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옥을 나가는 법

다음날, 혜연의 엄마는 괴담수사대를 찾았다.

“어서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제 딸아이때문에 왔어요. ”
“따님때문에요…? ”
“네. 딸아이가 요즘 행동이 너무 변해버려서, 혹시 무언가에 씌인 게 아닐까 해서요… ”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

혜연의 엄마는 미기야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혜연이 상현에게 해 왔던 행동들과, 가토의 자살 이후 손도 대지 않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것까지.

“확실히 이상하네요… 여기 제 명함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
“감사합니다. ”

혜연의 엄마를 돌려보낸 후, 미기야는 파이로를 찾아갔다. 파이로는 거실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파이로 씨. 물어볼 게 있는데요. ”
“뭔데? ”
“혹시 유령이 빙의한 것 때문에 행동이 바뀔 수도 있나요? ”
“그렇긴 한데. 무슨 일이야? ”
“이번에 의뢰가 들어왔는데, 행동이 평소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네요. 평소에 손도 대지 않던 책을 읽는다던가, 헤어진 남자친구를 스토킹한다던가요… ”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면 뭔가에 씌인 거거나, 아니면 마인드 쇼크때문에 일시적인 이상이 온 걸수도 있어. …왜 병원에 안 가고 여기로 먼저 왔대? ”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

한편,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상현을 혜연이 다시 찾아왔다.

“오빠. ”
“…… 이제 그만해. 혜연아. ”
“안돼, 오빠… ”
“다시는 여기 오지 마, 끌어낼테니까. ”

혜연은 경비를 부르려던 상현을 밀쳐 넘어뜨리고 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책상에 있던 커터칼을 집어들었다.

“오빠… 우리, 이제 다시 시작하자… ”
“김혜연! 너 이게 무슨 짓이야! ”
“다시 시작하는거야… 우리 다시 시작해… ”

막 혜연이 상현을 칼로 찌르려던 찰나, 칼에서 푸른 불꽃이 일었다. 당황한 헤연이 칼을 떨어트리자, 파이로는 가위로 그 칼을 툭 쳐냈다. 파이로가 혜연을 붙들어 둘 동안, 미기야는 상현을 진정시키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최상현 씨 맞죠? 괴담수사대에서 왔습니다. 김혜연 씨의 어머님께서 저희 쪽에 의뢰를 했어요. ”
“하아, 하아… 의뢰요…? ”
“네. 김혜연 씨는 다른 분이 붙들고 있을테니 안심하세요. ”
“후우… ”

미기야는 상현에게 물 한 컵을 건넸다. 갑작스레 있었던 일이라 당황한 상현은,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최상현 씨, 그동안 김혜연씨에게서 받았던 소포들을 볼 수 있을까요? ”
“소포요…? 그건 다 버렸는데… ”
“사진같은 거라도 볼 수 있을까요? ”
“아, 사진은 여기에 있어요. ”

상현은 미기야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앨범을 넘겨 본 미기야는 메모지를 꺼내 혜연이 보내온 책의 제목을 적어갔다. 책의 저자는 전부 가토 켄이치였다.

“전부 가토 켄이치의 책이네요. ”
“네… 혜연이가, 가토의 열성 팬이었거든요… ”
“그렇군요. 혹시 헤어지기 전에 혜연 씨가 한 번이라도 상현 씨의 집을 찾아왔던 적은 있었나요? ”
“한번도 없었어요. ”
“흠…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귀고 계신 중에도 혜연 씨가 저런 행동을 보인 적 있었나요? ”
“최근에 한 번, 회사 회식이 있었을 때였어요. 후배녀석을 집에 데려다주려고 부축하고 가다가 만났는데, 그 때 불같이 화를 내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랑이 식었다느니, 가토라면 그렇지 않았을거라고 하던데… 매사 모든 걸, 저랑 가토를 비교했었어요. ”
“혹시 그 일이 있었던 게 가토 켄이치가 자살한 이후였나요? ”
“아마… 아, 네. 맞아요, 가토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일주일 후였어요. ”
“알겠습니다. 질문은 이만하면 된 것 같습니다. 이건 제 명함인데, 무슨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감사합니다. ”

상현과 미기야가 나왔을 때, 파이로는 혜연을 완전히 결박해놓고 느긋하게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파이로씨, 사무실로 돌아가죠. ”
“이 여자는 어떻게 하고? ”
“그 분은… 근처 경찰서에 맡기고 갈까요? ”
“아니. 마침 경비가 올라오는데? 이만 돌아가지. ”

혜연이 악을 쓰며 끌려나가는 것을 본 미기야와 파이로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미기야는 라우드에게 메모해 온 책들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잠시 후…

“미기야 씨, 이 책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별로 특이한 건 없었어요. ”
“정말요? ”
“네. 여전히 팔리고 있는 책이고, 저자가 가토 켄이치라는 거 외에 별다른 사항은 없었어요. ”
“흠…… 뭔가 이상하네요… ”
“무슨 일인데요? ”
“의뢰인의 딸이, 남자친구에게 거의 달라붙다시피 하게 됐어요. 의뢰인의 말로는 원래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하던데… 무슨 일일까요? ”
“뭐 좀 알아냈냐? ”

자리로 다가온 파이로는 라우드가 조사한 자료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흠칫 놀란 그녀는, 펜을 들어 무언가를 끄적거리는가 싶더니 두 사람에게 종이를 보여줬다.

“내가 표시한 부분만 읽어봐. ”
“…… ”
“……! ”

그녀가 표시한 글자는 책 제목의 머릿글자였다. 머릿글자만 따라서 읽어보니, ‘가지마 오빠 영원히 가질거야’라는 말이 나왔다. 미기야는 그제서야 혜연이 상현에게 덤벼들었던 이유를 이해했다.

“영원히 가질거야라는 것의 의미는… 일단 낮에 그 일로 미루어보건대 살려두지는 않을 것 같군요… ”
“그게 문제가 아니지. 이 문제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 ”
“!!”

그제서야 아귀가 맞아들어갔다.

가토와 상현을 비교하던 혜연,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있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혜연, 사귀는 도중에도 한 번도 간 적 없었던 집 주소를 알고 찾아갔던 것. 그리고 이 모든것이 가토의 자살 이후로 심해졌다는 상현의 증언까지.

“내가 볼 땐, 그 집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 혜연이라는 여자를 만나서 뭔가 알아볼 필요가 있어. 아니, 주변인이라도 만나서 알아봐야겠어. ”
“가능할까요… ”
“미기아 씨, 전화 받으세요. ”

마침 현이 가져온 전화는, 상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는 미기야의 낯빛이 점점 안 좋아지더니, 전화를 끊자마자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뭐야? ”
“상현씨가 위험해요! 어서 혜연씨를 말려야 해요. 증언을 듣는 건 그 다음 일입니다. ”
“뭐, 그렇다면야- ”

미기야와 현, 파이로가 상현의 집으로 가 보니, 문은 열려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혜연을 발견했다. 파이로는 그녀를 보자마자 가윗날을 꺼내들었다.

“두 사람은 남자를 찾아. 여기는 나 혼자로도 충분하니까. ”
“괜찮으시겠어요? ”
“어. 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거든. 어서! 시간이 없어. ”
“알겠습니다. ”

미기야와 현이 상현을 찾으러 갈 동안, 파이로는 혜연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혜연이 상현을 찾느라 몰두할 때를 노려, 가윗날로 손을 툭, 쳤다. 혜연은 들고 있던 식칼을 떨어트렸다.

“!!”
“인간, 그런 거 함부로 만지면 다친다. ”
“넌 누구지? ”
“네가 김혜연인가? ”
“그런데. ”
“너에게 볼일이 있는데 말이야- 이 상태로는 도저히 대화가 안 통할 것 같단 말이야… ”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
“어. ”
“…무슨 볼일? ”
“너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만. ”

파이로가 혜연을 묶어둘 동안, 미기야와 현은 상현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굳게 잠긴 방문을 발견했다.

“최상현씨, 괴담수사대입니다. ”
“정말인가요? ”
“네, 문 열어주세요. ”

철컥, 방문이 열리고 미기야와 현이 방으로 들어섰다. 유일하게 방만이 어질러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어떻게 된 건가요? ”
“집에서 쉬고 있는데… 혜연이가 갑자기 여기로 찾아왔어요… 식칼을 들고 문고리를 거의 부술 듯이 긁더라고요… ”
“……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거지… ”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가토가 자살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행동이 바뀔 수가 있나요…? ”
“그건 파이로 씨가 알아볼겁니다. 일단 여기서 계속 숨어계세요. 혜연 씨는 파이로 씨가 붙잡아두고 있습니다. 마침 파이로 씨도, 혜연 씨에게 볼일이 있었던 참이고 해서요… ”
“휴우… 그래도 연락이 닿아서 다행이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전 죽었을지도 몰라요. ”
“천만다행이네요. ”

밖에서는 파이로가 혜연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집에서도 네가 이러고 다니는 사실을 알아? ”
“흐윽… 그것때문에 집에서 감금당하고 있어요… 방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 하게 가둬두고…… 가토가 살아있었을 때는 팬미팅이다 뭐다 해서 집을 나갈 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집을 나갈 계기도 없어지고… ”
“집을 빨리 벗어나고 싶지? ”
“네… 저는 집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집 안은 항상 감옥같았어요. 겉으로는 조곤조곤해보이는 엄마였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있을때만이었어요… 제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이걸 보세요. ”

혜연이 전화기를 건넸다. 그 안에는 녹음 파일이 들어있었다. 파일을 재생해보니, 혜연의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이 폭언을 날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남자의 목소리 역시, 심한 폭언을 날리고 있었다.

“…… 그렇다면 집을 벗어나면 되는거잖아. ”
“전 그래서 오빠와 결혼할 날을 기다렸는데… ”
“그럼 가토와 상현을 비교한 이유는 뭐야? ”
“그건…… ”
“…… 뭐… 그게 주가 아니지… 결혼이 아니어도 집을 벗어날 수 있잖아. 독립을 한다던가… 그럴 수는 없었어? ”
“저… 엄마가… 저와 제 언니의 통장을 전부 가지고 계세요… 비밀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으세요… 조금이라도 출금한 흔적이 보이면 비밀번호를 바꾸고… 그래서 언니도 시집가기 전까지 따로 독립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어요… ”
“……집이라는 이름의 감옥이구만. ”

혜연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처음으로 마음을 알아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까, 그녀는 마음에 있던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흐윽… 그래서 더 오빠에게 집착했던거예요…… 오빠랑 결혼하지 않으면 저는 집을 벗어날 수도 없어요… 정말이예요… ”
“우리한테 왔을 때와 이 파일에 있는 네 엄마의 말투는 확실히 달라. …태도도 그렇지만… 마치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아, 하나의 개체가 아닌… 그래서 너도 그랬던 것 같아. 집을 나가고 싶은 욕구와 그게 겹쳐서 이렇게 된 것 같거든… ”
“…… ”
“이건 우리 선에서 완전히 해결해 줄 수는 없어. 다만, 그걸 극복하게끔 도와줄 수는 있어. ”
“저, 정말요? ”
“응. 대신 한 가지 약속해. 다시는 상현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
“약속해요. 약속할게요. ”
“알겠어- 네 연락처 좀 줘. 그러면 추후에 연락을 할게. ”
“여기요. 정말 감사해요… 저, 누군가에게 이렇게 속 시원히 얘기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

겨우 일을 해결하고, 세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혜연씨와는 얘기 해 보셨나요? ”
“많은 얘기를 했지… 일단, 상현에게 집착했던 이유가 두 가지가 있어… 이게 복잡해. 첫째는 집에서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소유물로 취급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그런 집을 떠나고 싶다는 욕구. ”
“그래요? ”
“일단, 상현을 만나서 얘기를 좀 더 해 봐야겠지만 이번 일을 해결해주면 다시는 상현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은 받았어. ”
“흐음… 그런가요… 좋아요, 일단 상현 씨를 만나서 얘기 해 봐야겠어요. ”

다음날, 미기야와 파이로는 상현을 만나러 회사 밑의 카페로 갔다.

“상현 씨,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상현 씨의 도움이 좀 필요해요. ”
“……? ”
“일단 혜연 씨의 집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혜연 씨 만한 여자가 없었다고 전해주세요. ”
“…네? ”

파이로는 혜연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설명하고, 혜연에게서 받은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

“이게 너에게서 전화를 받은 다음 있었던 일이야. 너에게서 그런 전화를 받은 다음 실제로 혜연이의 부모님에게서 들은 폭언이고. 그리고 방에 감금당해서 나오지도 못 했대. 정 못 믿겠다면 이것도 들어봐, 그 날 있었던 일을 녹음해둔거야. ”
“아, 네… ”

상현은 파이로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고 녹음된 것을 들었다. 녹음된 파일을 듣는 내내 상현의 표정은 어딘가 어두웠다.

“…… ”
“너한테 미안한 얘기인 건 알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을 해결할 방법은 없어. 혜연이를 네가 그 감옥에서 꺼내줘야 해. 지금으로선 너만이 가능한 일이야… ”
“혜연이가… 그랬어요…? ”
“응. ”
“어머님은 저에겐 참 나긋나긋한 분이셨는데… 그런 분이 이런 말까지…… ”
“혜연이와 같이 지낸다거나 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얘기만 해 주면 돼. 그러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
“…… ”

상현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혜연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파이로가 얘기한 대로 말했다.

“그럼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이 다음은 혜연이의 몫이지… 결혼하기 전에 미리 살아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할 거고, 우리도 의뢰인을 설득할거거든. 이 다음에 족쇄를 벗는 건 혜연이의 몫이야. ”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미기야와 파이로는 상현과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타인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거지? 알 수가 없어. ”
“글쎄요… ”
“영혼을 가지지 않은 껍데기라면 모를까,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엄연한 개체로 취급해야 하는 거잖아. 이번 일도 그렇고… 어떤 인간들은, 자기 자식을 개체가 아닌 소유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더군… ”

파이로는 커피 위에 올라간 생크림을 빨대로 젓고 있었다.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을 억압한다…는 건, 우리에 가두고 결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

그렇게 말하는 파이로의 눈이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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