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사대는 한정훈 형사의 연락을 받고 G 사거리의 어느 주택가로 갔다.
주택가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갔을 때, 사건이 일어난 주택에는 사건 현장임을 알리는 테이프만 둘러져 있었다. 감식반이나 다른 사람들은 주택가 입구쪽에서 골목을 통제하고 있었고, 괴담수사대가 도착하자 길을 열어주었다.
“이건… ”
“라우드 씨, 영상 확인하실 수 있겠어요? ”
“네. 아마 어제 밤에 일어난 사건이면 확인할 수 있을겁니다. ”
라우드가 영상을 확인할동안, 미기야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찍혀 있는 가족사진이 걸려있었고, 집 안에는 강아지 하나가 처참한 몰골로 죽어있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강아지 시체를 보더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나마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안에 죽어있는 강아지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영상은 확인하셨나요? ”
“주령이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주살 시도를 하려던 모양이예요… 이 집에 사는 사람들 대신 강아지가 주령에게 당해서 죽은 모양이고요. ”
“그래서 강아지가 죽어있었군요… ”
집에 남아있던 꺼림칙한 기운의 정체는, 강아지를 급습해 죽였던 주령이었다.
“현장 확인은 하셨습니까? ”
“네. 아무래도 주살 시도가 있었던 듯 합니다. 일단, 현장에 주령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서 일단 발을 묶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
잠시 후, 연락을 받고 도착한 파이로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혼불을 붙였다. 푸른 불꽃이 훡 붙어 집 안의 기물들을 태우기 시작하자,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사라졌다. 혼불로 집을 싸그리 태워버린 파이로가 나오자, 그제서야 경찰들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들 역시 죽어있던 강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건… ”
“강아지 외에 다른 피해자가 없는 걸 보니, 집의 주인은 가족들과 다른 곳으로 가 있는 듯 합니다. ”
“일단 집주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조사부터 해야겠군요… 현장 감식하고, 조사부터 시작하지. ”
“네, 형님. ”
“조사가 어느정도 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며칠 후, 사무실로 정훈이 서류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사무실로 오자마자 정훈은 미기야에게 봉투를 건넸고, 미기야는 봉투 안에 있는 서류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거주하시는 분은 홍연우씨였군요… 위로 누나가 하나 있고, 양친도 살아계신데… 이 정도면 사실상 절연상태네요. ”
“네. 하지만 단순히 절연한 가족 관계라고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홍연우씨 앞으로 사망보험이 꽤 있었는데, 절연했다는 누나가 가입한거랍니다. 홍연우씨 본인도 저희 쪽에서 말해주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해요. ”
“누나가… 동생 명의로 사망보험을 가입했다고요? 그것도 동생 몰래? ”
절연한 가족이 당사자 몰래 사망보험을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살 시도가 있었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주살을 의뢰한 사람이 가족일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하면 보통은 법의 심판을 받지만, 주살은 법으로 기소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절연하게 된 이유는 아시나요? ”
“거기까지는 개인적인 일이라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가족에 대해 물어봤을 때 완강하게 부정하시더군요. ”
“흐음… ”
“100%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용의선상에 그 절연한 가족들이 올라왔을수도 있겠는데…? ”
“가족들이요? ”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사람을 죽이면 법의 심판을 받지? 하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차에 치여서 죽이건, 칼로 찔러서 죽이건, 독극물을 먹여서 죽이건 증거가 남아있으니까 어떻게든 잡는 거잖아. 하지만 주살은 증거 찾기도 힘들고, 설령 주살했다는 증거를 찾는다 하더라도 법으로 기소할 수가 없지. 그럼 보험금은 보험금대로 받고,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는거거든. 설령 용의자로 지목된다고 하더라도 알리바이만 대충 만들면 증거불충분이나 무혐의도 가능할거고. ”
“……! ”
“이번 사건은 공권력만으로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주살은 증거를 찾는 것도 힘들고, 어떤 저주를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거든. ”
정훈이 돌아가고, 파이로는 고키부리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리고 태영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태영은 주술적인 영역까지 조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피해자와 가족들 간의 원한관계나 정황을 추측할 수 있는 정도로는 조사해 주겠다고 했다. 파이로는 최대한 빨리 조사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섰다.
“주술적인 면으로는 프로페셔널이 없으니… 별 수 있나. ”
며칠 후,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쳤다는 연락과 함께 태영이 서류 뭉치를 가져왔다.
“홍연우씨 앞으로 사망보험이 꽤 가입되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사망보험을 전부 누나가 가입했더군요. ”
“누나가요? ”
“네. 현재 가족이랑은 절연 상태라고 했지만, 아마 어릴 때는 한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의료보험카드가 남아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로 개인정보를 탈취해서 본인 모르게 사망보험을 가입했을 수도 있어요. ”
“그렇다면… 확실히 사망보험금을 노린 누나 측에서 주살을 꾀했을지도 모르겠군요… ”
“저희 측 정보원이 누나쪽을 조사하다가 입수한 것이 있습니다만. ”
태영이 건넨 종이에는 주살 방법이 적혀있었다.
“흐음… ”
“아마도 이걸 이용해서 주살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조사한 것을 보고했다. 그리고 미기야도 피해자를 만나 알게 된 사실을 얘기했다.
“피해자가 그 시간에 집에 없었던 이유가 묘했어요. 갑자기 크로울러라는 이름으로 메일이 와서 봤는데, 주령이 찾아와서 강아지가 죽은 그 날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
“강아지는 미처 데리고 나가지 못 했던 모양이군… ”
“네, 그래서 강아지가 대신 주살당한 것 같아요. ”
“가만… 크로울러라고? ”
“여, 실례하겠습니다. 여기가 괴담수사대지? ”
두 사람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사무실에 들어선 남자는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테이블 한 쪽에 걸터앉다시피 했다.
“네, 여기가 괴담수사대입니다만… ”
“이번에 맡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지? 주살 관련된 사건. ”
“그걸 어떻게…? ”
“다 방법이 있지. 거두절미하고, 그 사건에 대해 얘기를 좀 할까 해서 왔는데 말이야… ”
“이번 사건에 대해서요? ”
“천 마리의 새끼를 품은 검은 양이 이번 사건의 전말에 대해 듣고 매우 분개하셔서, 직접 나서겠다는 모양이거든.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건 좋지만, 슬슬 손 떼는 게 좋을거야. 너희들도 휘말리면 위험하거든, 어머니께서 화가 단단히 나셔서 주동자를 멸망과 죽음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보낼 것이라고 하셨어. ”
“…… ”
“경찰 측에도 적당히 둘러대고 왔으니까, 너희들도 조심하라고. ”
검은 코트의 남자는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말과 함께, 천 마리의 새끼를 품은 검은 산양이 분개했다는 얘기를 남기고 가 버렸다.
“천 마리의 새끼를 품은 검은 산양…? ”
“슈브 니구라스, 모든 이의 어머니 되는 자. …아마도, 방금 왔다갔던 사람은 기어다니는 혼돈일 수도 있겠군… ”
“그렇다는 건, 멸망과 죽음만이 존재하는 공간은… ”
“나도 아우터 갓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아까 그 자가 기어다니는 혼돈이 맞다면, 우리도 사건에서 조속히 손을 떼는 편이 좋을 것 같군… 고키부리 사무실에도 얘기해둘게. ”
파이로는 도희에게 검은 코트의 남자가 왔다 가면서 남긴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도희는 조속히 정보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나저나, 멸망과 죽음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건… 판데모니움인가? 아우터 갓이라고 해도 판데모니움에 무언가를 함부로 보낼 수는 없을텐데… ”
“슈브 니구라스가 움직인다면, 판데모니움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거예요. 그 곳은 사후세계도 아니고, 판데모니움도 아니지만 말 그대로 멸망과 죽음만이 가득한 공간이죠. 그 곳에 끌려간 사람들은 죽음을 맞게 되고, 이 세계에서도 존재가 소실되어버리며, 사후세계에 간 것이 아니기때문에 윤회가 불가능해요. ”
“사후세계도 아니고, 판데모니움도 아니지만 멸망과 죽음만이 가득한 곳…? ”
“아마도, 아자토스의 공간으로 끌려가게 될 모양이네요. ”
괴담수사대에서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며칠이 지났다. 남동생 몰래 사망보험을 들어놓고 남동생을 주살하려고 한 누나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사람들도 잠잠해 질 무렵이었다.
“그 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해… 이대로만 하면 될거야. ”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는거지? ”
“이거, 확실하다고 했어. ”
중년의 여인과 중년의 남자는 양피지에 적힌 대로 양의 피를 구해서 무언가를 그렸다. 그리고 그 안에 양고기를 올려놓고 주문을 외웠다. 쿵! 하는 굉음이 울렸지만, 바깥은 잠잠했다.
“뭐야, 이거 확실하다고 했는데? ”
“우리는 제대로 했어, 아마 됐을거야. 곧 연우가 죽고 나면, 보험금은 우리 차지라고. ”
“여보는 돈 받으면 제일 먼저 뭐 할 거야? ”
“명품백부터 사야지~ 자기는? ”
“난 골프나 다녀볼까… 응? ”
동생을 주살하고, 눈물로 연기하면서 보험금을 타내 사치를 부릴 생각을 하며 환기나 할 겸 집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순간 말을 잃었다. 시간은 분명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는데, 밖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요즘은 다들 일찍 들어가니까, 라고 하기에는 도로에 자동차 하나 보이지 않았고, 늦은 밤에도 켜져있어야 할 신호등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신호등이 꺼졌나? ”
“고장났나보지… 하여튼,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들. 이러라고 우리가 세금 내는 줄 알아. ”
“나왔다가 들어가면 또 피비린내 장난 아니겠지… ”
“탈취제 좀 사 가지, 뭐. ”
“전에 샀던 건? ”
“한통 다 썼던데? ”
“그래? 그런데 이 시간에 문 연 마트가 있나…? 그거, 내일 사자. 요즘은 마트도 다 일찍 닫고, 24시간 마트도 새벽엔 닫더라. ”
“그럼 그러지, 뭐. ”
탈취제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자마자, 적막한 공기가 밤바람과 함께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청력이 사라졌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은, 눈앞이 누전차단기가 내려가듯 캄캄해진다. 더 이상 서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두 사람이 쓰러질 무렵, 머릿속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들은 인간을 돈덩어리로 본 대가로, 스스로의 멸망을 얻게 되었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