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은(隱)

아침부터 미기야는 의뢰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 의뢰가 하나 들어왔는데, 의뢰가 소위 말하는 아주 골때리는 의뢰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사를 해야 하는데, 학교 구성원들마저 비협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또 의뢰 건으로 생각중이구만. ”
“네… 으으…… 피해자는 계속 생겨나는데 학교 측에서는 협조를 해 주려고 들지를 않네요… ”
“뭔가 켕기는 게 있는건가… 아니면 단순히 감추려는 것? ”
“감추려고 한다면… 어떤 걸요…? ”
“간단하잖아. 학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사람이 죽어나가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포기하는 거지. …그래봤자 뉴스 타면 장땡인데. ”
“그러게요… 아침에 또 피해자가 나왔더라고요… ”
“학교측에서 협조를 해 주지 않으니, 이를 어쩐다… ”

아침에 또 피해자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런 일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기야는 그럴 때마다 피해자가 더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학교 측에서는 수사에 협조를 해 주지 않았다.

“아주 골차아파요… 빨리 어떻게든 해서 막아야 하는데… ”
“…이 일을 의뢰한 게 그 학교 선생님 아냐?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의뢰인의 협조를 구하던가 해야겠는데… ”
“일단 의뢰인하고 계속 연결은 해 보고 있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
“미기야 씨! ”
“어, 현 씨. 수현 씨도 오셨네요. ”

두 사람이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현이 사무실로 뒤어들어왔다. 현의 뒤에는 며칠 전 미기야를 찾아왔던 남자도 있었다.

“아, 어서 오세요. ”
“저를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
“후우… 네, 찾고 있었습니다. ”
“저는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
“일단 여기 앉으세요. ”

미기야는 남자를 테이블에 앉히고, 시원한 차를 내 왔다.

“일단, 수현 씨도 보셨겠지만 아침에 그 쪽 학교에서 피해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꽤 나왔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수사에 협조를 해 주려 하지 않고 있고요… 혹시 학교 측에서 수현 씨에게 따로 하신 말씀같은 건 없나요? 이 쪽에서는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대답도 해 주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해서요. ”
“뉴스는 저도 여러 번 왔습니다. 그리고 뉴스가 나온 날은 선생님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더군요… 항간에 떠도는 소문 중에는, 이번에 죽은 사람 중에 이사장의 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쉬쉬하려는 것 같기도 한데… ”

이사장의 딸이 피해자 중 하나이다, 과연 그것때문에 협조를 하지 않는것일까…? 아무래도 수상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학교 측의 협조를 얻어내기는 힘들 것 같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봐야겠지만. …그 뉴스들 찾아보면 대충 어떻게 죽었는지 정도는 나오지 않나? ”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뭔가를 유추하는 건 불가능할텐데요… ”
“그렇긴 하지. 나머지는 뭐…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
“사실 저녁에 학교가 비면 몰래 부르기라도 할텐데, 요즘은 그 사건때문에 학교가 비지를 않아요.. 누가 죽는 거 아닌가,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반을 순찰하거든요.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선생님, 사망한 학생들은 서로 어떤 관계였나요? ”
“일단 몇 명씩 몰려다니는 애들이긴 한데, 다섯명이 모두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예요. 이렇게 두 명이 친구고, 이렇게 세 명이 친구죠. 두 그룹끼리는 교류는 있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예요. 그리고 다섯명 전부 다 성적도 괜찮고, 가정 환경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
“그렇군요. …흠… 그럼 무엇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걸까요…? ”

주어진 정보로만 아귀를 맞추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하지만 학교는 밤이 됐음에도 불이 켜져있었던데다, 경비도 삼엄해서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학생들을 붙잡아 물어보고 싶어도, 낯선 사람을 잔뜩 경계하는지라 그러지도 못 했다.

“정말 안 풀리네요. ”
“그러게… 일단 그 학생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애들이었고, 가정 환경도 성적도 괜찮았고. …”
“학교 측에서 덮으려고 하는 이유가, 단순히 피해자가 이사장의 딸이기때문일까요?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
“그게 무슨 말이야? ”
“그 사람들이 죽은 것이 결과라면, 그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있을 거 아니예요. 그렇다는 건, 그 사람들이 죽게 만든 원인에 피해자 중 하나가 가담했다는 얘기가 되고, 그 사람이 이사장의 딸이었을 수도 있는거잖아요. ”

결과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던 사람이 이사장의 딸이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군. 뭐… 예를 들자면 그들이 예전에 가해자에게 저질렀던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거고, 학교측에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조사를 해서 그 일을 알아내게 될까봐…라는거지? ”
“네, 바로 그거예요. ”
“…그런 거라면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들춰 낼 텐데. 언제까지고 덮어둘 수는 없는거잖아? 설마 오랜 시간 후에 터뜨리면 잊혀질까봐 그러는건가…? ”
“뭐,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커리어에 해가 되는 것이라면 덮고 보는 사람들이 있죠. 그게 무엇이든간에… ”
“그런 다음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드러나더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권력으로 찍어누르거나. ”

답답한지 파이로는 쯧, 혀를 찼다.

“답답한데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

파이로는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 밖은 꽤 추웠다. 이제 봄이라지만, 일교차가 꽤 심해서 낮엔 그런대로 따뜻했지만 밤에는 춥다.

편의점을 지나가는 길에, 사건 현장인 힉교가 보였다.

‘오늘도 누가 있는 모양이군. ‘

학교에 불이 켜져있는 걸 보면, 아직까지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최근 있었던 사건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사람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퍽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본능적으로 무슨 사건이 터졌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서둘러 학교로 달려갔다. 교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안에 들어갔는지 없었고, 교문 안으로 난 길을 내달려 그녀가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피범벅이 되 숨을 거둔 학생과 불 켜진 건물만이 보였다.

‘분명 근처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

파이로는 학생이 떨어져 있는 방향을 올려다봤다.
불 켜진 창과 난간이 반복되다가, 무슨 그림자같은 것이 보였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마치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밑을 내려다보던 무언가는 파이로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 하더니 사라졌다.

곧이어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나자, 파이로는 화단에 있는 나무 뒤로 숨었다.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사람이 달려왔다. 손전등을 비춰본 후, 잠깐 어딘가로 뛰어갔던 사람은 들것같은 것을 들고 와 시신을 그 위에 올렸다.

‘119를 부르지 않고, 뭐 하는거지…? ‘

파이로는 조심스럽게 두 사람을 따라갔다.
두 사람은 시신을 들고 어느 낡은 철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문을 여느가 싶더니, 그 밑으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꽤 낡았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전깃불은 들어오지도 않아서 혼불을 밝혀야만 했다.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한참 계단을 내려가자, 철퍽! 소리가 났다.

-이번이 마지막 피해자인가…
-글쎄요.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해야 하는거야? 이렇게 몇 번이나 했지만 효과 없었잖아… 계속 피해자만 생겼을 뿐인데.

‘몇 번이나…? 그럼 이전의 피해자들도 쭉 이렇게 했다는거야? ‘

질척거리는 것을 밟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끌고 가는듯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향을 피우는지 향내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빈 들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후우…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 그럼, 들어갈게.
-네, 저도 이만 들어가봐야겠어요.

쾅, 철문이 닫혔다. 그리고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파이로는 벽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 캄캄한 내부를 혼불로 밝혀보니, 안에는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낡아있는 벽이 보였다. 질척질척한 것의 정체는, 시체에서 나온 피였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한 거지…? ‘

안을 더 둘러보던 파이로는, 유독 한 부분의 벽만 이상하리만치 깔끔한 것을 발견했다. 이 부분만 다시 만들었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건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벽의 색깔을 한 철문이었다. 바깥에 있는 문과 달리, 최근에 보수를 한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철문 한 가운데에는 부적과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종이가 붙어있었다.

‘가만 있자… 이 부적은 뭐지? 이 문양도 처음 보는데…? ‘

처음 보는 문양이었다. 파이로는 혼불을 밝힌 채로 부적과 문양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돌아가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음…? 아직까지 사람이 있었나? ‘

파이로는 황급히 벽 속으로 숨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파이로가 있는 벽 앞에서 멈췄다.

“거기 있는 거, 다 압니다. 파이로. ”
‘이 목소리는…? ‘

영계의 신사, 세베루스. 어딘가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영계의 신사라는 자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여긴 저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나오세요. 여기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
“뭔가 알아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는 당신은…? ”
“이 곳의 낌새가 이상해서 와 봤습니다. 기운이 상당히 좋지 않더군요. …그나저나 이런 곳에 부적이라… 그리고 이 문양은 대체 뭘까요? ”
“아무래도 돌아가서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럼, 나중에 또 뵙죠. ”
“그러죠. ”

파이로는 세베루스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술 만들어서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
“너 아직 안 자고 있었냐? ”
“술 사 오면 같이 한 잔 하려고 했죠. …근데 술은 어디 있어요? ”
“야, 지금 술이 문제가 아냐. …너, 혹시 이게 뭔 지 아냐? ”
“뭔데요? 음…… 이게 뭐예요? ”
“편의점에 가는 길에, 학교에서 누군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가 봤거든. 근데 시체를 들고 학교 지하로 내려가더니, 이 안쪽에 시체를 던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거야. 자세히 둘러봤는데 이런 부적이랑 이런 문양이 있더라. ”
“흠…… ”

미기야는 파이로가 건넨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본 부적인 것 같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확실했다.

“…… 그러고보니 이 부적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맞아! 이 부적, 보통은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붙이는 부적이예요. 그런데 이 문양은 대체…? ”
“너도 모르는 문양이야? ”
“네. 이런 문양은 처음인데요…? 이런 부적이 있을 리도 없고…… ”
“뭔가, 일이 커질 것 같은 낌새가 느껴지는데…?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라우드에게 이 문양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해 봐. ”
“네. 어차피 라우드 씨가 출근해야 해결될 것 같으니까요. ”

그리고 다음날.

“저 왔습니다아~ ”
“아, 라우드 씨, 마침 잘 왔어요. 혹시 이 문양을 보신 적 있으세요? ”
“음… 저도 처음 보는 문양인데요…? 대체 어디서 이런 문양을 보신거예요? ”
“사실은 어제… ”

미기야는 파이로가 문양을 찍어오게 된 경위에 대해 라우드에게 얘기했다. 라우드는 문양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지하실에 이런 게 있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해요. 일단 최대한 알아볼 수 있는데까지는 알아볼게요. ”
“일찍 오셨네요… 미기야 씨는 또 밤 새셨어요? ”
“응… 참, 현. 이 문양에 대해 알아? ”
“처음 보는 문양인데… 이게 뭐예요? ”
“어제 사건 현장에 갔던 파이로 씨가 찍어왔어. 학교 지하실에서 이 부적이랑 같이 발견했대. ”
“이 부적은 뭔지 알겠는데… 이거, 원한을 갖고 성불하지 못 하는 영혼이 깃든 곳에 붙이는 거 아니예요? 그런데 이건 잘 모르겠는데요… ”
“파이로 씨의 말로는, 이것들이 붙은 문 뒤에 공간이 있고, 거기에 시체들을 둔 것 같대. ”
“……예? 거기다가 시체를 둬요? ”
“……거기다가 시체를 둔다고요…? 뭐, 먹고 사라져라 이런 건가… ”

세 사람이 한참 어제의 그 문양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파이로가 비척비척 방에서 나왔다.

“일찍 왔네… ”
“파이로 씨, 어제 현장에서 이 문양 찍어오셨다면서요. ”
“어… 하암- 나 밥줘. ”
“그거 진짜예요? 이거 붙어있는 문 뒤에 시체를 보관했다는 게…? ”
“어, 어제 그 벽 뒤에 숨어서 똑똑히 봤어. ”
“…그 뒤로 별 일은 없었죠? ”
“응. 사람들은 거기에 시체를 넣고 바로 가 버리는 것 같던데? ”
“뭔가 이상해요. 사람이 죽었는데 시체를 한곳에 쌓아두는 것도 모자라서 부적까지… 이건 단순히 그 일 자체를 덮기 위한 게 아닌 것 같아요. ”
“…… 여기서 네가 선택해. 이 사건을 계속 맡을지, 포기할 지… ”

파이로는 미기야를 가리켰다.

“이 사건을 계속 맡는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낼 지도 몰라.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많은 않을거야. 하지만 이 사건을 포기한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자들은 많이 생기겠지…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유키나미 미기야. ”
“…… 여기까지 와서 그냥 덮어두기에는, 너무 찜찜해요. 희생자가 생기고 말고를 떠나서… ”
“좋아. 그럼, 이 사건을 계속 맡겠다는거지? ”
“네. ”
“뭐, 그렇다면 좋아… ”

파이로는 계란 프라이를 밥 위에 얹었다. 그리고 그 위에 케찹을 뿌린 다음, 숟가락으로 프라이를 썰어서 밥과 함꼐 비볐다. 노른자와 케찹의 색이 섞여서 밥은 주황색으로 변했다.

“아침부터 프라이라니… 안 부대껴요? ”
“어. 가끔 아침으로 이렇게 먹거든. ”
“…그나저나, 아까 그 질문은 왜…… ”
“그건 밥 먹고 알려줄게. 설명하자면 복잡하거든. ”

파이로는 배고팠는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