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10. Intermission(2)

<피로 얼룩진 선의>

고양이들은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은 여자를 대신해 계속해서 돌봐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동물 보호 단체에서도 고양이를 보러 왔었고, 방송국에서도 몇 번 취재하러 왔었다.

“저런 고양이들은 어째서 생기는걸까…? ”
“보통은 키우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키웠다가 버리는 경우도 있고… 아기때 그냥 귀여워서 키웠다가 버리고… ”
“무책임하구나. ”
“그렇지. …애초에 끝까지 책임 질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

파이로와 애쉬는 TV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쨰서 책임지지도 못 할거면서 데려다가 키우는건지 모르겠어. 입장을 바꿔서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대한다면 어떨까? ”
“그럴 때는 아마 화를 내겠지. 자신들이 저지른 짓은 생각도 못 하고. ”
“…… ”

파이로는 씁쓸한지 한숨을 푹, 쉬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참 바보같은 생물이야. ”

<가면 아래의 진실>

씁쓸한 현실이었다.

마음의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던 그녀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갔다. 그런 사람을 가해자들은 모독했다. 사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친구가 있어서 위안은 좀 됐던 모양이야. ”
“그러게요. ”
“그런데 그 친구도 못 만나게 했대. 교수님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데 뭐하러 놀러가냐고. ”
“단지 그것때문에요? ”
“응. ”

그녀는 친구와 만나거나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사이가 안 좋다는 이유로, 친구를 만날 때마다 한 소리씩 들어야 했으니…

“가해자들은 어떻게 됐대? ”
“글쎄요… 뭔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제재는 없는 모양이예요. 하지만 얘기 들어보면 과에서 완전히 매장된 것 같던데요. ”
“…… 신의 천칭은 공평하지. 이제 남은 벌은 저승에서 받게 될 거야. ”
“…… ”

<악순환>

죽을 뻔 했던 남동생을 무사히 구출하고, 누나의 영혼은 사라졌다. 동생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남동생은 사건이 있은 후로 시설로 가게 됐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 부모와 만날 일은 없으리라. 마음의 상처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를, 파이로는 한번 만나러 간 적 있었다.

“네가 그 아이의 동생이구나. ”
“누나…… 누나는…… ”
“…… 네 누나가 아니었으면, 너는 여기에 있을 수 없었어. 네 누나가 끌까지 지키려고 했던 건, 소중한 가족이었을거다… 누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
“하지만… 보이지 않아요… ”
“원래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 그리고, 네 누나는 마음 속에 있을 거야. 나중에 네가 좀 더 크면, 누나를 만나러 가렴. 가서 덕분에 이만큼 자랐다고 얘기해 줘. ”
“…… 응… ”

누나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그 아이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었다. 누나가 죽어서까지도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는 걸.

“어째서 이런 아이들이 학대를 받아야 하는걸까. ”

<귀향>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지에 묻혀 한이 남은 혼은 세계 각지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실떄문에 욕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한다. 왜냐하면 졌다, 부끄럽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잘못을 부정한다면 그것도 분제 아닌가. 결국 그렇게 하면 신용을 잃을텐데. ”
“파이로 씨 말도 일리는 있네요. ”

할 수만 있다면 유골을 고국으로 가는 길에 가져가 묻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역량이 부족했다. 그녀 자신이 캐리어로 들어가서 이동하는 것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유골을 어찌 할 도리는 없었다.

“후우…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 하다니, 얼마나 슬플까… ”
“그래도 파이로 씨가 수습해주셔서 다행이예요. 누군가가 발견도 못 해서 여전히 죽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유골들도,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
“그렇겠군… ”

<벌의 무게>

눈앞에서 남자는 원혼들에게 끌려갔다. 무간지옥으로.
몇백, 몇천년동안 태어나기도 전에 죽기를 반복하며 죗값을 치뤄야만 이승으로 다시 나올 수 있는 곳으로.

“파이로 씨. ”
“왜? ”
“무간지옥에 대해 아세요? ”
“죄를 짓는 자만이 들어가는 지옥이지. 자신이 지은 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벌을 받고 나면 언젠가는 이승에 다시 태어나겠지만, 그 세월이 몇십… 아니, 몇백년도 걸려. 길게는 몇천, 몇만년까지도 걸릴 수 있어. ”
“그럼 그 사람은… ”
“…… 저렇게 끌려가는 건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네. ”
“그런데 파이로 씨, 어쨰서 그 사람을 돕지 않은 거예요? ”

파이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녀석은 너무 많은 목숨을 죽였어. 자신의 마약을 사는 데 돈을 마련하려고, 사람을 죽여왔지… 원혼들이 끌고 가면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어. 난 살고 싶었는데… 못 다 한 일이 많이 있는데… 엄마가 보고 싶은데…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게 있다는 이유로 그런 목숨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이고, 소중한 존재인 다른 인간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
“그 녀석은 내가 구해줬어도 언젠가는 원혼들에 의해 끌려 갈 운명이었어. 무수히 많은 울음소리가… 한탄이 들려왔거든… ”

수많은, 그 남자가 죽여 왔던 사람들의 원혼이 울고 있었다.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살해당했고, 누군가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못 이룬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울음소리를, 파이로는 들었다. 원혼들의 손들 너머에서 똑똑히 들었다.

“인간의 생명은, 그리고 존재는 돈이나 다른 것들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 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그런 걸 잊어버리곤 하지. …어리석게도. 무간지옥에 끌려간 후에나 후회하겠지… ”

<Invidia>

모래가 되어버린, 한때 사람이었던 무언가가 휘날린다. 미래를 먹힌 자였다.

“그런데… 기억을 상기시키는것만으로 사람이 미쳐버릴 수 있나? ”
“글쎄요. ”
“그 녀석이라면 가능해… 그 녀석은, 기억을 심연 안쪽에서부터 상기시켜 진심을 꿰뚫어보는 녀석이니까… ”
“심연 안쪽에서부터 상기시킨다고? ”
“응… ”

그녀의 손이 머리를 통과하자마자, 그녀는 미친 듯이 날뛰더니 미기야에게 덤볐다. 하지만 그게 심연 안쪽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정말로 그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미치지는 않지. …그 아이는, 자신의 죄를 일부러 잊어버린 것 뿐 아니라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 ”
“그런…… ”

어째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따돌릴까. 자신보다 잘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따돌리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인간들은 어리석어. 그리고 다름이라는 것 자체, 자신보다 낫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지. …그것을 ‘수라계’에 있다고 해. ”
“수라계? ”
“10계 중 하나야. 수라계에 있는 인간은 타인을 헐뜯고, 무조건 타인을 이기려고 들어. 타인이 잘 하는 점이 있으면 진심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어떻꼐든 헐뜯고 끌어내리려고 하지. ”
“…… ”
“어리석어.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만 끌어내려진다는 걸 몰라… ”

<Avaritia>

워낙 충격이 컸는지, 학교 안에서는 한동안 그 사건이 화제였다.

파이로가 경찰서를 나오면서 만났던 영현은, 민영의 부모님과 만났다. 처음에는 진범인 줄 알고 화를 냈던 부모님 역시 경찰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상태라 영현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영현 역시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그 떄 태휘를 좀 더 확실하게 맡겼더라면. 아니, 그렇지 못했더라도 뭔가 할 수 있었을텐데… 하다못해 민영이 강의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고 했던 그 날 같이 가기라도 했더라면, 적어도 죽지는 않았을텐데.

“민영아, 나야. 영현선배… ”

그는 지금, 민영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에 와 있다. 환하게 웃는 민영의 사진 옆에는, 처음 민영이 입학하던 날 영현이 빌려줬던 펜이 놓여있었다.

“정말 미안해… 그 때 내가 같이 갔었더라면…… ”

목놓아 울고 싶었지만 그는 울음을 삼켰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선배… 선배는 잘못한 거 없잖아요… ‘
“아, 당신은… ”
“…!”

영현이 돌아보니, 민영의 남자친구가 와 있었다.

“당신은… 민영이의 선배라고…… ”
“아… 네… ”
“민영이가 얘기 많이 했었어요, 좋은 선배였다고… 제 생일 선물 준비하는 것도 조언 많이 해 줬다고 했고요… 여러가지로 고마웠습니다. ”
“아니예요. …제가 오히려 미안해요… 그 날 제가 같이 갔더라면,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텐데… ”
“영현 씨, 저는 당신 원망 안 해요. 그래도 우리 민영이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무사히 학교생활 잘 했잖아요… 여러가지로 도와주셔서 고마웠어요… ”
“…… ”

두 남자는 민영의 유골함 앞에 꽃을 한 송이씩 올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