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8. The last game of Laplace(하)

리바이어던이 현의 몸 속으로 들어간 지 수 분이 지났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는 애시로서도 알 턱이 없고,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리바이어던이 튀어나왔다.

“휴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일단 이대로 안정을 취하게 해 줘, 그러면 괜찮아질거야. 부모님이 다친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달래주는 데 좀 걸렸어. ”
“그런거였구나… 수고했어, 리바이어던. ”
“응, 난 이만. 다음에 또 불러줘. ”

리바이어던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고, 애시는 현을 돌보기로 했다. 그리고 미기야는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 재석에게 갔다.

“형사님, 아까 그 분은 왜…… ”
“사망했습니다… 응급실로 실려왔다던 피해자… ”
“…… ”
“복통, 탈모, 그리고 혼수상태… 병원에 실려왔을 땐 이미 사망했다고 하더군요. ”
“이미 사망했다라…… 뭔가 이상하네요. 죄송하지만 대원 한 명이 몸이 안 좋아서, 저는 이만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제 명함을 드릴텐, 무슨 일 있으면 이 쪽으로 연락 주세요. ”
“알겠습니다. ”

미기야는 재석에게 명함을 건네고, 현을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현을 소파에 뉘여놓고, 미기야는 반대쪽에 앉았다.

“얘 왜 이래? ”
“설명하자면 길어요. ”
“어디 아픈거냐… ”
“그런 게 아니라… ”
“우후후, 우리 티 타임이나 가지지 않을래? ”

미기야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애시가 파이로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그리고 파이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파이로가 밖으로 나가자, 미기야도 지쳤는지 그 자리에 풀썩 누웠다.

“둘 다 힘든가보네. ”
“네…… 정말 힘들어요. 참, 라우드 씨.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탈모 증상을 보인 후 사망했다는데… 혹시 독 중에, 그런 증상을 보이는 독이 있나요? ”
“음… 저도 그 쪽은 잘 모르는데… 일단 조사는 해 볼게요. ”
“그럼 부탁드릴게요… ”

소파에 누워있으니 눈이 감긴다. 그대로 잠이 들었던 미기야는, 저녁나절에 눈을 떴다. 마침 현도 눈을 떴는지, 두 사람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 현. 괜찮아? ”
“아…… 네… 아차, 수사는 어떻게…? ”
“다행이네. 형사님께는 양해 구하고 왔으니까, 일단 푹 쉬어. 수사는 딱히 진전은 없고, 피해자 한 명이 또 사망했어. ”
“…… ”
“괜찮은거지…? ”
“네…… 뭔가 까만 것이랑 대화하는 꿈을 꿨는데, 그 뒤로 개운해졌어요. ”
“그렇구나… 다행이네. ”

리바이어던의 말대로, 다 해결된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오늘 저녁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미기야는 현을 일찍 돌려 보냈다.

“일어났냐. 현은? ”
“오늘은 일찍 보냈어요. 아무래도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
“잘 했어. …그나저나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리바이어던하고 아는 사이라니… ”
“후훗, 보통 괴이는 아니지? ”
“아무리 봐도 그래보이는데. 그나저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피해자가 또 나왔어요. 복통이 있다고 일찍 들어갔는데, 다음날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사망 진단을 받았대요. ”
“…뭐? ”
“거기다가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걲었던 질환이 탈모였다고는 하는데… ”
“탈모? ”

파이로는 미기야의 얘기를 듣고 놀란 듯 눈이 커졌다.

“그거 탈륨 중독 아니냐? ”
“탈륨이요? ”
“명계에 갔을 떄, 그레이엄 영이라는 녀석을 만난 적 있었거든. 그 녀석, 자기 자랑을 엄청나게 많이 하던데… 자기 수기를 보여주면서 엄청나게 자랑질을 하는데, 온갖가지 독의 치사량이랑 증상이 다 적혀있더라고. 아마 탈모 증상이 있었다면 탈륨일거야. ”
“잠시만요. 라우드 씨! ”
“네? ”
“탈륨에 대해 조사해주세요! ”
“탈륨이요? ”
“네! ”
“잠시만요. ”

잠시 후, 라우드가 종이 뭉치를 들고 왔다.

“탈륨에 대해 조사해봤는데, 다양한 증상으로 사망하고 치사량이 상당히 적어요. 원래 쥐약으로 쓰이던 독인데,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독이라고 해요. 그리고… 공통된 증상 중에 탈모가 있어요. ”
“탈모… 역시, 그렇군. 그거, 복용한 지 2~4주 후에 죽지? ”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
“명계에서 독극물 빠돌이를 만났거든. 미기야, 내일 교수님께 혹시 나갔다던 학생이 커피를 사 오지는 않았는지 물어봐. 그리고 최근 사망한 학생이 마셨던 커피 컵이나 빨대 전부 조사해봐야 해. 빨대에 묻혀서 주는 것 만으로도 죽을 수 있어. ”
“네. ”

다음날.
미기야는 파이로, 현과 함께 실험동으로 갔다. 먼저 와 있었는지, 초췌해진 얼굴로 재석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형사님. ”
“아, 오셨군요. 안 그래도 연락 드리려던 참이었어요. ”
“저도요. ”
“아, 이 쪽이 형사인가… 그럼 일단 진두지휘를 해 줘야겠지. 미기야, 너는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가서 혹시 그 연구원이 올 때 커피같은 것을 사 온 적이 있는지 물어봐. 커피를 사 오지 않았다면 평소에 과자같은 것을 잘 사오는지도 물어봐. 그리고… ”

파이로는 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려들 것만 같은 붉은 눈이었다.

“원인은, 탈륨 중독이야. 이 실험동에서 사망했던 피해자 전부, 죽기 전에 탈모가 있었다면 100%. 그러니까 그 쪽으로 조사해봐야 돼. 일단 부검 해 봐. 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증언이라도 들었겠지만, 그런 사람은 없으니… ”
“아, 네. ”

그리고 파이로는 실험동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자리를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미기야는 현남을 찾아가, 최근 나갔다던 연구원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

“꺄아악! ”
“현아 씨? 무슨 일이예요? ”
“교수님꼐서 쓰러지셨어요… ”
“잠깐만요. 119부터 불러야… 아니지. 파이로 씨! ”
“뭐냐? ”
“교수님께서 쓰러지셨어요! ”
“119 불러. 그리고 그 연구실에 있는 물건 건드리면 안 돼. 탈륨 중독이니까 프러시안 블루 쓰라고 해. ”
“네. ”

미기야가 119에 연락을 할 동안, 파이로는 교수의 오피스로 왔다. 오피스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 돼 있어고, 한 켠에는 책꽂이가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뜯은 지 조금 지난 쿠키와 커피가 있었다.

‘이 쿠키는 뭐지? ‘
“너도 이 연구실 소속인가? ”
“네… ”
“좋아. 이 실험실을 한달 전에 나갔던 사람이 있었지? 혹시 그 사람이 여기 올 때 커피나 다른 먹을것을 들고 온 적 있었어? ”
“음… 아! 그러고보니 커피랑 쿠키를 들고 왔었어요. 직접 만든 거라고… 모양도 예뻐서, 제가 사진으로 찍어둔 것도 있거든요. ”
“그럼 이 쿠키도…? ”
“네! 그 언니는 항상 쿠키를 포장할 때 유산지로 한 겹 싼 다음에 비닐에 넣거든요. 어제 교수님이 안 계셔서, 저보고 교수님께 전해달라고 하고 가셨어요. ”
“그런가… 커피랑 쿠키라…… 혹시 두 사람이 왜 사이가 안 좋았는지 알고 있나? 교수들은 그런 거 잘 모르거든. 웬만하면 옆에서 티를 안 내서. ”
“아… 네. 전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들은 얘기긴 한데… ”

현아의 얘기에 의하면, 두 사람은 원래 친구였다.
하지만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똑같은 연구원을 좋아하게 됐고, 서로 친했던 두 사람은 급기야 서로가 없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을 마구 헐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한달 전에 그 연구원이 그만 두게 된 것도, 자기가 나간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가게 된 연구원이, 다른 연구원을 실험실에 있던 화합물로 독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고 그래서 쫓겨나게 됐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 자리가 어디야? ”
“저기요. 그런데 지금은 짐을 대부분 빼서… ”

파이로는 아직 짐이 남아있는 자리에 갔다. 자리는 짐을 정리했다지만 아직 너저분했다. 아직 붙어있는 쪽지도 있었다. 서류 뭉치를 뒤적거리던 그녀는 한 장의 종이를 집어들었다.

‘뭐지, 이건… ‘

그 종이에는 탈륨의 물성과 구체적인 범행 계획이 쓰여 있었다. 파이로는 종이를 집어들고 재석에게 갔다.

“아, 무슨 일이신가요? ”
“교수가 쓰러져서. 일단 오피스 안의 과자랑 커피 컵 전부 가져가서 탈륨 검출해보고, 이거. ”

파이로가 종이를 내밀자, 재석이 건네받았다. 건네받은 종이를 천천히 읽어 본 재석은, 곧이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어, 이 형사. 사망자 사인이 탈륨 중독이라고 했지…? 어. 알았어, 끊어. ”
“……? ”
“파이로 씨, 이 종이는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
“책상. ”
“…… 이게 결정적인 증거예요. 쿠키와 커피 컵, 빨대에서 탈륨이 검출되는 지 확인해 볼 거고, 이 종이는 매우 결정적인 증거로 쓰일 겁니다. 짐을 정리하다 빠진 모양이겠군요. ”
“그럼 조만간 범인도 잡히겠군… ”
“네. 결정적인 증거가 있으니까요. ”

며칠 후,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쿠키에서 탈륨이 검출된데다가 파이로가 찾아낸 종이가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해서, 범인이 빼도 박도 못 하고 인정했다.

-딸랑

“어서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

실험실 안으로 낯선 여자가 들어섰다. 긴 머리에 헤일로가 있는, 한 눈에 보기에도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여자였다. 그녀는 체스말을 만지작거리며, 사무실 안을 둘러봤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파이로는 그런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가 괴담수사대로군요. ”
“무슨 일로… 어라, 당신은? ”
“저를 아시나요? ”
“난제신 라플라스, 당신을 모를 리가 없지… 여기는 무슨 일이지? ”
“아, 손님이 오셨네요. 무슨 일이신가요? ”

라플라스는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미기야에게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플라스라고 합니다. ”
“라플…라스…? 혹시 지금까지 전화를 걸었던…? ”
“후훗, 그렇습니다. 당신이 저의 세 가지 문제를 전부 풀어냈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유키나미 미기야. 당신은 합격했습니다. 그 동안 제 정체를 숨겨오면서 여러 유능한 탐정들을 시험해봤지만, 당신과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역시, 당신은 남다르군요. “