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 킁… 이 근처에서 냄새가 났는데…… ”
머리에 붕대를 두른, 창백한 피부의 여자가 주택가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무언가의 냄새를 맡은 듯 큼큼거리며, 그녀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아아, 찾았다! ”
마침내 그녀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냈다. 그 곳에는 사람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고, 그 옆에는 벽돌이 있었다. 벽돌에 피가 묻은 걸 보면 머리에 맞은 모양이지, 그녀는 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미 죽은 것 같네… ”
그녀는 눈을 뜬 채 미동도 없는 시신의 눈을 감겨준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전 6시경 B동의 주택가에서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머리에 벽돌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여자를 죽인 범인에 대해 수사중입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또 묻지마 폭행 아냐? ”
“묻지마 폭행일 수도 있겠네요. ”
“어떤 녀석인지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
아침부터 주택가에서 발견된 변사체때문에 시끄러웠다. 특히나 그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더더욱 그랬다. 안그래도 요즘 흉흉한데 거기다가 변사체까지 발견이라니. 주민들은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기를 빌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는 건, 그 동네 주민들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선배, 현장은… ”
“현장이고 나바리고간에 이 고양이들 좀 어떻게 해봐… ”
“……? ”
정훈이 가리킨 곳에는 변사체가 있었고, 그 주변을 고양이들이 빙 둘러앉았다. 털이 꾀죄죄한 걸 보면 이 주변을 배회하는 길고양이들인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변사체를 빙 둘러앉아서, 누가 접근이라도 할라치면 날카롭게 울면서 발톱을 세웠다.
“아무래도 저 고양이들이, 피해자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네요. ”
“그래보이네. …넌 일단 탐문수사 좀 해 봐. 난 저 고양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해볼게. ”
“네. ”
후배를 보낸 후, 정훈은 미기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아, 미기야 씨, 접니다. ”
‘아, 형사님. 무슨 일이세요? ‘
“다름이 아니라, 현장 감식을 해야 하는데… 좀 도와주세요. ”
‘무슨 일이신가요? ‘
“그게… 설명하자면 좀 긴데, 거기 혹시 동물 전문가 있으면 같이 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잠시 후, 미기야와 쿠로키가 현장에 도착했다. 쿠로키 역시 도착하자마자 피 냄새를 맡고 움찔했다. 그리고 그녀는 변사체 주변에 있는 고양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 고양이들은…? ”
“아마 이 근처에서 떠돌아다니던 길고양이들인가봐요. 현장 감식을 해야 하는데, 고양이들이 저러고 있어서 들어가질 못 하고 있어요. ”
“으음… 난 개과라 고양이는 잘 모르겠는데… ”
“…… 의사소통까지는 안 하셔도 되니까, 고양이들이 여기서 나갈 수 있게만 해 주세요. ”
“네. ”
쿠로키가 안으로 들어오자, 고양이들이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개중에는 발톱을 세우고 바짝 경계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쿠로키는 꼬리를 바짝 세웠다.
“진정해, 공격하지 않을테니까. ”
여전히 바짝 경계하는 고양이들 중, 대장이 누구인지 천천히 찾아 보던 그녀는 대장격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온몸이 눈처럼 새하얗고 푸른 눈에, 털이 더러워졌긴 하지만 어디선가 키우다가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네요. 우리를 전부 이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어요. ”
“그럼 어쩌죠…? ”
“일단은 우리가 이 사람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것만 알려주면 될 것 같아요. 자, 착하지. 너희들이 여기에서 이러고 있으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단다. 아가들을 데리고 잠깐만 저 쪽으로 가 있으면, 우리가 범인을 찾아줄게. ”
그녀는 하얀 고양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하얀 고양이가 서서히 경계를 풀고, 그녀의 팔에 얼굴을 부볐다. 그녀가 하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고양이는 그녀의 말을 이해한 듯 변사체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도 하얀 고양이를 따라 비켜났다.
“도움을 많이 받았나보네요, 이렇게까지 지키고 있었던 걸 보면. 아마 하늘에서도 고마워할거야. ”
“그럼 현장 감식을 시작해도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정훈이 현장 감식을 시작할 무렵, 미기야는 낯선 여자가 주택가 근처를 배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풀어헤친듯한 머리를 붕대로 감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를 보니 어쩌면 이미 죽은 존재인 것 같다.
주택가를 배회하던 그녀는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현장으로 모여들었던 고양이들이 여기에 있는 것이 의아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까지만 해도 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이 온 모양이구나. ”
‘누구지? ‘
그녀는 미기야를 지나쳐 현장 감식중인 정훈에게 다가갔다.
“현장 감식중이기때문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 됩니다. ”
“…… ”
“……? ”
그녀는 대답 대신 조용히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허리를 굽혔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현장 감식 중이예요. ”
“…… ”
미기야가 그녀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녀는 미기야를 뿌리치고 변사체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벽돌과 함께 떨어졌는지 부서진 전화기였다.
“이건…? ”
“…… 처음에 지나가다가 발견했어. 누가 버리고 간 전화기인 줄 알았지만. ”
“…… ”
그녀는 미기야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전화기도 부서졌는지 액정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충격이 안쪽 부품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작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거, 수리라도 하지 않는 이상 주인을 찾기는 힘들 것 같네요. ”
미기야는 전화기를 근처에 있던 다른 형사에게 넘겼다. 형사가 전화기를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 전화기는…? ”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 같아요. 이 분이 발견하셨어요. ”
“아아… 이 전화기도 지문 분석을 해 봐야겠네요. 혹시 모르니 내용물 복원도 할 수 있으면 해봐야겠어요. ”
“휴우… 그런데 왜 전화기가…? ”
“아마 피해자의 물건일겁니다. 벽돌에 같이 맞아서 깨졌나보죠. ”
“으음… ”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눌 동안, 그녀는 쿠로키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귀와 꼬리가 신기했는지, 그녀는 한참동안 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거 진짜 꼬리야? ”
“네. 저는 구미호랍니다. ”
“와아, 신기해. 구미호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에 계시는거예요? 댁은 어디세요? ”
“난 집이 없어. 죽었다가 깨어났거든. ”
“죽었다가 깨어나셨다고요…? ”
“응, 난 시귀거든. ”
“아아… 그런데 아까 그 핸드폰은…? ”
“어제 밤에 현장을 지나가다가 발견했어. 그런데 저녁에는 피가 흥건해서 줍지는 못 했었지… 아마도 피해자의 전화기겠지만. ”
“선배! ”
탐문 수사를 마치고 후배가 돌아왔다. 그는 고양이들이 가 버렸는지 감식을 하는 정훈을 보고 놀랐다.
“대체 그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
“그건 비밀이야. 탐문 수사는 했냐? ”
“네. 피해자는 이 근처에서도 가장 유명한 캣맘이었대요. ”
“캣맘…? ”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요. 집 근처에 길고양이들 사료도 갖다두고 하다보니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마찰이 좀 있었던 모양이예요. 사망하기 전에는 사람도 고양이도 불편하지 않게끔 사료와 집을 겸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었대요. ”
“그렇군… 그럼 범인은 혹시…? ”
“평소에 마찰이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가서 얘기해봤지만, 다들 알리바이가 있던데요. ”
“얌마, 알리바이는 만들기만 하면 생겨. 성립을 하는지가 문제지. 일단 벽돌에서 지문 채취하면 되겠구만. ”
미기야와 쿠로키는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루했는지 소파에서 늘어져 있던 파이로가 두 사람을 먼저 맞아주고 있었다.
“왔냐. …그건 뭐야? ”
“현장 주변에서 배회하고 계셨어요. 거처가 없으시대요. ”
“……너 언데드냐? ”
“……응. ”
“역시… 그나저나 사건은 어떻게 된 거야? ”
“고양이들이 우리가 피해자를 해치려는 줄 알았나봐요. 쿠로키 씨가 잘 처리해주셨어요. ”
“다행이군. …그나저나 넌 이름이 뭐냐? ”
“야나기. 넌? ”
“파이로다. ”
야나기와 파이로가 얘기를 나눌 동안, 쿠로키는 털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보다 야나기가 현장에서 전화기 하나 찾았다며. ”
“아, 네. ”
“누구 건지는 모르고? ”
“전화기가 망가져서 켜지지도 않던데요. 주인이 누군지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래요. ”
“어이, 애쉬. ”
“응? ”
거울 속에 있던 애쉬가 튀어나오자, 파이로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애쉬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너 전화기 속에 들어가면 주인이 누군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냐? ”
“주인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안에 저장된 파일을 열람할 수는 있어. 대충 그 파일들로 유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
“그럼 됐다. 그 핸드폰에 애쉬가 들어가보면 대충 유추는 가능하지 않겠냐. ”
“아, 그러네요. 애쉬 씨, 다음에 같이 가요. ”
“후훗, 그래. ”
다음날, 정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형사님. ”
‘미기야 씨, 저 정훈입니다. 잠깐 서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 ‘
“아, 네. ”
전화를 받은 미기야가 나갈 채비를 하자, 파이로 역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정훈에게 갔다.
“아, 미기야 씨. 어제 현장 감식을 했는데, 벽돌을 누군가가 고의로 던진 것 같았습니다. ”
“그보다 핸드폰을 발견했다고 하던데… 그 전화기의 주인은 찾으셨어요? ”
“아직이요. ”
“흠… ”
“그나저나 벽돌을 누군가가 고의로 던졌다면 원한 관계가 있는건가… 길고양이를 돌본다면 그것때문에라도 마찰이 생길 수 있잖아. ”
“저희도 지금 그 쪽으로 조사해보고 있습니다. ”
“일단 저희 쪽에서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보다 현장에서 주웠다는 전화기 말인데, 잠깐만 볼 수 있을까요? ”
“잠시만요. ”
정훈이 전화기를 건네자, 애쉬가 전화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튀어나온 애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전화기는 피해자의 전화기야. 온통 고양이 사진 뿐이었어… 고양이를 정말 좋아했나봐. ”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고양이들을 입양해서 기를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찰이 있었던 몇 명의 주민들 빼고는 다들 피해자를 도와주려고 하고 있었죠. ”
“그렇군… ”
“선배, 큰일이예요! ”
“??”
형사 한 명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엄청나게 급했는지 담뱃불은 껐는데 담배는 손에 든 채였다.
“무슨 일이야? ”
“피해자가 발견된 주택가에서 고양이 떼에게 공격당한 사람이 실려갔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지문이 벽돌에서 발견된 지문과 일치해요! ”
“…어? 무슨 말이야, 그게? ”
“!!”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손 안에 담배꽁초가 들려있는 걸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미기야는 쿠로키에게 전화를 하면서 파이로와 함꼐 현장으로 갔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고등학생쯤 되는 남자가 땅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화가 난 듯 발톱을 바짝 세운 고양이들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
“고양이들이잖아! ”
“저 녀석의 지문이 벽돌에서 나온 지문과 일치했다는 건, 저 녀석이 범인이라는 얘기잖아. ”
“미기야 씨! ”
현장에 도착한 쿠로키 역시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인 남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헤치고 고양이들에게 다가갔다. 고양이들은 그녀를 발견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
-냐아아…
“그러니까, 당신들을 돌봐주던 사람을 죽인 게 이 사람이란 거죠? …어떻게 찾아낸거예요? ”
-냐아아… 냐아.
“벽돌에 남아있던 냄새…… 그리고 당신은 봤던거겠군요. ……이제 됐어요. 이 사람은 이제 우리가 벌을 내릴테니, 당신들은 편히 쉬어도 돼요. ”
-냐아아…
고양이들은 쿠로키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남자에게서 비켜섰다. 그리고 쿠로키가 남자의 몸을 일으켰다. 몸 군데군데 긁힌 상처가 나 있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심문하기 전에 파상풍으로 죽겠군. 일단 소독부터 하고 시작하지. ”
“그래도 수갑은 일단 채워야겠네요. ”
“아아, 응. ”
고양이들은 정훈이 남자를 연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죄인을 보는 눈으로.
그리고 다음날.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B동 주택가에서 발견된 변사체에 대한 수사가 왼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인근의 주택가를 떠돌던 길고양이들을 돌보던 캣맘이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그저 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로 그런 피해자에게 벽돌을 던졌다고 합니다.
“…… 저 녀석, 탐문 수사 할 때 목록에 있었던가… ”
“아마 학교 가 있을 시간이라 수사 못 했겠지. ”
“…… 아무튼, 저런 인간들은 똑같이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나저나 저 인간, 고양이들한테 얻어터졌다던데. ”
“엄청 얻어터졌지. 그냥 뒀으면 심문하기 전에 파상풍으로 죽었을지도. ”
“…… 그나저나… 고양이들은 왜 버림받았던걸까? ”
“인간들은 한 순간의 모습에 혹해서 고양이를 키우곤 하지만, 키우다가 온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버리곤 해. 생명이라는 개념이 없는 건지… ”
“…… ”
야나기와 파이로가 뉴스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