
“아침에 뉴스에 났다는, 오르페우스 살인 사건이요. 담당 형사님께서 의뢰하셨어요. ”
“아, 그 미제가 될 것 같다는 살인 사건? ”

오르페우스 살인 사건, 꽤 유명한 살인 사건이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끝나는 사건은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수수께기의 단어만을 남겨두고 몇 건이나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르페우스 살인 사건…? 그게 뭐야? ”
“몇달 전부터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이예요. 피해자는 전부 독살당했고, 무언가에 의해 주사기로 독이 주입됐죠. 현장에는 ‘orpheus’라는 단어 외에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 간 연결 고리도 없어서 사건이 오리무중이예요. ”
“음… ”
“아무래도 그 쪽에서만 수사하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예요. 일단은 저녁에 라우드 씨와 제가 현장을 보고 올게요. ”
“흠… 본다고 뭐가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
“저도 의문이네요. ”

그 날 저녁, 미기야는 라우드와 함께 사건 현장을 찾았다. 저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근무중이었다. 무언가를 채취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사람도 있었다.

“미기야 씨, 이 쪽입니다. ”
“아, 형사님. 라우드 씨, 이 분이 이번에 사건을 의뢰하신 형사님이세요. ”
“안녕하세요, 저스티스 라우드입니다. ”
“한정훈입니다. ”

정훈은 피웠던 담뱃불을 끄고 라우드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 하게 쳐 놓은 줄을 넘어 들어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다시 나왔다.

“이번에도 현장에 남은 것은 없다고 하네요. 들어가서 한 번 살펴보세요. ”
“네. 라우드 씨, 일단 사이코메트리를 먼저 해 보세요. ”
“네, 잠시만요. ”

라우드는 현장의 정 가운데로 들어가 땅을 짚고 눈을 감았다.

무언가의 영상이 떠오른다.
젊은 여자가 도망쳐 왔다. 하지만 이 길은 막다른 길이고, 더 이상은 몰릴 곳이 없었다. 여자를 쫓아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여자의 입을 틀어막더니 목덜미에 주사를 주사한다.

그리고, 영상은 거기에서 끊겨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했다.

“뭐가 좀 보이나요? ”
“젊은 여자가 여기서, 목덜미에 독을 주입당해 죽었어요. …그런데 그 후로 영상이 보이지가 않네요… ”
“목덜미에 독을 주입당해 죽었다라… ”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 ”
“??”
“영상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끊어놓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
“누군가가 끊어놓은 것처럼요…? 흠… 그보다 라우드 씨, 범인의 얼굴같은 건 못 보셨나요? ”
“까만 더벅머리에, 키는 이 정도 되는 남자였어요. 녹색 후드티에 화이트진을 입고 있었네요. ”
“까만 더벅머리에, 녹색 후드, 그리고 화이트진… 그리고 남자…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
“예, 그럼 저희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

사무실로 돌아온 라우드는 그게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누군가가 영상을 고의로 끊어놓은 것 같은 느낌…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무언가가 주술적으로 막아놓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뭔가 석연찮군… 파이로…? ”

라우드가 파이로를 찾아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파이로는 없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인형이 하나 놓여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인형은, 라우드의 기척을 느꼈는지 문 쪽을 돌아봤다.

“……?????? ”
“뭘 그렇게 놀라? ”
“누구신데 여기에…… ?”
“아, 넌 누구지…? 너도 여기 식구니? ”
“예. …그나저나 그 쪽은 누구시냐니까요? ”
“나이트메어. 설명하자면 조금 길지만, 아무튼…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게 됐어. 그런데 파이로는 무슨 일로? ”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요. ”
“음… 무슨 일인데? ”

라우드는 나이트메어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영상을 보긴 했지만 중간에 끊겼고, 그것이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끊었던 것 같았다는 것까지.

“영상을 누군가가 끊는다라… 불가능한 건 아냐. 어떤 주술의 경우에는 주술을 하고 난 후, 일정 시간동안은 사이코메트리로도 그 지역의 기록을 통째로 읽을 수 없게 되거든. 그걸 ‘혼선’이라고 해. 아까 의도적으로 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지? ”
“네. ”
“그게 ‘혼선’이야. 주술로 인한 오염과 영상이 섞여서, 제대로 영상이 보이지 않고 혼선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끊어지기도 하지. ”
“혼선이라… ”
“그나저나 혼선이 될 정도라니, 대체 어떤 주술을 쓴 거지… ”
“어, 왔네. ”
“아, 파이로. ”

마침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파이로 역시 라우드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금방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그런 거라면 혼불로 일시적으로 날려버릴 수는 있는데, 잘못하면 기록까지 같이 날아가버려서 웬만해서는 시도 안 하는 게 좋아. …그 정도 정화 견젹 보려면 세베루스 씨가 와야 할텐데… ”
“세베루스 씨도 여기 계셔? ”
“사무실에 계시는 건 아니고. ”
“아… ”

파이로는 주소록을 뒤적이더니, 곧 세베루스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뭐라뭐라 얘기를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미기야도 같이 들어왔어? ”
“뭐 사러 나간다고 한 것 같은데… ”
“내일 그 현장을 한번 가 보자. 세베루스 씨가 가면 아마 혼선은 해결될거야. 그게 아니면 뭐, 견젹이라도 내 주시겠지… ”
“하긴, 세베루스 씨는 주술에 박식하시니… ”
“어, 그럼 내일 같이 가자. ”

그리고 다음 날, 미기야와 라우드는 파이로, 세베루스와 함께 어제의 그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여전히 노란 줄이 쳐 져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 노란 줄은 뭔가요? ”
“여기에 들어가지 못 하게 하려고 장벽같은 것을 쳐 두는거죠. ”
“그렇군요. …그나저나, 꽤 고급 주술을 사용하는 인간인 것 같군요… 혼선으로 끝났을 때 계속해서 시도했더라면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몸을 뺐겼거나… ”
“…네? ”
“혼선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

세베루스는 벽 한 쪽에 쓰여진 ‘orpheus’를 가리켰다. 무언가 붉은 잉크같은 것으로 휘갈겨 쓴 듯한 글씨. 어제 현장에 갔을 때도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 했었다.

“저 글자를 지우면 혼선이 해결되긴 합니다. 다만 이렇게 줄을 쳐 둔 걸 보면 이 곳을 보존하기 위해서일 듯 하니 함부로 지울 수는 없겠군요. ”
“그럼 임시로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혼불을 중앙에 비추면 일시적으로나마 가능은 할 겁니다. 다만 혼불이라고 해도 얼마 버티지는 못 할 것 같네요. ”
“파이로 씨, 한번 해 볼까요? ”
“콜. 기다려, 살짝 태워줄게. ”

파이로가 잠시 현장을 응시하는가 싶더니, 주변에 푸른 불길이 일어다가 금방 꺼졌다. 그리고 라우드가 다시 땅을 짚었다.

어제와 같은 영상이 지나간 후, 그 뒤의 영상이 보였다.
여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 남자는 여자의 옷을 벗기고 왼쪽 가슴에 이상한 문양을 그렸다. 그리고 벽에 ‘orpheus’라는 글자를 썼다.

곧이어 하얀 연기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몸 안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쓰러졌던 여자가 눈을 뜨는가 싶었지만, 다시 무언가가 쑥 하고 빠져나왔다.

“뭔가 보이나요? ”
“네… ”
“……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
“…… 세베루스 씨, 혹시 이런 문양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

라우드는 땅바닥에 돌로 아까 봤던 문양을 그렸다. 미기야와 달리, 파이로와 세베루스는 그 문양에 대해 아는 눈치였다.

“이거, 피안화 아냐…? ”
“피안화 문양… 이건 반혼의 주술을 사용할 때 쓰는 문양입니다. 이 문양을 몸의 심장부에 그리고 영혼을 불러내, 영혼을 그 몸 안에 깃들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혼이 깃들기에 적합하지 않으면, 영혼은 그 몸에서 금방 빠져나오게 됩니다. ”
“맞아요! 무언가가 쑥 빨려들어갔다가, 금방 다시 나왔어요. ”
“흠… 그렇다면 영혼이 깃들이게 적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군… 일단 자세한 건 사무실에 돌아가서 알아보자. 깃들기 전문가도 계시고. ”
“깃들기 전문가요? ”
“나이트메어랑 만났어요. ”
“아… 나이트메어 씨 말씀이시군요. 인형에 깃들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

사무실로 돌아온 일행은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그리고 나이트메어와 현에게도 지금까지 라우드가 봤던 영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왜 하필 독살이었을까요…? ”
“흠… ”
“그보다 나이트메어 씨, 당신은 왜 인형에 들어가 계신건가요? ”
“인간보다는 낫잖아. 고장나면 수리할 수도 있고, 인간은 들어갔다가 내가 살아있을 때 쓰던 몸이랑 다르면 불편하기도 하고… 그리고, 몸과 영혼은 하나로 묶여있던 것이라 다른 영혼이 들어와서 대체하려고 하면 아귀가 안 맞아서 어긋나게 돼 있어. ”
“그렇군요… ”
“그럼 그 영혼이 들어왔다가 바로 나갔던 건 몸과 맞지 않아서였겠네요. ”
“그렇지. ”
“그보다… 왜 독살을 했을까…? ”
“흠… 파이로. 네가 그 영혼이라면 사지가 멀쩡한 몸이 좋겠어, 아니면 한쪽 팔이 잘려나가고 유혈이 낭자한 몸이 좋겠어…? ”
“전자겠지. ”
“!!”

순간, 파이로는 무언가 가닥을 잡았다.
몸이 상하면 안 된다. 그래서 독살을 했고, 그 다음에 영혼을 안으로 넣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범인은 더 나은 몸을 찾기 위해서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을 죽였을 것이다.

“그럼 녀석을 잡으려면 우리가 갈 곳을 예측해야 하는 거 아냐…? ”
“그런데 피해자간에 딱히 연관성은 없었대요. ”
“흠… ”
“피해자가 살해된 장소는…? ”
“잠시만요. ”

미기야가 서류 뭉치를 뒤적거리더니 파이로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것을 읽어보던 파이로는 뭔가 알겠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